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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기 잘못 사서···화이자 접종가능 인원 20% 날아간 일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17일부터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일본에서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접종 가능 인원이 대폭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했다.

화이자와 '병당 6회 접종'으로 7200만명 분 계약 #정부 구입 주사기론 5회밖에 접종 못해.."1회분 폐기" #"지난해 말 화이자 통보 받고도 늑장 대응" 비판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해 보급 중인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해 보급 중인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10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당초 화이자와 '백신 1병당 6회 접종'을 기본으로 계산해 총 7200만 명분(1억4400만 회분)을 계약했다. 하지만 후생성이 확보한 주사기로는 1병당 5회 접종분밖에 채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주사기 구입 착오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는 인원이 20% 가까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화이자는 작은 병에 일정량의 백신을 넣어 각국에 공급하는데,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주사기로는 5회분을 주사한 후 주사바늘과 통에 일정 분량이 남는 문제가 있었다. 남는 백신을 활용하기 위해 최소잔량주사기 사용이 권장됐고, 화이자는 특수제작된 이 주사기를 사용할 경우 1병당 6회까지 접종할 수 있다고 지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달부터 6회분 채취를 방침으로 정해 화이자로부터 공급받는 2억 회분의 백신 공급 시기를 예정보다 2개월 앞당겨진 올해 5월 말까지로 수정했다. EU(유럽연합)와 영국 등도 하나의 병에서 6회 접종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후생성은 지난해 말 화이자로부터 '1병당 6회 접종을 검토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도 새로운 주사기 도입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달 말 공식 연락을 받은 후에야 현재 구입한 2억개 이상의 주사기로는 1병당 5회밖에 채취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9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병당 6회를 채취하려면 특수 주사기가 필요한 데 지금 필요한 만큼의 특수 주사기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인정했다. 이어 "후생성에서 '1병당 5회'로 지침을 개정해 지자체에 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일본 정부가 기존에 확보했다고 발표한 화이자 백신 물량이 6분의 1 줄어드는 셈이 되면서 접종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이후 특수 주사기를 확보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를 준비하지 않아 공급받은 백신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본 정부는 17일부터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접종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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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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