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언니와 메달 따겠다" 이재영·다영 학폭으로 끝난 국대 꿈

중앙일보

입력 2021.02.15 12:24

업데이트 2021.02.15 15:03

지난해 10월 21일 흥국생명 세터 이다영(왼쪽부터)과 레프트 이재영, 김연경이 팀의 득점 성공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1일 흥국생명 세터 이다영(왼쪽부터)과 레프트 이재영, 김연경이 팀의 득점 성공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둥이 자매 이재영·다영(25)의 학교폭력 논란이 인 지 닷새 만인 15일 소속 구단 흥국생명이 두 선수에 대해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아마추어 배구를 이끄는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두 선수를 국가대표 선수 선발 대상에서 무기한 제외하기로 했다.

지난 2014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후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주축으로 활동해온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후 선수 생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구단의 징계가 풀려 코트 위에 복귀하더라도 두 선수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어려워졌다. “(김)연경 언니가 뛸 때 올림픽 메달을 꼭 따고 싶다”던 두 선수의 바람도 그들의 몫이 아닌 게 됐다.

두 선수는 지난해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김연경 등과 함께 도쿄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낸 뒤 “두 번째 올림픽인 만큼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연경 언니 있을 때 메달을 따는 게 가장 큰 목표이다”(이재영) “도쿄올림픽이 저의 첫 올림픽인데 연경 언니 있을 때 저도 메달을 꼭 따고 싶다”(이다영)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다영(왼쪽)과 이재영. 연합뉴스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다영(왼쪽)과 이재영. 연합뉴스

이다영과 흥국생명 선수들을 둘러싼 불화설이 이어지던 가운데 지난 10일 쌍둥이 자매와 초등·중학교 배구부에서 활동했다는 피해자들이 두 선수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폭로 글이 게시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프로 선수의 학교폭력 논란에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재영과 지난해 이적한 이다영, 11년 만에 국내 리그에 복귀한 김연경을 보유해 시즌 개막 전부터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으로 불린 흥국생명도 리그 종료 한 달 여를 앞두고 악재에 직면했다.

이에 두 선수는 각자의 인스타그램에 “무책임한 행동으로 많은 분에게 상처를 드렸다”며 “자숙하고 평생 반성하겠다”며 고개 숙였다. 흥국생명도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선수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단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징계 수위를 고심하는 사이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2009년 전북 전주 근영중학교 배구부에서 쌍둥이 자매와 함께 생활했다는 피해자가 “징계도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됐을 때 내려야 한다” 는 구단 관계자의 인터뷰 내용을 거론하면서 “기사를 보다가 너무 화가 나서 더는 안 되겠다” 며 피해 사실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어 쌍둥이 자매의 모친인 김경희 전 국가대표 선수가 경기장에 나와 자매에게 직접 코치를 했다는 피해 학부모의 폭로도 나왔다.

쌍둥이 자매에 이어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소속 송명근·심경섭의 학교폭력 사실도 드러나면서 학폭 논란이 배구계를 덮쳤다. OK금융그룹은 논란 하루 만에 두 선수의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자숙하는 의미에서 남은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두 선수의 입장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각각 정규리그 7경기를 남겨둔 두 팀이 잔여 경기 출장 정지 수준의 징계를 내리자 사태의 심각성과 달리 미온적인 대처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번 시즌 10경기도 안 남았는데?” “이 정도면 유급휴가 준 것 아닌가” “가해자의 셀프 징계” “영구 퇴출당해야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조금이라도 갖지 않겠음?” 등 의견이 이어졌다.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프로 여자배구 학폭 피해자다. 학창시절 선배의 괴롭힘에 방부제를 먹고 화장실에서 자해를 하는 일이 일상이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폭로 글이 제기돼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협회와 연맹 등 배구계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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