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 묻은 손으로 뺨 치더라” 설에 더 서러운 中동포 간병인

중앙일보

입력 2021.02.12 09:21

업데이트 2021.02.12 10:34

강주안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중국동포 간병인 A씨가 환자의 발을 씻어주고 있다. [사진 요양병원 제공]

중국동포 간병인 A씨가 환자의 발을 씻어주고 있다. [사진 요양병원 제공]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사는 것 같습니다. 1년 넘게 남편을 못 만나니 너무 서럽습니다.”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중국동포 A씨는 설 연휴에 마음이 더 힘들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중국동포 간병인들의 휴가나 외출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한국에 있는 가족도 만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요양병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한 달에 한번 2박 3일 정도 나가던 외박이 사라졌다. 휴가도 중단됐다. 병실과 숙소만 오가는 생활이 1년을 넘어섰다.

가족 면회 못한 환자 돌발 행동

중국동포 B씨는 “치매 환자나 거동을 못 하는 어르신을 온종일 돌보는 일은 엄청나게 고되다”며 “자식들도 할 수 없는 일을 간병인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을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기회가 외박이나 휴가 기간 중 가족ㆍ친지들과 모여 샤부샤부 같은 집밥을 함께 먹으며 서로의 소식을 나누는 것”이라며 “이런 기회가 사라지면서 병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들이 겪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새벽부터 심야까지 교대로 근무가 이어지고 한 사람이 7~8명에 이르는 환자를 돌보는 상황이라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온종일 여파가 이어진다. 치매 환자가 변을 만지고 옷과 이불, 벽 등에 문지르면 이를 모두 세척하느라 땀을 쏟는다. 특히 요양병원 환자들이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화를 내는 일이 잦아지고 평소에 하지 않던 돌발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감당하는 건 간병인 몫이다.
A씨는 “얼마 전 환자분이 변을 주무른 뒤 여기저기에 묻혔길래 ‘변을 만지시면 안 되죠’라고 웃으며 얘기했는데 갑자기 그 손으로 내 뺨을 때렸다”면서 “얼굴에 묻은 변을 닦는데 설움이 밀려와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성적 언어폭력 시달리기도

여성 간병인의 경우 성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치매 환자가 아닌데도 기저귀를 갈아드릴 때 성적인 폭언을 하는 일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활을 버티게 해준 게 가끔 만나는 가족들과의 재충전 시간이었다. A씨는 “옌볜에서 가족과 친지 등 30여명이 한국에 왔다”며 “서로 다른 나라에 있는 것도 아니고 작은 대한민국에 함께 있는데 남편 얼굴을 1년 넘게 못 보는 처지가 너무 서럽다”고 말했다. 그는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통곡하고 싶지만, 환자들이 있으니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 죽여 운다”고 했다. 그는 “1년 넘게 가족을 못 만나는 환자들의 우울함을 잘 알기 때문에 그분들을 원망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중국서 냉대 받는 요양병원 출신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중국동포 간병인들의 외박이나 휴가를 금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요양병원들은 “정부가 계속 공문을 보내 간병인이나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관리하라고 하면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 방역 비용 등을 청구하겠다고 압박하는 상황이라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이들의 체류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주로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한 중국동포 간병인들은 기한이 만료되면 중국에 돌아가 다시 체류 자격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 입국 시 격리 기간이 길어져 석 달 정도 걸리곤 한다는 것이다. 한 간병인은 “한국의 요양병원에서 있었다고 하면 중국 당국에서 훨씬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게 먼저 중국에 간 사람들과 여행사의 얘기”라며 “아파트 전체를 봉쇄하는 일도 생긴다고 한다”고 말했다. 거기에 항공료가 몇배로 치솟아 경제적 타격이 크다.

정부 "문제점 알아…대책 논의" 

중국동포 간병인을 관리하는 한 협동조합 간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가 50일, 30일씩 추가적인 체류를 허가해주는데 가능 여부를 미리 알려주지 않아 간병인들이 몹시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이런 문제들 때문에 중국으로 간 뒤 돌아오지 않는 간병인이 늘고 있다”며 “중국동포 간병인이 아니면 요양병원 환자들은 버틸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관련 제도를 만들 때 팬데믹 상황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면서 “요양병원 이외의 산업 현장에도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 고용노동부 등과 보완책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을산 소재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설을 앞두고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이손요양병원]

을산 소재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설을 앞두고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이손요양병원]

"중국동포 간병인 안 돌아와" 

요양병원 관계자는 “중국동포 간병인들이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일상의 어려움에다 비자 문제까지 겹쳐 흔들리고 있다”며 “요양병원에 취업하려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숙련된 간병인이 떠날 경우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되며, 그 피해는 결국 환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중국동포 간병인 B씨는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간병인들이 버틸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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