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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춤 잘 추려고 엉덩이 확대 수술 받는 삼바 여인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48)

삼바 축제로 유명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 갔었다. 유난히 엉덩이가 큰 여인이 많기에 왜 그런가 하고 물었더니 삼바를 잘 추려면 엉덩이가 커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엉덩이 확대 수술을 받는 여성이 많다는 설명이었다. 엉덩이가 큰 여인에게 내 시선이 따라갔던 모양이다. 우리 일행 중 한 여인이 아무리 여자가 예쁘기로 눈이 그렇게 노골적으로 따라가는 모습은 처음 봤다며 놀렸다. 내 의도는 그 여인이 예뻐서라기보다 엉덩이가 큰 것이 우리나라 라틴 댄스 선수와 비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라틴 댄스 선수는 대회에 출전할 때 피부에 검은색 화장을 한다. 라틴 댄스를 하니까 라틴 여성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대회장 화장실에서는 검은색 크림이 묻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주의 경고문이 붙는다.

삼바 축제로 유명한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루 거리. 엉덩이 확대 수술을 받는 여성이 많다고 한다. [사진 pxhere]

삼바 축제로 유명한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루 거리. 엉덩이 확대 수술을 받는 여성이 많다고 한다. [사진 pxhere]

나는 개인적으로 여성이 그렇게 온몸에 검은색 화장을 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한국적 예쁜 용모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검은색 화장을 하면 라틴 분위기를 풍기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성적이 매겨지는 것도 아니다. 여자가 검게 화장을 했다면 남자도 그렇게 해야 하는데 남자 선수도 그렇게 화장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

라틴댄스 5종목은 룸바·차차차·삼바·파소도블레·자이브로 구성되어 있다. 룸바와 차차차는 쿠바 댄스이고, 삼바는 브라질, 파소도블레는 스페인, 자이브는 미국 춤이다. 검은 화장이 삼바 하나에는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다른 종목에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쿠바 여인의 분위기도 룸바와 차차차까지는 그럭저럭 통한다 해도 파소도블레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쨌든 서양에서 들어온 댄스스포츠에서 우리가 그런 분위기를 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세계대회 상위권에 들어가려면 우리나라 선수와의 조합보다는 서양 파트너와 출전하는 방법이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우리나라 선수 중 그렇게 해서 생애 최고 성적을 낸 선수도 있다.

우리나라 스탠더드 댄스에서 오래 챔피언을 지낸 선수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댄스스포츠는 서양 춤이기 때문에 동양적인 마스크로는 상위 진출이 어렵다고 했다. 서양인이 갓 쓰고 우리나라 판소리 대회에 나왔을 때 일시적인 관심은 받을 수 있겠으나 상위권 진출은 어렵다는 비유를 했다. 그렇더라도 동양권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일본과 중국이 더 열성이다. 중국은 국가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댄스스포츠 도입이 빨랐다. 상위권에서는 이름을 찾기 어렵지만, 세계대회인 블랙풀 대회 100위부터 200위 내에는 상당히 많은 일본인이 포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양권 선수로는 세계 상위권 진출이 어렵다고 볼 수는 있겠다. 그러나 빅터 펑 같은 선수는 중국계 미국인인데 오랫동안 미국은 물론 세계 챔피언 자리를 다퉜던 선수다. 물론 여성 파트너는 서양인이다.

키가 크고 작고는 문제가 안 된다. 보통 생각하기에 세계 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신체조건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탈리아 선수는 우리보다 작은 키로도 세계 상위권에 있는 경우가 많다. 키보다는 역시 신체 비율이다. 어릴 때부터 댄스를 했기 때문에 체격이 날씬하다. 우리나라도 요즘은 어릴 때부터 댄스를 한 사람이 많지만, 골격이 완성된 후에 댄스에 입문하면 어깨도 울룩불룩해 자세에서부터 손해를 보고 들어간다.

여기까지는 엘리트 체육으로서의 댄스스포츠의 세계가 그렇다는 얘기다. 생활체육으로 댄스스포츠를 즐기는 동호인에게는 그냥 참고로만 할 일이다.

댄스파티나 크루즈 같은 곳에서는 ‘드레스 코드’라는 것을 내세운다. 파트 드레스 등 정장을 갖춰 입고 와야 입장이 허락된다. [사진 pxhere]

댄스파티나 크루즈 같은 곳에서는 ‘드레스 코드’라는 것을 내세운다. 파트 드레스 등 정장을 갖춰 입고 와야 입장이 허락된다. [사진 pxhere]

댄스스포츠가 시니어 건강에 좋다며 강습반을 개설한 곳이 많다. 여기만 해도 자유스러운 분위기인 데다 아직 경험이 없다 보니 편한 복장으로 온다. 정식 댄스학원의 직장인반과 또 다르다. 댄스학원에는 적어도 남자는 직장에 출근할 때 입었던 정장이나 세미 캐주얼 정도를 입고 온다. 그래도 바지는 댄스 바지로 갈아입는다. 여성은 연습복으로 갈아입는다. 보통 검은색 드레스다. 그런데 친목을 위주로 하는 시니어 반에는 등산복 차림으로 오는 남자가 의외로 많다. 여성은 편하다고 헐렁한 옷을 입고 온다. 그런데 그렇게 입으면 춤을 춰도 모양이 제대로 안 나온다. 자기 자신도 그렇지만, 남들도 그렇게 보인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춤을 추면서도 어느 정도 춤추는 기분이 나야 하는데 옷 때문에 더 기분이 안 나는 것이다. 춤에 자신이 붙을 때 애정이 생긴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스탠더드 댄스를 하고 있는데 가끔 반바지 차림의 여성이 같이 추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 라틴댄스라면 그런대로 용인되는데 밀착해 추는 스탠더드 댄스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댄스파티나 크루즈 같은 곳에서는 ‘드레스 코드’라는 것을 내세운다. 파트 드레스 등 정장을 갖춰 입고 와야 입장이 허락되는 것이다. 큰마음 먹고 크루즈 여행을 떠났는데 드레스 코드에 걸려 춤 한번 제대로 못 추고 왔다는 사람이 많다. 청바지가 어디나 통할 것 같지만, 청바지 차림은 입장이 안 된다. 복장 규정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흐려진다.

뚱뚱한 사람은 아무래도 손해를 본다. 외모에서 일단 둔하게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순발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뚱뚱한 사람은 댄스스포츠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춤 실력보다 손해를 좀 본다는 것뿐이다. 뚱뚱한 편이라도 얼마든지 가볍게 춤을 추는 사람도 많다.

춤추는 사람이 대부분 날씬하다는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만은 아니다. 내가 아는 댄스인은 많이 먹지 않는다. 드레스를 입었을 때 폼이 나려면 날씬해야 하니 먹는 것을 조심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살이 찌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그래서 춤추는 사람은 날씬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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