ADVERTISEMENT

[단독]“靑, 백운규 영장 못막았다…신현수 인사 패싱 모욕”

중앙일보

입력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63·사법연수원 16기)의 지난주 사의 표명은 최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배제된 데 대해 모욕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58·연수원 23기) 등 여권 핵심부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정수석의 주요 역할인 검찰 인사에서 ‘패싱’하자 청와대에 남아 꼭두각시 노릇을 할 순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후 수그러들었던 여권과 검찰 갈등이 박 장관과 신 수석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재현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文의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 40여일만 사표

1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신 수석은 지난 7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이후 주변 인사들에게 청와대가 월성 원전 수사와 검찰 인사를 직결시켰다는 취지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고 한다. 특히 박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61·연수원 23기)과 인사안을 놓고 중간에서 조율 중이던 자신과 아무런 상의 없이 인사를 일방적으로 결정·발표한 데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검찰에서도 청와대가 검찰 정상화를 위한 모양새만 갖추기 위해 검찰 출신인 신 수석을 임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신 수석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대검찰청 참모진 교체 및 한동훈 검사장의 복귀 등 검찰 정상화 인사를 추진 중이었다고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과도 이 같은 방향으로 조율을 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지난 4일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개입했다는 혐의(직권남용, 업무방해)로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기류가 급변했다. 그로부터 사흘 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신 수석과 윤 총장을 패싱한 채 검찰 인사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박 장관이 공개한 인사 내용도 신 수석이 추진하던 검찰 정상화 방향과 정반대였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되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영전성'으로 이동했다. 검찰총장의 징계에 앞장섰던 소위 '추미애 라인' 대검 부장검사들도 전원 유임했다. 대검 간부 인사는 공석인 기획조정부장 자리에 조종태 춘천지검장을 앉힌 게 전부였다. 당초 신 수석이 추진한 대검 간부 교체와 한 검사장의 일선 지검장 복귀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인 신 수석을 기용해 검찰과 법무부 간 갈등을 수습할 것이라는 법조계 안팎의 예상이 여지없이 빗나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치켜세웠다. 이에 청와대가 윤 총장에 대해 '찍어내기' 대신 '끌어안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 안팎에선 신 수석의 임명으로 청와대의 분위기가 달라진 신호로도 봤다.

하지만 민정수석과 검찰총장을 동시에 패싱한 검찰 인사가 단행되면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의도된 것이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총장을 치켜세우고 인사 카드로 검찰을 구슬려서 백운규 전 장관 구속영장을 막아보려다 실패하자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배제한 전례없는 인사를 단행한 건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신 수석은 사의 배경 등에 대한 중앙일보의 질의에 "국민소통수석실을 통해 확인해주면 좋겠다"는 것 외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