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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우리 개는 지금 뭘 느낄까 "멍멍" 소리만 듣고 알 수 있다면

중앙일보

입력


우리 개는 지금 뭘 느낄까 "멍멍" 소리만 듣고 알 수 있다면

국내 반려견 인구 천만 시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때문에 반려견과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반려견 입양도 늘었어요. 개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지만, 사람과 감정 표현 방법이 달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죠. 사실 개는 눈빛과 행동, 목소리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영리한 동물이에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의 속마음을 읽을 방법이 생겼다는 소식에 소년중앙은 조성언 학생모델과 그의 반려견 하리와 함께 직접 체험에 나섰습니다.

조성언 학생모델은 반려견 하리의 생후 3개월부터 함께했다. 이제는 눈만 봐도 ‘척하면 척’ 마음을 읽는 사이다.

조성언 학생모델은 반려견 하리의 생후 3개월부터 함께했다. 이제는 눈만 봐도 ‘척하면 척’ 마음을 읽는 사이다.

조성언 학생모델은 올해 다섯 살인 하리가 생후 3개월이었을 때부터 함께했죠.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척척 읽는 사이인데요. 하리는 평소에도 의사 표현이 분명한 성격이라고 하네요. "저와 함께 외출하고 싶으면 따라오면서 짖거나 안아달라고 해요. 화났을 때는 으르렁거리고, 삐졌을 때는 자기 집으로 들어가요. 행복할 때는 '헤헤' 웃거나 제 옆에 찰싹 붙어 애교를 부려요. 웬만하면 다 소통이 되기 때문에 AI의 감정 인식 결과와 제 생각이 거의 일치할 거라고 봐요." 자신감 섞인 대답에서 하리와의 끈끈한 유대감이 드러납니다.

 다섯살 몰티즈 암컷 하리가 AI(인공지능)으로 개의 감정을 읽는 기기인 펫펄스 체험에 참가했다.

다섯살 몰티즈 암컷 하리가 AI(인공지능)으로 개의 감정을 읽는 기기인 펫펄스 체험에 참가했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펫펄스 랩을 찾아온 조성언 학생모델과 하리를 장윤옥 대표와 정서희 차장이 맞이했어요. 펫펄스 랩은 너울정보(주) 산하의 펫테크(pet tech·반려동물 관련 기술) 전문 연구소예요. 이곳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디바이스인 펫펄스는 목걸이 형태의 강아지 감정 분석기예요. 센서로 모은 반려견 음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행복·슬픔·불안·분노·안정 등 5가지 감정으로 해석해 주죠. 이번 취재의 성공 여부는 하리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에 달려있어요. 다행스럽게도 하리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낑낑대며 처음 방문하는 장소에 대한 경계 태세에 돌입했습니다. "아이고, 하리야! 잠깐만 가만히 있어 줄래?"(성언)

 장윤옥 펫펄스 랩 대표(왼쪽)가 조성언 학생모델과 함께 AI로 반려견의 감정을 읽는 원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윤옥 펫펄스 랩 대표(왼쪽)가 조성언 학생모델과 함께 AI로 반려견의 감정을 읽는 원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펫펄스를 사용하려면 전용앱을 먼저 다운받아야 해요. 이후 해당 개의 얼굴 사진과 이름, 생년월일, 견종, 성별을 입력한 후 약 40g의 무게인 기기를 목에 착용하면 감정 측정이 시작됩니다. 개 프로필 옆 사각형 아이콘을 누르면 '상태 리스트' 메뉴가 나와요. 여기서 개의 감정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죠. 하리는 2015년 9월 25일생 몰티즈 암컷이에요. 장 대표가 하리의 목에 디바이스를 채우려 목털을 만지자 "앙!" 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들었어요. 그 순간 기기와 연동된 태블릿 PC 화면에 감정 데이터가 표시됐죠. "하리의 일거수일투족이 데이터에 시간으로 반영돼요. 지금 하리의 감정은 슬픔이 50%이고, 불안이 50%네요."(정)

 볼일을 보고 싶은데 화장실을 찾지 못해 불안한 상태의 하리. 펫펄스가 하리의 감정을 정확히 읽어냈다.

볼일을 보고 싶은데 화장실을 찾지 못해 불안한 상태의 하리. 펫펄스가 하리의 감정을 정확히 읽어냈다.

조성언 학생모델이 품에 안고 있던 하리를 낯선 장소에 조금 더 빨리 친해지게 하려고 바닥에 풀어줬어요. 잠시 그 옆을 빙글빙글 돌다가 킁킁대며 사무실 탐방에 나선 하리. 회의실은 물론 펫펄스 랩 직원들이 근무 중인 사무실도 이리저리 구경합니다. 그러더니 바닥에 볼일을 보네요. 알고 보니 하리는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불안했던 거였어요. 이후에도 하리의 감정 변화는 계속 이어졌는데요. 조성언 학생모델이 하리의 볼일을 처리하러 화장실에 갔을 때도 하염없이 유리문을 바라보며 낑낑댔어요. 하리가 주인을 얼마나 믿고 의지하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죠. "방금 하리의 감정 데이터 실시간 결괏값은 슬픔이었어요. 주인과 잠시 떨어져서 슬펐나 봐요."(정)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을 마치고 사람들에게 예쁨을 받으면서 맛있는 간식까지 먹어서 행복해진 하리. 펫펄스 감정 측정 결과값에 처음으로 '행복'이 나온 순간이다.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을 마치고 사람들에게 예쁨을 받으면서 맛있는 간식까지 먹어서 행복해진 하리. 펫펄스 감정 측정 결과값에 처음으로 '행복'이 나온 순간이다.

동물과의 사진 촬영은 베테랑 모델과 포토그래퍼에게도 난도가 높은 작업인데요. 하리는 임익순 포토그래퍼의 "그대로 있자"라는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얌전히 앉아 카메라 렌즈를 응시했죠. "우와!"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어요. 하지만 여기에는 반전이 있었답니다. 하리의 열렬한 시선을 따라가 보니 카메라 옆에서 간식을 들고 있는 조성언 학생모델의 손이 보였죠. 이번 촬영을 위해 준비한 비장의 무기죠. "이것 보세요. 오늘 처음으로 '행복'에 해당하는 감정이 나왔어요."(정) 간식을 앞에 두고 빨리 달라며 "왈! 왈!" 짖는 하리. 언뜻 보면 화가 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꼬리를 함께 흔들고 있어요. 펫펄스의 분석처럼 실제 감정은 행복에 더 가까운 거죠. 취재 시작 후 약 25분이 경과하자 입 벌려 웃으면서 혓바닥을 내밀기도 합니다. 사무실이 많이 편해졌나 봐요. 펫펄스의 실시간 감정 데이터도 다시 한번 행복을 가리키네요.

짖는 소리를 측정해 일정 시간 동안 누적된 감정 데이터를 보여주는 펫펄스 앱 화면

짖는 소리를 측정해 일정 시간 동안 누적된 감정 데이터를 보여주는 펫펄스 앱 화면

펫펄스를 착용한 약 30분 동안 축적된 하리의 감정 데이터는 행복 11%, 분노 55%, 불안 27%, 슬픔 16%였어요. 사무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불안과 슬픔이 자주 보였고, 사진을 찍느라 간식으로 유혹했을 때는 약이 올라 분노의 감정이 표출됐죠. 하지만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고, 맛있는 간식도 먹으면서 행복한 감정도 느꼈어요. 실제로 프로필 화면에서 확인한 이날 하리의 대체적 컨디션은 '좋음'이었어요. 내 반려견의 심경변화를 이렇게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니. 펫펄스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요. 조성언 학생모델이 장윤옥 대표와 함께 펫펄스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AI를 활용한 동물과의 커뮤니케이션 원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장윤옥 펫펄스 랩 대표(왼쪽)는 펫펄스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개가 낯설고 무서운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장윤옥 펫펄스 랩 대표(왼쪽)는 펫펄스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개가 낯설고 무서운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성언음성 분석을 기반으로 한 강아지 감정 해석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원래 여행 관련 모바일 서비스를 운영 중이었어요. 사용자가 약 10만 명 정도였는데, 그중 약 50%가 반려견을 기르고 있었죠. 반려견을 안심하고 맡길 곳이 없어서 여행을 가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아서 이들을 돌봐주는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또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멀리서도 반려견의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렇게 개가 짖는 소리로 감정을 분석하는 펫펄스가 탄생했어요. 목소리 외에 활동량도 함께 확인해 강아지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피죠.

성언 펫펄스의 핵심 기술, AI는 어떻게 개의 감정을 분석하나요.

여러 단계가 있어요. 일단 분석 기준이 되는 데이터를 키워드에 맞게 분류해야 해요. 이걸 '데이터 라벨링(data labeling)'이라 불러요. 분류가 끝난 데이터는 AI에게 학습시켜요. 예를 들어 A라는 개가 불안한 상황에서 짖는 소리를 '불안'이라는 키워드로 분류해서 AI에게 학습을 시키면, 향후 체격·성별·나이 등 비슷한 조건을 가진 다른 개가 짖는 소리에서 비슷한 파동이 나타났을 때 AI는 해당 개의 감정을 '불안'으로 분류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기에 AI에게 처음부터 제대로 된 데이터를 알려주는 작업이 매우 중요해요. 이를 위해 서울대 음성 연구소와 함께 'AI를 이용한 감정인식 알고리즘'을 연구해서 펫펄스에 적용했죠. 처음에는 50여 종의 강아지가 내는 1만 여 개 음성을 초기 데이터로 사용했어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금도 계속 새로운 데이터를 업데이트하죠. 펫펄스를 착용한 개의 소리는 센서로 수집, 인터넷을 통해 펫펄스 랩에서 운영 중인 모니터링용 서버에 전달돼 기존에 축적된 데이터 서버와 감정 분석 서버를 거쳐 실시간으로 분석됩니다. 현재 기기의 적중률은 약 90%예요.

 “컹! 컹!” 간식을 앞에 두고 약이 올라 분노하는 하리의 감정도 펫펄스 데이터 결과값에 반영됐다.

“컹! 컹!” 간식을 앞에 두고 약이 올라 분노하는 하리의 감정도 펫펄스 데이터 결과값에 반영됐다.

성언 견종과 몸집 크기에 따라 음성 분석 결괏값이 차이가 있나요.

AI로 알고리즘을 적용해본 결과 견종별로는 크게 차이가 없는 거로 나타났어요. 몸집에 따른 차이는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견종도 분석 기준에 적용했었는데, 나중에는 제외했죠. 계속 그렇게 보완하고 수정하며 개발하고 있어요.

성언저의 반려견 하리를 보면 짖어서 의사 표현을 할 때도 있지만, 눈빛과 행동으로 감정을 전달할 때도 있어요. 그런 경우도 분석이 가능한가요.

펫펄스는 음성 외에도 활동량·범위를 포함해 반려견의 컨디션을 분석해요. 펫펄스 앱에 있는 개의 프로필 하단에 보면 반려견의 컨디션을 좋음·보통·나쁨으로 분류해서 표시하는데요. 그 컨디션을 15개 단계로 나눠서 볼 수도 있죠. 또한 활동 데이터와 휴식 여부까지 고려해서 전체 컨디션을 측정합니다.

 펫펄스 랩의 AI를 활용하면 목소리·활동량·휴식 여부를 합산해 개의 전체 컨디션을 확인할 수도 있다.

펫펄스 랩의 AI를 활용하면 목소리·활동량·휴식 여부를 합산해 개의 전체 컨디션을 확인할 수도 있다.

성언 저처럼 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무서워하는 사람도 많아요. 펫펄스가 개를 대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까요.

저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공격성을 보이는 개의 경우 사람의 입장에서는 적대적으로 해석되겠지만, 사실은 그 사람을 무서워해서 보이는 반응일 수도 있어요. 강아지의 감정을 알게 되면 부드럽게 다가가 친해질 수도 있는 거죠. 향후 그런 분들을 위해 반려견 감정 인식기를 활용할 방안도 생각 중이에요. 또 반려견을 처음 키우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봐요. 감정 분석뿐 아니라 개의 하루 열량 소비를 측정해서 비만 관리를 할 수도 있거든요.

성언펫펄스를 더욱 발전시킬 계획도 있으신가요.

물론이죠. 펫펄스는 개에 대한 여러 데이터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 제시하는 것 역시 저희가 해야 할 몫이죠. 수의사·반려견 훈련 전문가와 함께 펫펄스의 데이터 활용 방법을 계속 연구·개발 중이에요.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조성언(대전 금성초 6) 학생모델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이번 취재는 제 가족이자 친구인 반려견 하리와 함께해 유독 기대되고 설렜어요. 하리와 함께 5년을 생활하면서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지만 가끔은 왜 짖는지, 현재 무슨 감정인지, 혼자 있을 때 감정은 어떤지 모를 때가 있어 궁금했죠. 인공지능(AI) 기반 펫펄스라는 기기를 통해 하리 음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행복·슬픔·불안·분노·안정 등 5가지 감정으로 해석되는 것을 보면서 반려견의 감정 신호를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반려견과 견주의 의사소통으로 더 큰 교감을 이어주는 똑똑한 기기라고 생각했죠.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영화 속 상상이 향상된 AI 기술로 인해 곧 현실에서도 가능할 것임을 알게 됐고요. 낯선 환경에서도 저를 믿고 잘 따라와 준 하리가 기특하기도 하고 고마웠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제 반려견 하리와 잊지 못할 추억 만든 것 같아 좋았습니다.
조성언(대전 금성초 6)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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