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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석양 속 탱고…영화 '새해전야' 감독 "코로나로 스킵한 연말 모습 담았죠"

중앙일보

입력

10일 개봉한 영화 '새해전야'에서 배우 이연희, 유연석이 아르헨티나 현지 촬영 막간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10일 개봉한 영화 '새해전야'에서 배우 이연희, 유연석이 아르헨티나 현지 촬영 막간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1월 1일이 아니라면 설 전 ‘새해전야’로 가자. 결과적으로 맞춘 듯한 개봉이 됐어요. 겨울이 가는 것이 아쉽기도 한, 온전한 시작의 모습. (코로나19로) 연말 모습을 스킵해버렸는데 저희 영화엔 있죠.”
설날 이틀 전인 10일, 영화 ‘새해전야’를 개봉한 홍지영(50) 감독의 말이다. 새해를 일주일 앞두고 네 커플이 겪는 고민과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지난해 12월 개봉 준비 중,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정을 미뤘다가 음력 새해 직전 개봉하게 됐다. 영어 제목은 ‘새해 우울감’이란 뜻의 ‘New Year Blues’. 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홍 감독은 “해가 달라질 때 겪는 공통된 블루스(Blues)를 담고자 했다”면서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 촬영을 끝내고 편집하면서 불안감 속에 연말을 기다렸고, 개봉을 더 미루기보단 기획할 때 담고자 한 이 감정을 (극장에서) 펼치는 게 좋겠다, 싶었다”고 돌이켰다.

10일 개봉 '새해전야' 홍지영 감독 #8년 전 '결혼전야' 후속 로맨스물 #이혼·장애·국제결혼·번아웃 등 다뤄 #"'러브 액츄얼리'와 공통점? 배우 향연"

이혼·장애·국제결혼·번아웃…4색 새해전야

그에겐 타임슬립 멜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이후 5년 만의 연출 복귀다. 배우 김효진‧마동석‧주지훈 등과 함께 12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결혼전야’(2013)를 잇는 후속작이기도 하다. “‘결혼전야’ 만들고 배우들과 관계, 작품 평가가 좋아서 네 커플 포맷 영화를 다시 만들어보자 막연히 생각했는데 시리즈가 될 줄은 생각 못 했어요. ‘새해전야’는 처음 제목이 ‘러브스토리’였고, 새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뭔가 중심 화두를 찾다가 ‘전야’ 시리즈로 가게 됐죠.”

'새해전야'(10일 개봉)로 돌아온 홍지영(50) 감독을 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새해전야'(10일 개봉)로 돌아온 홍지영(50) 감독을 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특정 시기 여러 남녀의 연애담을 엮어낸 이른바 ‘러브 액츄얼리’풍 영화다. 새해 직전 ‘이혼’이란 동병상련으로 얽힌 재활 훈련사 효영(유인나)과 형사 지호(김강우), 중국인 여자친구 야오린(천두링)과 한국에서 결혼을 앞둔 용찬(이동휘), 누나 용미(염혜란)의 이야기가 용찬이 당한 사기 사건을 계기로 연결된다. 실연 충격을 달래러 아르헨티나에 갔다가 우연히 와인 배달부 재헌(유연석)을 만나는 진아(이연희)는 곧 패럴림픽이 열릴 스키장의 비정규직 스태프고, 바로 그 패럴림픽 국가대표인 래환(유태오)은 오래 사귀어온 원예사 오월(최수영)에게 감춰온 미안함을 털어놓는다.

"김강우 장난꾸러기, 유인나 나이팅게일 목소리"

홍 감독은 “‘러브 액츄얼리’와 공통점이라면 ‘새해전야’도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의 향연을 펼치려 했다”고 강조했다. 김강우‧이연희는 ‘결혼전야’에 이어 시리즈 두 번째 출연. 홍 감독은 “김강우란 배우는 굉장히 순발력이 좋고 똑똑하다. 장난꾸러기 기질이 있어서 코미디를 잘한다”고 짚었다. 이연희는 스물여섯에 처음 만나 결혼 이후 재회했단다. “그사이 성숙해졌더군요. 좀 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됐어요. 큰 변화죠. 굉장히 신중한 타입이라, 어렸을 땐 했어도 되는 걸 오히려 못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하더군요.”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에서 이혼을 앞둔 재활 훈련사(오른쪽부터)와 그의 신변보호를 맡게 된 이혼 4년차 형사 역의 배우 유인나와 김강우.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에서 이혼을 앞둔 재활 훈련사(오른쪽부터)와 그의 신변보호를 맡게 된 이혼 4년차 형사 역의 배우 유인나와 김강우.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나머지 배우들은 이번이 홍 감독과 첫 작품이다. “인지도와 상관없이 제가 배우로서 사랑해야 애정이 가고 대화가 되고 배우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그는 캐스팅 이유를 이렇게 짚었다. “이동휘 배우는 코미디를 기대하지만 정극을 잘하죠. 최수영은 똘똘해요. 항상 몸에 여유가 배어있어요. 유태오는 1년 사이 많이 성장했죠. 한국말도, 연기도 늘고. 4차원 기질에 매력을 분수처럼 뿜어내고 있어요. 염혜란 배우는 모든 연기를 잘하죠. 연극에서 잔뼈가 굵으셔서 연출적인 고민을 이해하세요. 함께 작업하면서 굉장히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유인나의 경우 “나이팅게일 같은 조근조근한 목소리”가 “상대의 마음을 보듬어줄 것 같은” 재활 훈련사 캐릭터에 딱 맞았단다.

"유연석 평소 나른한 오후 같은 느낌 담았죠"

'새해전야'에서 아르헨티나 현지 촬영을 진행한 이연희와 유연석. 석양 배경의 탱고 장면을 위해 아르헨티나 출국 전 일주일에 서너 번씩 만나 탱고 맹연습을 했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새해전야'에서 아르헨티나 현지 촬영을 진행한 이연희와 유연석. 석양 배경의 탱고 장면을 위해 아르헨티나 출국 전 일주일에 서너 번씩 만나 탱고 맹연습을 했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최근 왕성하게 활동 중인 유연석도 ‘새해전야’에서 유독 편안한 매력이 빛난다. 홍 감독이 스타일부터 바꿨단다. “제가 보기엔 연석씨 갈색머리에 약간 파마하면 좋을 것 같아. 마 소재 남방, 스니커즈도 좋겠다. 말도 평소 느릿느릿한 것 활용하자. 말의 규칙이 어딨어. 평소 가진 나른한 오후 같은 느낌 담아보자. 그렇게 그 친구가 가진 느낌을 끌어냈죠.”
국제커플로 호흡 맞춘 이동휘는 대사의 90%가 중국어다. 상대역 천두링은 중국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 하나의 이야기’ 등으로 주목받은 신예. 한국영화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감독은 “중국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이 있다. 중국어도 매력적”이라며 “야오린 캐릭터는 결혼을 위해 용기 있게 (한국으로) 건너온, 단단한 사람이란 느낌을 떠올렸다. 실제 천두링 배우도 현장에서 근성이 대단해 놀랐다”고 설명했다.

결혼을 앞둔 한중 국제커플로 호흡 맞춘 중국 배우 천두링과 이동휘가 연말 분위기 물씬한 거리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결혼을 앞둔 한중 국제커플로 호흡 맞춘 중국 배우 천두링과 이동휘가 연말 분위기 물씬한 거리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데이트 무비다운 아름다운 풍광도 볼거리다. 유연석‧이연희가 부에노아이레스 지붕 위에서 석양 배경으로 탱고를 추는 장면은 2019년 여름 아르헨티나에 13일간 머물며 현지 로케이션 촬영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이구아수 폭포의 장관도 한국영화 최초로 담았단다. 하필 아르헨티나를 택한 건 가려면 큰 용기가 필요한 지구 반대편 나라여서다. “재헌은 번아웃 됐고 다 내려놓고 싶어하잖아요. 그럴 때 저한테 어디 갈래, 하면 첫째가 북한이에요. 잘 모르니까. 두 번째가 아르헨티나죠. 물리적으로 징글징글하게 먼 곳, 비행만으로 녹다운되는, 지구본의 대척점이어서 상징적으로 쓴 게 있죠.”
새해맞이 장식과 인파가 넘실대는 서울 거리 모습도 반갑다.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서울 청계천‧남산타워‧명동‧신촌‧코엑스광장 등에서 촬영했다. 코로나19로 실종된 연말연시 분위기를 대리만족할 만하다.

데뷔작 '키친' 속편, '비포' 시리즈처럼 해보고파 

'새해전야'에서 오랜 연인 사이인 원예사(왼쪽부터)와 패럴림픽 국가대표로 호흡 맞춘 최수영과 유태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새해전야'에서 오랜 연인 사이인 원예사(왼쪽부터)와 패럴림픽 국가대표로 호흡 맞춘 최수영과 유태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전야’ 시리즈의 매력으로 각 주제에 맞는 밀도 높은 감정을 꼽은 홍 감독은 3부작을 이룰 마지막 작품 ‘졸업전야’도 구상 중이라 밝혔다. “‘새해전야’에선 특히 외로움이 시작이었어요. 우리 모두 외롭잖아요, 사실? 그냥 다 말 안 하는 거잖아요. 근데 그럼 좀 어때요. 염혜란씨 대사처럼 ‘외로우면 잘 되고 있는거야. 너만 외로운 건 아니거든’ 그 얘기를 위로처럼 건네고 싶었어요.”
“외로움에서 파생되는 감정이 많다”는 그는 2009년 신민아‧김태우‧주지훈 주연으로 독특한 삼각관계를 그린 연출 데뷔작 ‘키친’의 속편 계획도 귀띔했다. “10년 후 그들은 어떻게 됐을지를,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처럼 해보고 싶다. 그때 외로웠는데 우리가 관계를 맺고 다른 사람을 찾고 해서 충족되었나, 그다음의 이야기”라면서다. “제 영화는 똑같은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우리 행복할 수 없을까. 그 감정을 기반해 다양한 장르적 실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새해전야' 촬영팀이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폭포에서 촬영 중인 모습이다. 한국영화에서 이구아수 폭포를 촬영한 것은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새해전야' 촬영팀이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폭포에서 촬영 중인 모습이다. 한국영화에서 이구아수 폭포를 촬영한 것은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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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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