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첫 접종은 26일에 이뤄진다. 지구촌 모범국가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7개 회원국 중 32개국에선 이미 접종이 한창이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국민의 절반가량이, 영국 국민의 4분의 1 정도가 백신을 맞았다. 60세 이상에서 80% 넘는 접종률을 기록한 이스라엘은 빠르게 일상 회복으로 다가서고 있다. 상가 영업제한이 곧 풀린다고 한다. 영국에선 확진자 발생이 급감하고 있다. 접종률 10%를 넘어선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이 일찍이 시작된 나라에선 고령층 피해가 확연히 줄었다. 한국인은 이런 백신 접종 선진국들을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한국 37개국 중 가장 늦어, 일본은 오늘 돌입 #변명·허언 멈추고, 백신 후진국 경위 밝혀야
32개국을 제외한 다섯 나라는 한국·일본·뉴질랜드·호주·콜롬비아다. 일본은 오늘 접종에 돌입한다. 뉴질랜드·콜롬비아는 20일, 호주는 22일이 시작일이다. 37개국 중 한국이 꼴찌라는 얘기다. 게다가 한국에선 다른 OECD 회원국과는 달리 첫 접종 집단이 고령층과 코로나19 감염자를 상대하는 의료진이 아니다. 65세 미만의 요양병원 입원 환자와 그들을 돌보는 의료인이 대상이다.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우수함이 입증된 화이자·모더나 백신 구매가 늦어져 당장 쓸 수 있는 것은 고령자에 대한 효과가 의심스러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이 백신 확보 경쟁을 벌이는 동안 한국 정부는 K방역 홍보에 열을 올리며 ‘국산 치료제·백신 개발’이라는 신기루를 좇았다. 그 시간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 뼈아픈 실책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다른 나라 상황을 볼 수 있어서 안전성 검증에 도움이 된다” “구매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등의 황당한 변명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백신 접종이 늦어질 것이라는 염려가 일각에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미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정세균 총리는 “2월 초에 화이자 백신 5만 명분이 온다”고 했다. 모두 허언임이 밝혀졌다.
정 총리는 어제 화이자 백신 350만 명분을 상반기에 앞당겨 받기로 했고, 노바백스 백신 2000만 명분 구매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앞으로 많이 온다”는 말로 책임자들이 난감한 상황을 모면하려 든 게 벌써 5개월째다.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으나 그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정부가 잘못을 감추기에 급급하면서 실책을 시인하는 솔직한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으니 당연한 의심이다. 지금이라도 누가, 무엇이 이 참담한 현실을 불렀는지 진솔하게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기 바란다. 그것이 ‘백신 후진국’에서 영업제한과 거리두기로 버티며 살아가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