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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대법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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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최근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대법원’이라는 조직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그런 이름의 법원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페이스북이 게시물의 규정 위반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외부 인사들로 구성한 ‘감독위원회(Oversight Board)’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 위원회에 ‘대법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는 이 조직이 페이스북 게시물 관련한 민감한 이슈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진 가짜뉴스 확산과 러시아의 선거개입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직면한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이 올리는 콘텐트에 대한 관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겠다며 설치를 약속한 기구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전 세계의 법률 전문가, 언론인, 전직 총리, 사회운동가 등을 포함한 20명의 감독위원회를 발표했다. 이들은 페이스북이 평소에 수행하는 콘텐트 관리에 사용자들이 이견을 제기할 경우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결정하게 되고, 현재까지 6건의 판결이 있었다. 증오발언, 신체노출, 폭력선동 등의 이유로 삭제된 게시물 6개 중 감독위원회의 최종 심사를 받아 그 중 4건이 지나친 규칙 적용이라는 이유로 복구되었다.

기업으로서는 나름 고심해서 설치한 기구지만, 위원회에 올라간 15만 건 중에서 현재까지 고작 6개에 관한 결정이 내려졌을 만큼 느리고, 내려진 결정을 페이스북이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가 없는 무력한 기구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문제는 테크 기업의 힘이 커져 이제는 국가가 수행해야 할 기능을 대신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권력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상황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