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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24) 애플카와 자율주행차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현대차, 애플과 협업으로 브랜드 가치 높이고 자율주행차 시장 점유율 확보 가능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모습. /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모습. / 사진:현대차그룹

우리나라는 연간 800만대의 차량을 만든다. 400만대는 해외에서, 400만대는 국내에서 만든다. 국내 생산 400만대 중 300만대는 수출로, 100만대는 내수로 판매된다. 이 구조가 계속될까? 애플이 현대차그룹과 협력한다는 소문이 드니 벌써 고용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연 40만대 완성차를 만드는 현대차그룹의 주요 생산기지다. 미국 남동부라는 입지적 측면에서 북미와 중남미까지 대규모 시장을 아우를 수 있다. 현대차그룹에 협력을 제안한 애플이 조지아공장을 후보지 중 한 곳으로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애플과 합작이 확정된다 해도 한국 생산을 주장하긴 어렵다. 노조 문제 등 변수가 많아서다.

구글과 애플의 자율운행차 계획을 바라보며

전통적인 기업들이 IT기업들과 경쟁을 인식하고 협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구글이 검색 엔진 기업인지, 무인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 기업인지 생각해 보자. 많은 기업이 너무 전통적인 산업 기준을 따르다가 시대에 뒤처졌다. 이런 기업은 공통점이 있다. 브랜드 혁신에 둔감하다. 그들의 경영진이 발을 디딘 곳만이 살길이라 본다. 미래를 보지 않는다. 기업은 과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의견을 내는 사람들에게 길을 내주어야 기업이 흥한다. 기술과 전통산업이 먹고 먹히는 관계일지 상생협력 관계일지는 기업 경영진이 알아서 할 문제이다.

여하튼 기업은 그러한 생태계의 변화를 먼저 인식하여야 한다. 늘 글로벌 테크 기업은 변화의 혁신을 몰고 왔다. 자동차산업이라고 했을 때 자동차라는 물리적 기기만을 지칭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동 수단으로서 자동차가 현대의 IT기술과 융합되어 어떤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지 아무도 모른다. 구글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무인자동차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매년 전 세계에서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을 걱정해서 무인자동차에 관심을 가진다는 계획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었다. 구글은 자동차의 진화가 아닌 인류 도약의 혁신으로 무인자동차를 생각한다. 누군가는 차가 막히는 상황에서 운전하는 인간의 운명을 한탄하며 무인자동차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반복되는 출퇴근 시간의 교통지옥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미국에서 통근 시간에 허비하는 돈으로 이집트 피라미드를 몇백 개 지을 수 있는지 상상해 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래 교통이 막히는 데 허비하는 시간, 에너지, 사람 노동의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말이 된다. 그래서 혹자는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다.

“막힌 도시에 혈관을 뚫어야 해요. 우리 몸에 피가 혈관을 따라 흐르는데 왜 도시는 꽉 막혀 움직이지 않는 거죠. 우리 몸에는 6만 마일의 혈관이 있습니다. 지구 둘레의 2.5배입니다. 우리 혈관은 피부밑에 만 있는 것이 아니고요. 몸 전체를 흐릅니다. 3차원 공간을 흐르는 거예요. 교통수단은 지하도 하늘도 이용하지만 지상이 거의 이용 수단이죠. 그러니 2차원 공간을 이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혈관처럼 3차원 교통망을 만드는 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늘을 날거나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거나 뭐 그런 거죠.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로 무인 자동차를 발명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무인자동차가 있으면 신호등도 속도제한 문제도 차선도 필요하지 않을 수 있어요. 교통망이 지능망으로 연결되어 길을 지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막힘없는 길에서 음악을 들으며 명상에 빠져 보세요.”

자율주행 5단계와 ADAS

자율주행 자동차란 운전자가 핸들과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자동차를 말한다. 도로의 상황을 파악하고 각종 위험 상황까지 감지하며 자율적으로 운행 가능한 시스템을 말한다. 자율주행 자동차 하면 쉽게 생각나는 기술이 있다. 무인 자동차 기술이다. 이는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에 포함되는 개념이며, 마지막 단계의 기술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의 기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 주는 고속도로주행지원기술,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기술, 차선유지 지원 시스템 기술, 후측방 경보 시스템 기술,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술,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기술 등이 필요하다. 이들 기술에 의해 자동차에 부착된 여러 센서로 주변 장애물을 탐지하고 그 정보를 수집한다. 이후 중앙처리장치를 통해 여러 공정 과정을 거치고, 의사를 결정한 후 자동차를 제어하여 주행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공장을 벗어나 거리에서 정식 주행을 하는 데는 여러 단계의 시험과 조정을 거쳐야 한다. 도로 주행 테스트는 물론 센서와 소프트웨어, 카메라 등의 성능이 다양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이를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미국 자동차 공학회에서 만든 표준 분류에서는 0~5단계로 나뉘지만, 우리나라 법에서는 3, 4, 5 단계만 명시되어 있다. 3단계는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 4단계는 조건부 완전 자율 주행 시스템, 5단계는 완전 자율 주행 시스템이다.

미국식 5단계 자율주행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1단계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속도 조절, 조향 등 안전에 민감한 기능을 제어하되 자동차가 차로 이탈 방지나 주차 등을 보조하는 기능을 갖춘 단계다. 쉽게 말해 경우에 따라 발을 뗄 수 있는 단계이고 크루즈 컨트롤을 하는 단계라고 생각하자. 2단계는 자동차가 차량 인식 및 자동 조향, 앞차와의 간격 유지 주행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2단계까지는 운전자가 핸들과 페달을 제어하고 안전에 책임을 져야 한다. 1, 2단계는 현재 출시된 자동차에도 상당 부분 적용돼 있다. 2단계는 경우에 따라 손을 뗄 수 있는 단계로 생각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3단계는 제한된 자율주행 단계로 특정 교통 환경에서 자동차가 모든 안전 기능을 제어하고 교통 모니터링을 하면서 탑승자의 제어가 필요할 경우 신호를 보낸다. 사실상 3단계부터 자율주행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3단계는 경우에 따라 눈을 뗄 수 있는 단계로 보면 된다. 4단계는 완전 자율주행으로 탑승자는 목적지만 입력하면 된다. 4단계는 뇌를 뗀 단계로 보면 된다. 5단계는 사람이 타지 않고도 스스로 움직이는 무인자동차다.

교통사고 제로를 위한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발 핵심은 능동적 안전 기술의 발전에 있다. 교통사고 유형을 연구 분석해 온 자동차업체는 운전 부주의로 인한 교통사고가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데 중점을 둔다. 운전자가 부주의로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해도 자동차 스스로 보행자나 다른 차량과의 충돌을 방지하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개발에 역점을 기울였다. 그 결과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ADAS)이 등장했다. ADAS는 차량 주변의 위험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는 카메라와 다목적 센서와 위급한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는 컴퓨터 네트워크 알고리즘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자동차 앞 유리에 장착된 스테레오 카메라, 사이드미러에 달린 카메라, 앞·뒤 범퍼에 장착된 초음파센서, 장·단거리 레이더 등이 사물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차량용 컴퓨터 회로망이 위급한 상황임을 식별하면 안전을 위해 운전자에게 주의 경보를 주거나 자동차 스스로 긴급 제동해 교통사고를 방지한다. 모든 카메라와 센서가 거미줄처럼 서로 얽히고 엮여서 수많은 정보를 교환하고 분석하며 위험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결국, ADAS의 핵심은 모든 센서를 융합하는 데 있다. 이는 운전자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먼저 예측하는 정교한 안전장치이다. ADAS의 기술은 카메라, 센서, 제어장치의 정밀함, 즉 기계적 성능의 발전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ADAS가 적용된 기술을 살펴보면 자동차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와 차선을 유지하며 주행할 뿐만 아니라 카메라가 교통 표지판을 읽고 인지해 규정 속도에 맞춰 속도를 줄이거나 내비게이션 지도와 연동해 교차로나 코너에 진입하기 전에 속도를 낮춘다. 클라우드 서버를 기반으로 내비게이션 경로상의 위험 상황을 미리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처럼 운전자에게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미리 전달해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은 향후에 모든 자동차끼리 서로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지는 커넥티드 카 기술과 연계되어 발전하며 상대 차량이 보이지 않는 교차로나 골목길 모퉁이에서 일어나는 충돌 사고마저 사라지게 할 것이다.

무인자동차와 법적 책임 그리고 예상되는 문제들

지난해 10월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제4회 판교자율주행모빌리티 쇼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자율주행 제로셔틀’ 시승 체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제4회 판교자율주행모빌리티 쇼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자율주행 제로셔틀’ 시승 체험을 하고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교통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무인자동차가 보편화한다면 그 사고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누가 질까? 형사법적 문제를 보자.

사람이 운전 사고를 내고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날 경우 ‘뺑소니’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제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자동차가 사고를 내고도 계속 주행을 해버린다면 처벌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람은 사고를 냈을 때 ‘과실’이나 ‘고의’를 따질 수 있지만, 기계를 상대로는 이런 요건을 판단할 수가 없다.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시험 운행 중에 스스로 과실로 사고를 냈다 하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건을 두고 다양한 토론이 벌어진다. 현행 법률 체계에서는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어쨌든 책임을 져야 한다. 자동차가 자율주행시스템으로 도로를 달리더라도 법적인 운전자는 여전히 사람이기 때문이다. 보험금 처리 역시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앞으로 기술 변화에 따라 제조사가 책임져야 할 가능성도 있다. 제조물 배상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대부분의 중요 정보를 회사 측에서 가지고 있는 이상 잘못을 입증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 차량 급발진 사고 사례만 보더라도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여러 건 진행됐지만, 제품 결함을 입증하지 못해 패소한 경우가 많았다.

입증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디스커버리 제도’도 주목받았다. 디스커버리는 소송 전 재판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증거 조사를 먼저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기관이나 기업, 국가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때 개인인 원고의 증거 확보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디스커버리가 종료된 후부터 본격적인 재판 절차가 진행된다. 이 제도는 개인이 대기업을 상대로 증거 확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불공평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법원의 명령에 따라 기업의 각종 자료가 법정에 제출될 수 있다. 제품 결함에 대한 입증이 쉬워지는 셈이다. 여하간 책임과 보상 문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기대된다. 상황에 따라 무인자동차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운전자로 해석할 수 있다. 인공지능 컴퓨터를 운전자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과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다른 운전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기술 개발보다 더 어려운 과정일 수도 있다. 도로의 종류와 구간별로 혼재된 차들이 주행과 교행, 앞차와의 간격 유지 및 속도변화, 차로변경을 안전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람과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교통표지와 정보제공, 교통관리와 운영, 진출입과 교차로제어 같은 고도화된 시스템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차량 간, 차량과 도로간 초 연결성 확보와 차량의 정밀한 위치 측정이 가능한 정밀지도 같은 디지털 인프라 기반의 정보화 도로를 구축하는 효율적인 방안도 찾아내야 한다.

도덕적인 부분도 논의해야 한다. 5명을 피하고자 1명을 희생하도록 설정된 무인자동차는 윤리적인가? 발전하는 무인자동차의 속도에 맞춰 윤리적, 법적, 제도적 기준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탁기, 청소기 같은 도구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켰다. 무인자동차도 인간을 운전의 노동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자유에는 늘 책임이 따른다. ‘무인자동차’라는 기술을 누리기 위해 우리가 책임져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 무인자동차는 다른 차가 정상적인 주행을 할 것으로 전제로 만들어지는데, ‘반칙 운전’에 대비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게 기술적·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인자동차가 다른 운전자의 끼어들기나 과속주행에 대응해 움직이도록 하는 게 현 법체계상 허용되는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다시, 애플차를 생각해 본다

애플 관련 정보가 올라오는 ‘맥루머스’에서 예상한 애플 자동차 모습. / 사진:맥루머스

애플 관련 정보가 올라오는 ‘맥루머스’에서 예상한 애플 자동차 모습. / 사진:맥루머스

애플의 자동차 사업 계획은 2014년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최초에는 전기차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1000여 명의 직원을 데리고 비밀리에 시작하였으나, 여러 가지 내부 문제로 2016년 수백 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전기차를 만들던 애플은 완전 자율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2019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드라이브.ai(Drive.ai), 2020년에는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엑스노.ai(Xnor.ai)를 인수하면서 자동차 분야 진출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는 설이 제기되었다.

애플이 2024년 자율주행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으나 소위 애플카 개발이 2028년까지 상용화가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애플이 어떤 사업으로 방향성을 정할지 여러 이야기가 회자된다. 높은 완성도와 광범위한 서비스 생태계의 이점으로 경쟁사보다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애플카가 자율주행차 시장을 장악하면 애플의 매출이 급증하여 장기적으로 주가도 상승할 것으로 회자된다.

지난 1월 8일 국내 언론을 통해 현대차와 애플 사이의 협력 가능성 보도가 있었다. 11일에는 현대차와 애플의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이며 2024년 양산 가능성까지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현대차와 현대 모비스는 “다수 기업에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협력 요청받고 있으나, 정해진 바 없다”고 공시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애플 간 논의 자체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차의 주가 상승을 보면 시장은 협력의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우선, 차세대 모빌리티 가능성을 재확인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현대차 그룹은 글로벌 OEM 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차세대 모빌리티 전략(친환경차/자율 주행/UAM 등)을 제시하고 추진 중인 자동차 그룹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심 또한 지속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업체와 협력 가능성에 따라 사업성과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음으로 차량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통해 전기차를 포함한 차량 하드웨어 경쟁력 확보를 지속하고 있으나, 자율주행 기술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애플과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차와 플랫폼 기술개발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할 수 있고 시장점유율도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벌 테크 공룡이자 데이터 기업인 애플과의 공급망 공유만으로도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차가 만드는 애플카가 2025~27년 양산될 경우, 현대차는 10~50만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애플카와 현대차의 협력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것들

하드웨어가 강자가 되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는 나아갈 것으로 전망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테슬라를 두고 하드웨어는 완성도가 떨어지는데 자율주행 때문에 테슬라가 과도하게 평가된다고 본다. 자율주행차는 에너지 다소비형이기 때문에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모터를 비롯한 구동장치를 포함한 전기장치가 획기적인 기술향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차가 구동하기 좋도록 차와 교통 시스템이 쌍방향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체계를 갖추는 노력, 자율주행차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민의 공감대 형성, 피해 보상에 대한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 지도 오래다.

이제 다시 현대차와 애플카의 현실 문제로 돌아가 보자.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거대자본을 갖춘 테크 공룡기업이 플랫폼 기반으로 독점력을 행사했기에 그 생태계가 자동차 업계까지 잠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현대차 그룹이 빠질 수 있다. ‘애플카’의 유력한 파트너로 떠오른 현대차그룹을 향한 업계의 시선이 엇갈린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외연을 넓히고 비용을 절감할 기회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이 향후 자율주행차 주도권을 노리고 있는 터라, 현대차그룹의 잠재적 경쟁자로 부각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현대차그룹은 애플을 포함한 여러 업체에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GMP는 현대차그룹이 자체 개발해 올해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은 플랫폼 공유 여부가 알려지지 않은 몇 안 되는 업체였다. ‘애플카’에 플랫폼을 제공하는 그림이 실현되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 득만큼 실도 크다. 애플은 자율주행차에 탑재될 인공지능(AI)은 물론 차량용 운영체제(OS)와 반도체, 배터리 등 다양한 미래차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상당 부분 현대차그룹과 영역이 겹친다. 애플이 현대차그룹의 양산 노하우를 발판 삼아 단숨에 완성차 브랜드 상위권으로 올라서면, 현대차그룹이 경쟁자를 외려 키워준 셈이 된다. 특히 주행 데이터는 두 기업 간 협상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차량에서 수집하는 각종 주행 데이터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데 쓰이는 필수 재료다. 현대차그룹이 아예 애플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미래차 기술을 공동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사실상 외주를 주는 셈이어서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려는 현대차그룹의 계획은 탄력을 잃게 된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자체 개발한 차량용운영체제(OS)를 모든 차종에 실을 예정이라고 밝히며 애플과 구글을 견제해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의 전언을 빌면 현대차가 애플과 협력하는 게 사실이라면 어떤 조건으로 딜을 맺느냐가 관건이라 한다. 때에 따라서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현재로서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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