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종교와 금기 음식…소·돼지 안 먹는 이유 뭘까

중앙일보

입력 2021.02.13 12:00

[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41)

종교는 인간의 정신문화와 생활양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종교적인 이유로 금기시하는 음식이 있고, 나라별로 종교 행사와 관련된 음식문화가 존재한다. 세계 각국의 음식 문화는 그 나라의 지형과 역사, 그리고 종교가 많은 영향을 미치며 형성돼 왔다. 종교별로 금기시하는 음식을 살펴보면 세계 각국의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기독교 금기 음식

기독교에서는 대부분 무엇을 어떻게 먹어도 좋다는 자유로운 권리를 갖고 있는 편이다. [사진 pixabay]

기독교에서는 대부분 무엇을 어떻게 먹어도 좋다는 자유로운 권리를 갖고 있는 편이다. [사진 pixabay]

이스라엘과 영국과 미국, 유럽지역의 기독교 국가에서는 육식을 매우 즐긴다. 이는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땅의 모든 짐승, 하늘의 모든 새, 땅에 기어 다니는 모든 것, 바다의 모든 물고기는 두려움에 떨면서 그대들의 지배에 따르고, 모든 살아 움직이는 것은 그대들의 음식물이 될 것이다”는 구절과 관련이 있지 싶다. 비교적 음식에 있어서 자유로운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금기시하는 음식이 있다.

성서에 따르면 “반추하는 것이나 발굽이 갈라져 있지 않은 낙타나 바위너구리, 산토끼, 돼지 등의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라고 적혀있다. “술 취하지 말라”는 구절도 있다.

기독교에서는 이러한 음식을 금기시하고 있지만,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대부분의 동물과 식물들은 모두 신이 인간의 식용을 위해 창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의 영향을 받은 민족은 대부분 무엇을 어떻게 먹어도 좋다는 자유로운 권리를 가진 편이다.

성경에는 식용으로 키워지는 동·식물에 대해 여러 가지 금기를 자세히 규정하여 있다. ‘가축에 다른 종을 교배시켜서는 안 된다’, ‘밭에 두 종류의 씨앗을 뿌려서는 안 된다’, ‘소와 당나귀를 짝지어 밭을 갈게 하면 안 된다’, ‘새끼 염소를 그 어미의 젖과 함께 삶아서는 안 된다’ 등이다.

이슬람교의 금기 음식

중동지역의 이슬람교를 믿는 민족은 돼지고기를 절대로 먹지 않는다.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가 금기시된 것은 기원전 1400년 이후의 일이다. 그전의 고대 시대에는 비타민 B1이 풍부하고 지방질도 쉽게 소화되는 데다가 매우 효율이 좋은 동물인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무하마드 시대에 와서 돼지고기를 금기 식품으로 규정했다. 돼지는 땀샘을 갖지 않는 동물이라 태양이 강하고 건조한 사막 지대에서는 자기냉각장치를 갖고 있지 못해 섭씨 30도 이상으로 체온이 올라가면 열사병에 걸려 죽는 경우가 많다. 즉 체온을 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로 목욕해야만 하는데, 사막에서는 물이 목숨만큼 귀중하기 때문이었다.

중동지역 대부분 사람은 유목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끊임없이 이동해야 했다. 사막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강행군을 돼지가 견뎌내기란 매우 어려웠다. 돼지는 정착 생활을 영위하는 농경민에게는 사육하기 좋은 가축이었지만 사막을 옮겨 다니는 유목민의 가축은 아니었다. 결국 중동에는 이슬람교가 탄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돼지보다는 소, 양, 염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중동지역의 이슬람교를 믿는 민족은 돼지고기를 절대로 먹지 않는다. [사진 pixnio]

중동지역의 이슬람교를 믿는 민족은 돼지고기를 절대로 먹지 않는다. [사진 pixnio]

또한 이슬람 율법과 구약성서에서 “저절로 죽은 동물의 피, 돼지고기, 소와 양의 기름, 날개를 가지고 있으면서 네 발로 기어 다니는 짐승, 갈고리발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족을 잡아먹는 날짐승, 그리고 날개도 비늘도 없는 수중 생물 등은 먹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알라의 이름으로 잡지 않는 가축, 도축하지 않고 죽은 동물의 고기, 썩은 고기, 육식하는 야생 동물의 고기 등도 먹을 수 없다. 개와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 그리고 당나귀·노새·말 또한 금지됐다. 메뚜기를 제외한 모든 곤충도 먹지 못한다.

그러나 코란 경전에는 기아 상태에 놓였을 때나 모반에 가담해 고역을 치를 때, 월군 행위로 죄를 지어 부득이한 상황에 부닥쳐 있을 때는 금기 식품을 먹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예외 사항도 있다.

“술은 이로움보다 해로움이 더 많고, 술을 마시고 예배하는 것은 마귀 행위의 죄악”이라고 명문화돼 있어 대부분의 이슬람교도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또한 사람과 가깝게 지내는 가축은 식용으로 먹어서는 안 되고, 남자는 먹어도 좋으나 여자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야크 고기도 있다.

이슬람교에서 먹을 수 있도록 규정한 할랄식품은 세계 식품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할 만큼 큰 시장을 이루고 있다. 할랄 인증은 ‘허락된 것’을 뜻하는 아랍어로, 무슬림이 먹을 수  있도록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처리·가공된 식품에만 부여되는 인증 마크다. 이슬람 국가에 식품을 수출하기 위해선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순서대로 인도네시아 'BPJPH', 말레이시아 'JAKIM', UAE 'ESMA'. 이슬람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인증마크.

순서대로 인도네시아 'BPJPH', 말레이시아 'JAKIM', UAE 'ESMA'. 이슬람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인증마크.

불교의 금기 음식

불교에서는 살생을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에 고기를 먹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하지만 불교에서도 종파에 따라 육식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소승불교는 대승불교와는 달리 육식의 행위는 아무런 죄도, 악도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불교를 국가종교로 삼고 있는 티베트·스리랑카· 미얀마·태국의 승려는 유제품은 물론이고 고기도 즐겨 먹었다. 미얀마·태국·캄보디아의 불교도는 돼지고기·쇠고기·물소고기·닭고기·오리·누에·뱀·개구리까지 먹었다.

하지만 소승불교에서도 자기가 죽이거나 자신을 위해 죽은 짐승, 또 죽음의 현장을 목격한 짐승의 고기만은 부정하다고 해서 먹지 않고 있다. 태국이나 미얀마에서는 덕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려면 달걀을 깨서는 안 된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깨는 행위는 물론이고 비록 타인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눈앞에서 깨는 행위까지 금기시하고 있다.

불교의 금기식품 오신채는 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맛이 특징인데, 이는 정신을 자극시켜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섭취가 금지되고 있다. [사진 pixnio]

불교의 금기식품 오신채는 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맛이 특징인데, 이는 정신을 자극시켜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섭취가 금지되고 있다. [사진 pixnio]

불교에서는 인간의 오욕(五欲)을 떨쳐버리고 기름지지 않으며 맛보다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소찬을 권하고 있다. 우리나라 불교에서 허용하는 사찰음식은 ‘오신채(五辛菜. 마늘, 파, 달래, 부추, 양파)’와 산 짐승을 뺀 산채, 들채, 나무뿌리, 나무열매, 나무껍질, 해초류, 곡류만을 가지고 만든다. 음식의 조리 방법이 간단해 주재료의 맛과 향을 살리도록 양념을 제한하고 인위적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

마늘, 부추, 파, 양파, 달래는 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맛이 특징인데, 정신을 자극해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고, 이런 음식을 공양하면 입 주위로 귀신이 달라붙고 성욕을 유발한다고 해 섭취를 금지하고 있다.

힌두교의 금기 음식

힌두교를 숭배하는 인도에 가보면 길거리가 온통 소의 무리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굶어 죽어도 소는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 우가 많다. 이처럼 힌두교에서는 소가 신성한 동물로 숭배되고, 그 고기가 금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특히 인도의 케라라주와 서뱅갈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소의 도살과 식용을 금지한 보호법이 제정되어 있다.

소가 힌두교의 상징이 된 이유는 인간을 위해 농사를 지어주고 우유를 제공해 주는 동물의 어머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농사를 짓기 위해 쟁기를 끄는 데엔 덩치가 낙타나 말보다 크고 힘이 센 가축인 소가 낫고, 그러다가 숭배의 대상이 됐다. “소는 대지가 인간의 생명으로 가득 차 넘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다”는 간디의 말은 인도인의 소 숭배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소는 딱딱한 토양을 갈아줄 뿐 아니라 암소는 농경에 필요한 황소를 낳아주며, 고기보다 효율이 좋은 우유를 생산해 주었다. 소똥은 중요한 땔감이 되었고, 소의 오줌과 똥에는 다섯 가지의 신성한 정화작용이 있다고 믿게 돼 그 신성한 소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금기가 확립된 것이다. 이러한 힌두교의 영향으로 인도에서는 소고기를 금기시하고 있으며 인도의 맥도날드에서는 소고기 패티 대신 치킨이나 생선 패티를 사용해 햄버거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인도의 맥도날드 메뉴. 힌두교의 영향으로 소고기 패티 대신 치킨이나 생선 패티를 사용한다. [사진 맥도날드]

인도의 맥도날드 메뉴. 힌두교의 영향으로 소고기 패티 대신 치킨이나 생선 패티를 사용한다. [사진 맥도날드]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의 생명 유지를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섭취해야 하는 음식은 이렇듯 종교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하나의 문화로 계승됐다. 세계 각 나라 민족마다 믿는 종교가 다르다 보니 같은 돼지고기나 쇠고기도 어떤 나라에 가면 먹을 수 없는 금기 식품인 경우가 있다. 인류의 정신과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종교는 생활양식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다양한 음식 문화를 형성해 왔지만, 음식을 먹기까지 많은 수고로움에 감사하는 마음은 동일한 것 같다.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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