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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거인’ 쿠팡 vs ‘검색 지존’ 네이버, 520조원 두고 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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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쇼핑왕’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검색왕’ 네이버는 다 계획이 있는 걸까. 두 회사는 국내에서 520조원에 달하는 유통·식료품·음식배달·여행 시장을 놓고 격전을 벌일 예정이다.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쿠팡, 미 NYSE 상장해 ‘실탄’ 확보 #네이버, 흑자에도 회사채 발행추진 #쿠팡 물류, 네이버 판키우기 강점 #구글-아마존 경쟁처럼 격렬할듯

무슨 일일까?

쿠팡은 지난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상장 신고서에서 “4700억 달러(약 520조원)에 달하는 한국의 유통·식료품·음식배달·여행 시장에서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고 밝혔다. 쿠팡의 성장 여력이 많다는 주장이자, 쿠팡이 이 시장 전체를 노린다는 선언이다.

네이버와 쿠팡 구독형 멤버십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사]

네이버와 쿠팡 구독형 멤버십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사]

네이버도 쿠팡의 ‘도발’에 맞대응할 준비를 했다. 이 회사는 올봄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규모는 1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쇼핑·콘텐트 등 신사업 분야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라고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영업이익만 1조2153억원을 기록한 네이버다. 그럼에도 쿠팡 상장을 대비해 실탄을 더 확보하는 차원이다.

검색 강자와 쇼핑 강자의 대결은 정해진 수순이다. 미국을 봐도, 구글은 일찌감치 최대 경쟁자를 아마존으로 보고 대비해 왔다. 소비자는 원하는 상품을 찾으려 할 뿐, ‘쇼핑 기업’이냐 ‘검색 기업’이냐 구분은 무의미하다.

싸우다 닮는다?

쿠팡은 네이버의 기술 DNA를, 네이버는 쿠팡의 겁 없는 투자를 닮아가고 있다.

쿠팡매출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쿠팡매출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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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쿠팡을 보자. 쿠팡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개발자 컨퍼런스 ‘리빌(Reaveal) 2020’을 열었다. 구글 출신 전준희 부사장, 우버 출신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등장해 쿠팡의 검색·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소개하며  ‘쿠팡에 오라’고 했다. ‘쿠팡은 최고 수준의 테크 기업’이라는 홍보나 다름없었다.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는 그 회사의 기술력을 뽐내고 외부 인재를 모을 기회이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2006년부터 여는 개발자 컨퍼런스는 국내 최대 규모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출시하고 이를 자사의 ‘로켓와우 멤버십’(월 2900원, 로켓배송 무료 제공)에 포함했다. 앞서 네이버가 지난해 6월 내놓은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월 4900원, 쇼핑 적립과 콘텐트 제공)과 유사하다. 다만, 네이버가 조만간 OTT(CJ티빙)를 멤버십에 추가하는 데다 웹툰·음원까지 고루 갖춘 데 비하면 쿠팡의 콘텐트 구성은 약한 편이다.

네이버는 쿠팡을 닮아간다. 네이버는 ‘일단 시장을 선점하는 쿠팡 식 투자’를 공언했다. 실적발표에서 “단기적 영업이익률 개선은 쉽게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당분간 이익보다 사업 확장에 힘쓰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네이버는 쇼핑 객단가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스토어 1인당 구매금액은 전년 대비 47% 성장했다. 플러스 멤버십에 일단 가입하고 나면, 이전까지 네이버 쇼핑에서 월 20만원 미만 사던 이들도 결제금액이 5배 이상 늘어난다. 다만, 가입 회원 수(1월 말 250만 명 추정)는 쿠팡(470만 명)보다 적다.

‘필살기’는 무엇인가?

쿠팡의 물류 인프라는 독보적이다. 상장신고서에서 따르면 쿠팡은 전국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갖췄고, 한국 인구의 70%는 쿠팡 물류센터 11㎞ 안에 거주한다. 소비자에게  ‘쿠팡 로켓배송이 가장 빠르다’는 경험을 각인한 것도 경쟁력이다. 올해 택배업(화물차 운송사업자)을 재개한 쿠팡은 직매입 물량 외에 타사 상품도 배송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는 판을 키우는 데 능하다. 콘텐트·검색·금융을 쇼핑과 연결해 네이버 쇼핑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쇼핑에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하는 추세가 강해지는 것도 네이버에 유리하다. 네이버웹툰 원작의 드라마 ‘여신강림’에 등장한 제품을 네이버의 쇼핑라이브에서 판매하는 게 한 예다. 네이버는 미래에셋과 협력해 소상공인 전용 신용평가와 대출 상품을 내놨고, 판매대금도 빨리 정산해준다. 판매자가 네이버 안에 상점(스마트스토어)을 열도록 이끈다.

리스크는 바로 이것!

네이버는 물류를 타사와 제휴로 해결하고 있다. 그간 CJ대한통운과 3000억원 어치 주식을 교환했고, 위킵·아워마켓·브랜디 같은 물류 스타트업과 부릉·생각대로 같은 배송 대행업체에도 대거 투자했다. 그러나 기존 택배사는 과다노동 논란에 휩싸여 있고, 이 와중에 쿠팡은 상장신고서에 ‘쿠팡친구 등 현장 직원에 주식 1000억원 어치를 나눠주겠다’고 공언했다. 택배업계 논란을 네이버가 제휴만으로 헤쳐갈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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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롤 모델인 아마존의 과감한 쇼핑 투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흑자가 받쳐줬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쿠팡은 이런 수입원이 없다. 오히려 검색 광고 수익으로 쇼핑에 투자해 온, 네이버가 아마존 방식에 가깝다. 플랫폼 노동 이슈도 남아있다. 쿠팡이 직접 고용한 배달인력(쿠팡친구) 외에, 쿠팡플렉스·쿠팡이츠 배달 인력이 쿠팡과 향후 ‘고용관계’로 정리될 경우, 쿠팡의 비용구조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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