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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32조·e베이코리아 5조…'성장성'에 가치는 천차만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업 가치 5조원 vs 32조원.’

150조원. 한 해 온라인 쇼핑(e커머스) 시장 규모다. 새해부터 e커머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먹는 자와 먹히는 자로 나뉘어 시장 재편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플랫폼 특성과 사업 방식에 따라 각 기업 가치는 천차만별이다. 11일 투자은행(IB)ㆍ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베이(eBay)코리아의 기업가치는 최대 5조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또 올해 미국 증시에 상장 방침을 선언한 쿠팡의 기업가치는 최대 32조원 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거래 규모 비슷한데, 기업가치는 큰 차이 

쿠팡과 이베의 기업 가치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거래 규모 자체는 큰 차이가 없지만 미래 성장성이 두 회사의 가치 차이를 벌여 놓았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앱ㆍ리테일 분석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쿠팡에서의 결제 금액은 9조9272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이베이코리아의 결제 금액은 8조6643억원이다. 6개월 동안 결제 금액 차이는 1조2629억원이지만, 기업가치는 6배 넘게 차이가 난다. 익명을 원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의 기업가치에 대해서 시장은 더 냉정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 측에서 기대하는 5조원대보다 훨씬 적은 가격을 매기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이커머스 사업자 거래액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와이즈 리테일·삼성증권]

주요 이커머스 사업자 거래액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와이즈 리테일·삼성증권]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쿠팡의 거래액은 전년 상반기보다 41%가 커졌다. 쿠팡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시장은 쿠팡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판매 상품 중 90% 이상이 직매입을 기초로 하고, 네이버 같은 외부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또 ‘로켓배송’으로 대변되는 탄탄한 오프라인 물류망을 갖추고 있어서다.

쿠팡과 비슷한 티몬 역시 시간대별로 여러 가지 상품을 할인해 내놓는 특가 기획전인 ‘타임 커머스’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상장을 위해 지난해 전인천 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영입했다. 시장에선 티몬의 기업 가치가 2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계획대로 기업공개가 이뤄진다면, 티몬은 국내 온라인 쇼핑 기업 중 최초로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첫 사례가 된다.

이베이코리아, 공격적 인재채용으로 반격  

반면 이베이코리아는 전년보다 소폭 성장하는 데 그쳤다. SK그룹 계열의 11번가의 경우 같은 기간 14% 거래 규모가 늘었다. 이같은 성장 정체는 영업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2010년 20%에 달했던 이베이코리아 영업이익률은 2017년 6.5%, 2019년 5.7%로 낮아졌다. 게다가 온라인 쇼핑의 속성상 소비자들은 다른 업체를 이용해도 ‘이전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베이를 쓰다가 쿠팡이나 네이버로 언제든 갈아탈 수 있단 의미다. 시장이 이베이의 기업가치를 후하게 쳐주지 않는 이유다.

사진 이베이코리아

사진 이베이코리아

이베이코리아라고 해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는 건 아니다. 이베이코리아는 오는 22일까지 대규모 공개채용을 진행한다. 결국 ‘인재’가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최근 이베이코리아의 사령탑에 오른 전항일 대표 역시 인재 중심의 공격경영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이베이코리아 측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는 직원 수가 1000명이채 안 되지만, 연간 19조원의 거래가 이뤄진다”며 “인적 자원이 가장 핵심인 오픈마켓인 동시에 직원 1인당 효율이 가장 높은 오픈마켓”이라고 강조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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