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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혼 4.3% 감소, 명절스트레스 줄어서? 법원 문 닫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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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이 컸던 상황에서 이혼을 선택한 부부가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유럽 등에서 ‘코로나 이혼’(코비디보스)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이혼이 많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2017년 이후 이혼 건수 가장 적어 #일자리 찾기 힘들어진 것도 한몫 #법조계선 “이혼 절차 늦춰진 것”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이혼 건수는 9만7331건이었다. 2017년 1~11월(9만7198건) 이후 가장 적었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331건(4.3%) 줄었다. 아직 지난해 12월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이혼 건수는 2019년(11만831건)보다 줄었을 공산이 매우 크다. 연간 기준으로 이혼 건수가 줄어드는 건 2017년(-1.2%) 이후 3년 만이다.

지난해 이혼 5년 만에 최대 감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해 이혼 5년 만에 최대 감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이혼 건수 감소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가족 모임이 줄면서 시집 또는 처가 식구들과의 갈등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3~5월은 이혼 건수가 몰리는 달이다. 설 명절을 지내면서 부부 간 갈등이 증폭된다는 이유로 ‘명절 이혼’이란 말도 나왔다. 2019년에 이혼 건수가 가장 많았던 달은 5월(9861건)이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3~5월이 아닌 7월(9787건)에 이혼 건수가 가장 많았다.

배우자와 이혼한 뒤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던 점도 이혼 건수 감소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여성 일자리 비중이 큰 서비스업이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고용 통계를 보면 남성(-8만2000명)보다 여성(-13만7000명) 중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더 많았다. 이혼 뒤 경제적 독립을 자신하기 어려워지자 부부 간 갈등이 있어도 참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법조계에선 대면 접촉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로 변호사와의 이혼 상담이나 법원 방문·재판 등을 미루는 경우도 많았다고 보고 있다. 이혼하려는 수요가 줄어든 게 아니라 이혼 절차가 늦춰진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법무법인 숭인의 김영미 변호사는 “지난해 통계상 이혼이 줄었는데 변수는 코로나19밖에 없다”며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지난해 (이혼) 재판 자체가 많이 열리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직이 늘고 (부부가) 집에 같이 있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불화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이혼도 같이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했는데 (이번에도)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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