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집값 10억 오르는데 세금 16억···'차원'이 다른 종부세 폭탄

중앙일보

입력 2021.02.17 00:39

업데이트 2021.02.1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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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장원 기자 중앙일보 부동산선임기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중대형에 살며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소형을 가진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지난해 4900만원에서 올해 1억2500만원으로 2배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종부세가 700만원에 불과했다. 4년 새 16배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집값은 80% 상승했다. 종부세 ‘폭탄’이라 할 만하다.

시세·공시가격·세부담 상한 등
올해 종부세 요인들 일제히 상승
세금 회피 다주택자 매물 늘어도
“불안 심리 지속하면 집값 강세”

종부세 폭탄이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올해가 시작이다. 세무사들은 “올해부터 나오는 종부세가 이전과 차원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다보니 종부세가 여전히 상승 기압이 강한 주택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해 집값 불안을 진정시킬지 주목된다.

올해 세금을 결정하는 5단계 변수들이 한꺼번에 상향 조정되며 서로 증폭 작용을 일으켜 종부세가 급등한다. 종부세를 계산하는 금액인 공시가격의 기준인 시세부터 많이 올랐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13.1%다. 연간 10% 넘게 오르기는 집값이 폭등한 2006년(24.1%) 이후 2018년(13.6%)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 종합부동산세를 좌우하는 공시가격 등 주요 요인들이 일제히 상승하며 특히 다주택자 세금이 급등할 전망이다. 사진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 전경. [뉴시스]

올해 종합부동산세를 좌우하는 공시가격 등 주요 요인들이 일제히 상승하며 특히 다주택자 세금이 급등할 전망이다. 사진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 전경. [뉴시스]

시세 상승폭보다 공시가격이 더 오른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고가 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2~3%포인트씩 상승한다. 공시가격 중 종부세 계산에 반영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올해 5%포인트 오른다.

이어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한 과세표준에 적용하는 세율이 올해 최고 2배로 뛰며 세금 폭탄이 완성된다.

강남 2주택자 종부세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강남 2주택자 종부세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종부세 증가는 지역·보유 주택 수 등에 따라 차이 나는데,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가 충격을 가장 많이 받는다. 전년 대비 세금 증가 한도인 세 부담 상한도 200%에서 300%로 풀리기 때문이다. 일반 2주택 이하와 3주택 이상은 각각 150%, 300% 그대로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 급등은 서울만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해 지방 중소도시까지 대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전국에 미친다. 집값이 많이 오른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에서 지방으로, 지방에서 서울로 ‘원정 투자’가 많았다.

1주택자 고령·장기보유 세액공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주택자 고령·장기보유 세액공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박정현 세무사는 “보유한 2주택 소재지가 모두 조정대상지역으로 되면 세율이 일반 세율에서 중과 세율로 크게 오르고 세 부담 상한도 올라가 세금이 가장 많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700만원이던 서울과 부산 두 채의 종부세가 올해 부산도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면서 62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난다.

2019년 기준으로 2주택자가 전국적으로 230만 가구로 전체 다주택 가구(317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올해 종부세가 크게 늘며 앞으로는 오르는 집값보다 세금이 더 많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빚내서 세금을 내야 할 판이다.

올해 종부세 급등 요인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올해 종부세 급등 요인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맨 위 강남 두 채 사례에서 집값이 매년 10%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2025년까지 5년간 종부세가 총 9억8000만원이다. 같은 기간 10억원 오른 비거주 주택의 양도세가 6억원이 넘는다. 비거주 주택이 10억원 오르는 동안 내야 하는 세금이 16억원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앞으로 집값이 많이 오르더라도 세금으로 다 토해낼 수 있다”며 “다주택을 유지할수록 불리해 규제 완화를 기다리며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여당이 국회 다수 석을 차지하고 있어 주택경기 활성화가 필요할 만큼 집값이 내리지 않는 한 세제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주택을 줄여 1주택자가 되면 세율이 낮아지고 다주택자에 없는 고령·장기보유 세액공제까지 받아 세금이 대폭 줄어든다. 강남 두 채를 한 채로 줄이면 올해 종부세가 1억2500만원에서 1400만원(60세·5년 보유)으로 내려간다. 고령·장기보유 세액공제 한도인 80%에 해당하면 500만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처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6월부터 양도세가 강화되기 때문에 매도한다면 6월 이전 매도가 낫다. 6월 이전에 팔아야 올해 종부세도 내지 않는다. 종부세 과세 기준일이 6월 1일 기준 소유 여부다.

다주택자가 주택 수를 줄이기 위해 매도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맞다. 이전에는 매도 대신 증여로 많이 돌아섰지만 정부가 증여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증여 취득세율을 4%에서 12%로 대폭 올렸다. 증여 취득세율 인상 전 증여가 몰려 지난해 증여가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다주택자가 이미 증여할 만큼 한 셈이다. 신탁을 통해 주택 수를 줄이는 방법이 있지만 역시 정부가 지난해 관련 세제를 강화해 어렵게 됐다.

하지만 다주택자 매물이 늘더라도 집값 상승세가 꺾일지 불확실하다. 대기 수요가 매물을 바로 사들이며 매물보다 수요가 더 많으면 집값 강세가 이어지게 된다.

수요자가 정부의 2·4 공급확대 대책을 믿고 기다리면 매수세가 줄며 매물이 쌓일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 상승 기대와 주택공급 부족 불안 심리가 꺾이지 않으면 다주택자 매물이 늘어도 집값은 강세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다주택자는 손으로 세금 주판알을 튕기고 눈으로는 시장 동향을 주시하며 고민 속에 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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