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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래 위해 원전 필요” 빌 게이츠 조언 새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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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10여년 전부터 지구온난화를 막겠다며 미래 원자력발전 개발에 뛰어들었다. 원전이야말로 싼값에 지속가능한 유일한 무탄소 청정에너지원이라서다. 하지만 국내선 거꾸로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10여년 전부터 지구온난화를 막겠다며 미래 원자력발전 개발에 뛰어들었다. 원전이야말로 싼값에 지속가능한 유일한 무탄소 청정에너지원이라서다. 하지만 국내선 거꾸로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원전이 필요하다. (한국을 비롯해) 몇몇 나라에서 원전 사용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보다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원전, 탄소 제로 위해 반드시 필요 #지속가능한 유일한 무탄소 에너지원” #과학 거스른 탈원전 정책 우려도

지난 10여 년간 기후변화와 관련한 연구와 투자를 해 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그는 최근 펴낸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데 새로운 치료법과 백신이 필요하듯,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도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다”며 콕 집어 원전을 언급했다. 또 “화석연료로 만드는 에너지만큼 값싸고 안정적으로 청정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 전략의 핵심”이라며 “이미 개발된 청정에너지 솔루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열정을 쏟아야 한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가성비 높은 기존 원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발전시켜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아야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일부에선 그가 세운 원자로 개발 기업 ‘테라파워’ 홍보를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하지만 게이츠가 이런 주장을 거침없이 내놓는 근거는 명확하다. 전기차 전환 속도 등을 고려하면 2050년까지 현재의 2.5배 이상의 전력이 필요한데 수력 발전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지역·계절·날씨의 영향을 받는 태양력·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원전보다 전력량이 턱없이 못 미친다. 반면에 “원자력은 거의 모든 곳에서, 매일 2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무탄소 에너지원”이라 경제성뿐 아니라 미래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원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실 이런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2019년 권위 있는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온난화를 막으려면 원전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태양력·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탄소 배출이 적은 발전원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며 원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는 이런 고언에 귀를 닫은 채 국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탈원전 가속 페달을 밟았다. 명분은 원전이 국민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라지만 실은 이념에 사로잡힌 정치가 과학적 판단을 아예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게이츠는 특정 국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올바른 정책이 없으면 차세대 기술과 과학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경고로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하기도 했다.

탈원전 정책은 환경 파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우려스럽다. 문 정부의 에너지 기본계획안대로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대 35%까지 늘리면 환경 파괴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태양광 발전을 위해 훼손된 산림 규모만도 이미 서울 여의도 면적의 9배가 넘는다. 경쟁력 우위에 있던 관련 산업 고사와 전기료 인상은 또 다른 문제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한 해 수조원의 순이익을 남긴 주요 에너지 공기업들은 탈원전 정책 여파로 부실해져 국민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됐다. 정부는 도그마에 빠져 탈원전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이제라도 게이츠의 과학적 제언을 면밀히 검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