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 처분’ 해사에 1, 2심 이겼지만…멀어지는 입학

중앙일보

입력 2021.02.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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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면

지난해 9월 21일 경남 진해시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129기 해군사관후보생 입교식. [뉴스1]

지난해 9월 21일 경남 진해시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129기 해군사관후보생 입교식. [뉴스1]

해군사관학교가 위법한 신원조사를 통해 생도 응시생의 과거 범죄 전력을 확인한 뒤 불합격 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해사 측은 이 지원자가 다음 달 1일이 지나면 해사 지원 연령(21세 미만)을 넘어서는 데도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판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지원자 측이 반발하고 있다.

신원조회 후 전력 문제 불합격
고법 “과거 이력과 선발 별개”
내달 1일 지나면 지원연령 지나
해사 “대법원 최종 판결 후 조치”

부산고법 창원제1행정부는 해사 측이 응시생 A씨를 상대로 제기한 ‘2020학년도 제78기 해사 생도 선발시험 불합격 처분’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가 ‘A씨에 대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자 해사 측이 항소했는데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사는 신원조사 절차가 법령에 위배되지 않고 선발 예규상의 탈락기준과 최종 선발절차를 준수해 위법하지 않다고 거듭 주장하나, 이 사건 처분이 위법이라는 1심 판결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2019년 6월 해사에 입학원서를 낸 후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이어 9월 신체검사, 체력검정, 면접 등으로 이뤄진 2차 시험에 응시했으나 10월 해사 홈페이지를 통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해사 측에서 군사안보지원부대에 2차 시험 응시자들에 대한 신원조사를 의뢰한 결과 A씨가 과거 절도와 무면허 운전 등으로 기소유예와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확인돼 사관생도로 선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는 2018년 블루투스 스피커 등 1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고, 2019년에는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해사는 A씨가 불합격 처분에 이의 신청을 한 것에 대한 답변 자료에서 ‘신원조회 결과 기소유예, 소년보호사건이 확인됐다. 사관생도로 선발되기에 부적절한 과실이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2회에 걸쳐 반복됐는데 사관생도 신분일 경우 퇴교에 해당하는 과실’이라고 했다. 이에 A씨는 “신원 조사는 법적 근거가 없어 위법하고, 사전통지나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아 행정절차법도 위반했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해사 측의 A씨에 대한 신원조사가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에 여기서 확인한 과거 범죄 전력을 근거로 불합격 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수사경력 자료는 가장 민감한 개인 정보에 해당하는데 그 자료를 위법하게 수집하고 이를 근거로 불합격 통보를 한 것은 위법하다”며 “특히 해사 측은 홈페이지에 여러 차례 기소유예 전력을 이유로 신원 조사나 면접 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취지로 글을 게시했고, 신원조사 결과만으로 2차 시험 절차에서 불합격 처리한 것은 사관생도 선발예규에도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불합격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으나 해사 측은 “해당 지원자의 입학 여부는 대법원 최종 판결 이후 조치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원자 학부모는 중앙일보에 보낸 메일에서 “부모로서 자식에게 한때 실수로 인해 꿈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해 여기까지 왔다”며 “저희 아이가 고통에서 벗어나 늦게나마 꿈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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