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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 65세 미만부터 우선 접종…고령층은 3월말 판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26일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와 직원 가운데 65세 미만 약 27만명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국내 첫 접종을 시작한다. 요양병원 등의 65세 이상 고령층 40만명은 내달 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유효성 논란을 잠재울 추가 임상 자료가 나올 때까지 접종을 미루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1분기 76만명 1차 접종 마무리

15일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우선 오는 26일부터 요양병원·시설과 정신병원, 정신요양·재활시설 등의 만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27만2131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한다. 이들은 전체 대상자 64만8855명 중 약 42% 정도다. 나머지 65세 이상 고령층 37만6734명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유효성 관련한 추가 임상 정보를 내달 말 확인한 뒤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접종 방안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3월 말쯤 미국에 자사 백신의 3상 임상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고령층이 상당수 포함돼 예방 효과 부분에 대한 논란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내 1차 백신 도입 계획.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내 1차 백신 도입 계획.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의사가 근무하는 요양병원은 기관 내에서 자체 접종하고, 요양시설과 정신요양재활시설 등은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 행정인력 2명으로 꾸려진 보건소 방문팀 등이 방문해 접종한다. 요양시설의 경우 지역 상황에 따라 보건소 접종도 가능하다. 1차 접종은 내달까지 끝낸 뒤 2차 접종을 4~5월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내달 중 중증환자 이용이 많은 상급종합병원(45곳), 종합병원(315곳), 병원(1490곳) 등의 의료인 35만4039명과 119 구급대, 검역관, 역학조사관 등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7만8513명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접종하게 된다. 병원들은 각 기관서 자체 접종하고 코로나 대응요원들은 보건소에서 접종한다. 이들은 내달 중 1차 접종을 끝내고 5월 중 2차 접종하게 된다.

화이자로 내달 최일선 의료진 접종 

백신별 접종 계획.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백신별 접종 계획.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세계 백신공동구매 협의체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들어올 화이자 백신은 이달말에서 내달 초쯤 도입돼 거점전담병원과 감염병전담병원, 중증환자치료병상, 생활치료센터 등의 의료인 5만4729명에 접종할 것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당초 지난달 말 발표 때는 최일선 의료진이 첫 백신 접종 대상으로 예상됐는데 화이자 도입이 늦어지면서 일정이 조정됐다. 이들은 코로나19 대응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병원 등으로 백신을 배송해 자체 접종하는 걸 원칙으로 하나, 접종자가 120명 이하로 적은 곳은 중앙과 권역 예방접종센터에 방문해 접종하도록 한다.

화이자 백신 도입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런 계획대로면 1분기 안에 약 76만명 가량이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으로 1차 접종을 마무리하게 된다. 요양병원 등의 65세 이상 고령층이 대상에서 빠지면서 당초 계획인 130만명보다 못미치는 인원이 3월 내에 1차 접종을 끝내게 됐다.

최우선 접종 대상자에 올랐던 요양병원 등의 고령층 접종이 밀리면서 우려도 나온다. 유효성 데이터가 부족해 논란은 있었지만, 그간 다수의 전문가들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데다 백신 수급 일정상 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고령층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 등 다수 유럽 국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에 대한 효과 검증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고령층 접종을 보류했지만 영국에선 연령에 상관없이 접종하고 있으며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65세 이상에 대한 접종을 권고한 바 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고령층 효과의 근거가 부족하단 것이고 안전성 문제는 아닌데 오히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을 더 부추기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신중 투여' 논란 부담, 65세 제외로

레바논 의료진이 지난 14일 화이자 백신을 들고 있다. 미국·유럽 선진국은 물론 레바논 등 세계 각국은 이미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해 접종에 들어갔지만 한국은 24일에야 유효성 논란이 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처음 공급받는다. [로이터=연합뉴스]

레바논 의료진이 지난 14일 화이자 백신을 들고 있다. 미국·유럽 선진국은 물론 레바논 등 세계 각국은 이미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해 접종에 들어갔지만 한국은 24일에야 유효성 논란이 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처음 공급받는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특히 고령층의 접종 목표가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것인 만큼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종사자로 인한 감염은 어느정도 막을 수 있더라도 결국 입소자가 감염돼 시설 내 전파할 위험은 여전히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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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교수는 “집단면역 등의 전체적 접종 일정엔 큰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4, 5차 유행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빠른 접종이 필요하다”며 “요양병원에 계신 분들은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접종하는 것인데 4차 유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는 이런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용하면서 고령자 접종은 의사 판단 하에 신중히 결정하라는 조건을 붙인 것을 두고 논란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 한 위원은 “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다는 원칙적인 것엔 다수가 동의를 했다”면서도 “의료진 사이에서 식약처 권고를 두고 의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는데 이런 부분이 부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장기적으로 예방접종률을 높이는 데도 장애가 될 수 있어 65세 이상은 일단 제외하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전했다.

내달 말 추가 임상 자료에서 효과성 부분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고령층 접종이 더 밀릴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고령층은 얀센과 모더나 등 다른 백신이 들어오는 시점까지 접종을 늦춰야 할 수도 있다.

황수연·이우림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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