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자율 주행 프로그램 사용한 자가용 운전자, 특허 침해?

중앙일보

입력 2021.02.11 11:00

[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30)

내비게이션이 널리 상용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면 길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며 이 기술을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시선이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 차량 필수품이었던 도로 지도를 통해 길을 익혔던 이들은 여전히 과거의 시점에서 신기술을 보았던 것이다. 완전 자율 주행 기술의 출현을 눈앞에 둔 지금도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의 이슈로 인해 이 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한편, 과거 내비게이션이 출시되기 전에도 관련 특허 출원이 크게 증가한 바 있듯이, 자율 주행에 대한 특허 출원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래 차량의 성능과 가치는 지금처럼 출력, 속도, 연비와 같은 하드웨어적 요소가 아니라 자율 주행 기능과 같은 소프트웨어적 요소에 의해 결정될 것이기에 관련 기술의 개발 및 특허 출원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특허를 출원할 때에는 신기술이 사용되는 장래 환경을 예측하여 특허청구범위를 작성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애써 받은 특허도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장래에 자율주행 프로그램이 차량 내부에 설치될 것인지 아니면 차량의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외부 서버에 설치될 것인지부터 생각해보자.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사의 자율 주행 프로그램의 기능 개선을 위한 패치 파일을 서버를 통해 고객 차량으로 주기적으로 전송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테슬라코리아]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사의 자율 주행 프로그램의 기능 개선을 위한 패치 파일을 서버를 통해 고객 차량으로 주기적으로 전송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테슬라코리아]

통신 네트워크의 상태와 상관없이 도로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판단과 차량 제어를 위해서 자율 주행 프로그램은 장래에도 외부 서버가 아닌 차량 내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차량에 설치된 자율 주행 프로그램은 당연히 주기적으로 성능 개선 및 보완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현재와 같이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실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지금 테슬라가 하고 있듯이 자동차 메이커들은 각자 자사의 자율 주행 프로그램의 기능 개선을 위한 패치 파일을 서버를 통해 고객 차량으로 주기적으로 전송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만약 경쟁사가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을 모방하여 동일한 기능을 갖는 프로그램을 자사의 고객 차량으로 전송하고 있다면 이런 경우 우리 회사(A사)는 경쟁사(B사)를 상대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먼저 B사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A사가 확보해 소스코드의 유사성을 인정받는다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통상 2진 파일(binary file) 포맷인 실행파일 형태로 배포되므로 소송을 통한 강제적 절차에 의하지 않는 한 소스코드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소스코드를 확보한 경우라도 소스코드의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프로그램이 동일한 기능을 실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을 수 없다. 저작권이 보호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기능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표현(소스코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A사는 자율주행 프로그램에 대해 특허를 받아둠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프로그램 특허의 성공적인 보호를 위해서는 자신의 프로그램이 제3자에 의해 사용되는 다양한 형태를 예상하고 이에 맞추어 특허청구범위를 작성해야 한다.

위의 사례에서 B사는 자사의 서버에 프로그램을 업로드하고, 서버를 통해 프로그램을 고객 차량으로 전송하며, 고객 차량은 전송받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프로그램의 업로드, 프로그램의 전송, 프로그램의 사용 이렇게 3가지 행위를 모두 제재할 수 있도록 특허청구범위를 작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차량에 설치된 자율 주행 프로그램은 당연히 주기적으로 성능 개선 및 보완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현재와 같이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 pxhere]

차량에 설치된 자율 주행 프로그램은 당연히 주기적으로 성능 개선 및 보완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현재와 같이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 pxhere]

현행 특허법상 발명은 크게 물건 발명과 방법 발명으로 구분되며 프로그램 또한 물건 또는 방법 발명의 형태로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프로그램 자체는 특허법상 물건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물건 발명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하드웨어와 결합한 상태로 특허청구범위를 작성해야 한다.

위의 사례에서 프로그램과 결합된 하드웨어는 프로그램이 저장된 서버와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한 차량 단말기이므로 특허청구범위에도 이들을 각각 기재함이 바람직하다. 만약 B사가 프로그램을 USB 등의 기록 매체에 저장해서 고객에게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프로그램이 저장된 기록 매체 또한 청구범위에 기재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 프로그램이 업로드된 서버를 설치 및 운영하거나, 프로그램이 저장된 기록 매체를 제공한 B사의 행위는 모두 A사의 프로그램 특허를 침해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이 설치된 차량을 운행한 운전자도 특허를 침해한 것일까? 특허 침해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특허발명의 실시가 개인적 실시가 아닌 업으로서의 실시이어야 하는데 프로그램이 설치된 차량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라면 운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를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택시와 같은 영업용 차량이라면 이는 특허 발명을 업으로서 실시한 것으로 인정되어 운전자 또한 프로그램 특허를 침해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위의 사례에서 B사가 서버를 통해 프로그램을 전송하는 행위를 제재할 수는 없을까? A사가 프로그램을 방법 발명의 형태로 특허청구범위에 기재하였다면 가능하다.

현행 특허법상 방법 발명의 특허권자는 방법의 사용 행위뿐만 아니라, 방법의 사용을 청약하는 행위까지 제재할 수 있는데 프로그램의 전송 행위는 프로그램을 통한 방법의 사용을 청약하는 행위로 인정되므로 프로그램의 전송 행위 또한 특허 침해가 성립되는 것이다.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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