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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나는 누구일까?’ 식상하지만 진정한 나를 찾는 주문

중앙일보

입력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최소 한 번쯤은 접하게 됩니다. 너무 식상하고 나와는 상관없을 것처럼 느꼈던 이 말이 어느 순간 나의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 비로소 여러분은 나에 대해 생각할 만큼 성숙해졌다고 할 수 있어요. 자기를 안다는 것은 나의 정신건강을 위한 첫걸음이 되고 나의 진로결정에 지표가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은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전쌤의 알쏭달쏭 마음속 나를 찾아라 2 자기 개념

 흔히 학생들은 ‘저는 무얼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지도 몰라요’라거나, ‘부모님은 저에게 원하는 것이 뭐냐고 묻지만 저는 제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면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죠. 소년중앙 독자 여러분은 어떤가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나요? 저는 이런 말을 하는 학생들에게 자기를 찾기 위한 시작으로 두 가지 질문을 하곤 합니다. 여러분도 같이 질문에 답을 써 보면 어떨까요.

자기 개념

자기 개념

여러분은 이 두 질문에 답하는데 얼마나 고민했나요? 누구는 아주 명확하고 빠르게, 또 다른 누구는 도대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몰라서 오래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간을 얼마나 들였는지 차이보다는 자신의 답을 진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자신이 쓴 답을 같이 살펴보며 자기 개념에 대해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 봅시다.

첫 번째 질문에서 떠올린 동물과 나의 어떤 부분이 닮았나요. 이때 나의 특성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한 것인지, 타인으로부터 듣고, 평가받고, 세뇌된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나와 닮은 동물을 답한 것이 아닌, 내가 가지고 싶거나 남이 나를 이렇게 봐주었으면 하는 특성이 있는 동물을 답했는지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내가 가지고 싶은, 혹은 나를 이렇게 봐주었으면 하는 이유는 뭘까요? 마찬가지로 내가 정말 좋아서 가지고 싶은 특성인지, 인기 있는 친구의 특성을 가져온 건지, 부모님께서 내가 갖길 원하는 특성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는 타인의 평가를 마치 내가 느끼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타인이 ‘넌 너무 재미없어’라고 하면 어느새 스스로를 재미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넌 집중력이 약해’ 하면 또 자신을 집중력이 약한 사람으로 평가하죠. 어느새 자기 개념이 되어버린 이런 평가는 행동이나 신념으로 이어져 ‘난 원래 재미없으니까 친구들이 안 좋아할 거야’ ‘난 원래 집중력이 약하니까 공부를 잘 못해’ 식으로 내 안에 자리 잡아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을 가지고 누구와 비교하지 않으며 나를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자기 개념을 형성해 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타인 역시 그들의 성격적 특성을 바탕으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타인의 한마디에 나를 옭아맨다면 너무 가혹한 일이겠죠. 우리는 고유한 취향과 특성이 있는 존재임으로 주체성 있는 자기 개념이 필요합니다.

자기 개념

자기 개념

두 번째 질문의 경우 그 답을 분류할 수 있어요. ‘나는 머리가 길다’ 같은 신체적 자기 개념인지, 아니면 ‘나는 머리가 좋다’ 같은 능력에 대한 자기 개념인지, '상냥하다' 같은 성격적인 자기 개념인지 나누어 보세요. 만약 나의 답이 한 측면에 국한되어 있다면 그 부분에 내가 몰두했음을 알 수 있고, 또 어떤 측면의 자기 개념이 흐릿한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각각의 자기 개념을 다양하게 생각해서 여러 가지의 자기 개념을 발달시켜 나가야 합니다. 이는 자존감과도 연결될 수 있죠. 이제 ‘자존감’은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는 단어가 되었는데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타인의 평가나 이로 인한 좌절에 맞서 일어설 힘을 쉽사리 발휘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시험을 망쳤을 때, 친구와 싸웠을 때 우리는 모두 힘들고 괴롭습니다. 하지만 다양하고 유연한 자기 개념을 갖고 있다면 한 부분에서 타격을 받더라도 다른 측면에서 나를 지탱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고 다시 올라설 힘이 생깁니다.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시기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여러분의 현재가 다양하고 유연한 자기 개념을 충분히 만들어 갈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기를 원하나요? 이제 여러분이 직접, 타인의 평가가 아닌 자신의 자화상을 고민하고 만들어 볼 차례입니다.
글=전수경 테라피엔스 심리상담연구소 센터장/차의과학대학교 외래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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