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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투어대회 거리측정기 사용 바람직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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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조던 스피스의 캐디 마이클 그랠러가 연습 도중 측정기로 거리를 재고 있다. [중앙포토]

조던 스피스의 캐디 마이클 그랠러가 연습 도중 측정기로 거리를 재고 있다. [중앙포토]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 여자 PGA 챔피언십, 시니어 PGA 챔피언십을 개최하는 미국 PGA가 올해부터 본 경기에서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키로 했다. 골프규칙은 2006년부터 레이저 거리 측정기 및 GPS 장치를 사용할 수 있게 했지만, 로컬룰로 이를 금지할 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프로 및 엘리트 아마추어 대회에서 측정기를 쓸 수 없었다.

미 PGA 올해부터 사용 허용키로 #“그럼 선수는 스윙만 하나” 비판도

5월 20일 개막하는 PGA 챔피언십은 거리측정기를 쓰는 첫 메이저 대회가 된다. 일반 투어대회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LPGA 투어도 올 시즌 시범적으로 거리측정기를 사용토록 할 계획이다. 미국 대학 대회에서는 이미 거리측정기를 쓰고 있다.

골프계는 이와 관련해 찬성이 주류다. 그런데 거리측정기 사용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캐디가 시큰둥하다. 허용 명분이 시간 절약이었는데, 캐디는 “시간 줄이는 효과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알렉스 노렌의 캐디는 미국 골프닷컴에 “가장 중요한 건 홀까지 거리보다 공이 떨어져야 할 자리까지 거리다. 그린의 특정 경사면까지 거리, 홀과 그린 앞뒤 끝 사이 거리, 홀 옆 공간의 크기, 벙커나 나무 등 다른 장애물 등까지 거리도 매우 중요하다. 거리측정기로 잴 수 없는 게 더 많다. 기계가 필요한 경우는 공이 아주 멀리 벗어나 거리 정보가 아예 없을 경우 뿐”이라고 말했다.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의 캐디는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경기 중 거리측정기로 쟀는데, 야디지북 수치와 1야드라도 다를 경우 큰 문제가 된다. 뭐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오히려 시간이 더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어 캐디는 거리측정기를 탐탁지 않게 볼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이 선수에게 거리 정보를 제공하는 건데 이를 대체할 기계가 허용되면 존재 이유가 줄어든다.

언론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다. 미국 골프위크의 칼럼니스트 이먼 린치는 스카이스포츠 인터뷰에서 “선수는 야디지북, 이를 계산할 사람(전문 캐디), 그린북(그린 경사 등고선 지도) 등으로부터 충분히 도움을 받는다. 따라서 기계처럼 클럽을 받아 스윙만 하고 있다. 선수가 스윙 이상 뭔가 할 수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회에서 거리측정기로는 거리와 방향만 잴 수 있다. 고도 변화 및 풍속 등은 측정할 수 없다. 거리측정기 업체들은 스위치를 끌 경우 고도 변화 등을 잴 수 없는 제품을 판매 중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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