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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부 자화자찬하는 동안 일자리 100만 개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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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엔 100만 개가 사라졌다. 반시장 정책을 수정해야 이 고비를 넘길 수 있겠지만 정부는 세금주도형 알바 일자리만 고집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노원구 일자리박람회 모습. 우상조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엔 100만 개가 사라졌다. 반시장 정책을 수정해야 이 고비를 넘길 수 있겠지만 정부는 세금주도형 알바 일자리만 고집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노원구 일자리박람회 모습. 우상조 기자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은 또 한 번 일자리 쇼크를 경험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8만2000명이나 줄었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12월(128만 명 감소) 이후 최대치다. 일자리만 놓고 보면 국민은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했던 외환위기 때만큼이나 벼랑 끝에 몰린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반시장 정책의 민낯 #고령층 단기 알바로는 고용 참사 못 막아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항력적·대내외적 환경을 내세우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다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탓에 국내 고용 사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숫자로 드러날 때마다 정책을 주도한 청와대에선 “조만간 개선” “상당히 호전”이라는 혹세무민 구호를 반복하고, 정부는 재정으로 고령층 단기 일자리만 늘렸다. 지난 4년간 100조원이 넘는 고용예산을 쓰면서도 좋은 일자리는 점점 사라져갔다.

코로나 이후에도 이런 정책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시장을 거스른 정책부터 수정해 외부의 강한 충격에 대응해야 했지만, 고집스레 기존 정책을 고수하느라 우리 사회 중추인 40대 가장의 일자리와 미래를 책임질 20대 일자리가 동시에 줄어들었다. 여기에다 K방역이라는 명분으로 지난 1년 동안 사실상 아무 대가 없이 무차별적인 업장 폐쇄나 영업제한을 반복하면서 서비스업은 고사하다시피 했다. 사라진 일자리 대부분이 서비스업 취업자(89만8000명)인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어제 관계장관회의에서 “고용시장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인식한다”고 했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과연 작금의 엄중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홍 부총리는 “1분기 중에 정부가 지자체와 함께 직접 9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나라 곳간을 축내며 단기 알바로 통계수치만 개선하는 기존 고용정책을 재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곳간 사정이 넉넉했던 문재인 정부 초기와도 사정이 많이 다르기에 더욱 우려스럽다. 코로나 지원금을 앞세워 선거용 퍼주기를 지속하느라 지난해 재정적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 1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지난해는 전년도보다 국세가 8조원가량 덜 걷히는 등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세수가 줄어들면서 재정 압박과 관련한 경고음이 더욱 거세게 울리고 있다. 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가 급감한 탓이다.

이런 와중에 당장 급하다고 단기 알바 일자리만 고집해선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 정석대로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이제라도 고용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기업을 짓누르는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