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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속 아이폰도 살려냈다…‘말하는 SNS’가 대세

중앙일보

입력

쌍방향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 [AP=연합뉴스]

쌍방향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 [AP=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온 쌍방향 음성 기반의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와 비슷한 컨셉트의 오디오 기반 SNS도 가세하고 있는가 하면, 오디오 유료 콘텐트 시장도 커지고 있다. 향후 오디오가 문자(페이스북·트위터)나 영상(유튜브)을 대신하는 주요한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건 클럽하우스다.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에서만 클럽하우스를 사용할 수 있어 중고 아이폰을 찾는 사람이 늘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14일 세종텔레콤 알뜰폰 사업 브랜드 스노우맨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8~10일) 중고 아이폰으로 신규 가입한 건수가 첫째 주(1~3일) 대비 400% 늘었다. 스노우맨 측은 “클럽하우스 사용을 위해 장롱 속에 묵혀둔 중고 아이폰 단말기 개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트위터도 오디오로 영역 넓히기 나서

클럽하우스보다 앞서 나온 음성 기반 메신저 ‘디스코드’도 뒤늦게 빛을 보고 있다. 디스코드는 원래 게이머들의 전용 채팅 앱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당신의 대화 장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일반 사용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주로 개미들의 주식정보 교환 플랫폼으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해 베타 버전을 내놓은 ‘카피쉬 fm’도 음성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디오 방송과도 유사한 카피쉬 fm은 주최자(호스트)가 서로 전화를 걸어 방송을 시작하면 청취자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신생 음성 기반 SNS 카피쉬 fm. [카피쉬 fm 캡처]

신생 음성 기반 SNS 카피쉬 fm. [카피쉬 fm 캡처]

기성 SNS도 오디오 서비스로 발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문자 기반 SNS인 트위터는 ‘스페이시스’라는 이름으로 클럽하우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호스트와 팔로워가 별도의 대화 공간을 만들고 음성 채팅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참여한 모든 팔로워가 대화를 들을 수 있지만 발언은 호스트가 지정한 사람만 할 수 있다. 트위터는 스페이시스 론칭을 위해 지난달 팟캐스트 업체 ‘브레이커’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실시간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라디오. [사진 스푼라디오]

실시간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라디오. [사진 스푼라디오]

멀티태스킹 익숙한 Z세대에 특히 인기

국내에서도 네이버 오디오클립·팟빵 등을 중심으로 오디오 콘텐트 시장이 커지고 있다. 실시간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라디오’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젊은 층)가 잠들기 전에 듣는 어플로 유명하다. 녹음방송을 주로 하는 팟캐스트와 달리 생방송 중심으로 이뤄진다. 청취자는 어플 내 결제로 구매한 아이템 ‘스푼’으로 진행자를 후원한다. 2016년 출시해 이듬해에 아이템 판매액이 23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837억원으로 뛰었다. 3년 새 30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네이버 오디오북이나 윌라, 밀리의 서재 같은 오디오북 콘텐트도 확장세가 빠르다. 사용자들은 월 구독료를 내고 모든 콘텐트를 이용하거나 낱권으로 구매할 수 있다. 낱권으로 구매하는 형식인 네이버 오디오북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60% 증가했다. 윌라 관계자는 “Z세대는 멀티태스킹에 강한데 오디오북은 귀로 콘텐트를 들으면서 두 손은 자유롭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SNS의 미래, 오디오에 있을 수도”

한때 영상에 밀려 사양 산업으로 취급받던 오디오가 부활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블루투스 이어폰과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관련 기술의 발전이 토대가 돼 쌍방향 소통이 편리해진 것을 배경으로 꼽는다. 유튜브·틱톡 등에서 쏟아지는 영상에 오래 노출되면서 피로가 쌓였다는 사실도 오디오 콘텐트에 대한 수요를 부채질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MIT가 운영하는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새로운 ‘힙’(hip·인기)한 어플들이 다시 음성을 소통 수단으로 만들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의 미래는 오디오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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