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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협회 이성준 회장이 신문 부수 결과 왜곡에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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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용학 ABC협회 전 사무국장. 이성준 회장의 불공정 개입을 주장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박용학 ABC협회 전 사무국장. 이성준 회장의 불공정 개입을 주장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내 유일의 신문 부수 인증기관인 한국ABC협회의 이성준 회장이 특정 신문사에 유리하도록 공사(公査) 결과를 왜곡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용학 전 ABC협회 사무국장은 지난 2일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이 회장이 신문사의 민원을 받고 담당 공사원을 질책하며 결과를 수정하게 하는 등 협회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공개했다. 현재 ABC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ABC협회의 부실공사에 대한 내부 진정서가 문체부 미디어정책과에 접수된 데 따라서다. 정부가 ABC협회의 신문 부수 공사 불공정 의혹을 정식으로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용학 전 협회 사무국장 폭로 #‘특정 신문 부수 많게’ 기준 제시 #담당 직원 질책하고 결과 수정 #불량지국 실사 대상서 빼주기도

회장이 어떻게 결과를 왜곡했다는 건가.
“회장이 ‘정무적 판단’을 앞세워 공사에 적극적으로 개입, 본인 의도대로 조정하고자 했다. 2018년엔 순위 다툼이 있었던 A, B 두 신문사 중 A신문에 대해서만 공사팀에 공사를 철저히 하라고 수차례 당부했다. 이유는 해당 신문은 ‘기업형 분식’이고, B신문은 ‘생계형 분식’이어서라고 그는 주장했다. B신문 부수가 많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ABC협회의 신문 부수 인증은 협회 공사원들이 각 신문사의 표본 지국을 방문 조사해 산정한 유가율(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을 토대로 이뤄진다. 박 전 국장은 “2015년 이 회장 취임 이후 시스템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공사팀장→사무국장→회장’의 체제로 보고가 진행됐는데, 이 회장이 들어오면서부터 사무국장이 제외됐다”고 말했다.
공사팀에 대한 회장의 영향력이 커진 것인가.
“그렇다. 2018년엔 C신문 공사를 진행하고 있던 공사원 두 명에게 공사팀장이 부수 임의 수정을 요청했다. 두 사람이 거부하자 팀장은 회장에게 보고하겠다며 압박했고, 2019년부터 이들을 주요 일간지 공사 업무에서 배제했다. 2019년 C신문 공사엔 회장 지시에 잘 순응하는 공사원을 집중 배치해 95% 이상의 성실률(신문사가 주장하는 유가부수 중 ABC협회가 인정하는 비율)을 맞췄다. 또 원래 협회 관리시스템을 통해 이뤄졌던 부수 보고를 2018년부터 공사팀장이 메일로 받는 방식으로 바꿨다. 관리시스템 안에서는 의당 기록으로 남았던 부수 수정 과정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졌으니 인적 개입 요소가 많아진 것이다. 신뢰성 제고보단 개인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문 부수 공사(公査) 불공정 논란에 휩싸인 이성준 ABC협회 회장.

신문 부수 공사(公査) 불공정 논란에 휩싸인 이성준 ABC협회 회장.

박 전 국장에 따르면 이 회장은 표본 지국 선정과 지국 실사 이후 부수 보정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회장이 특정 신문사 담당 국장의 전화 부탁을 받고 표본 지국을 교체해 불량한 지국이 실사 대상이 되는 것을 막았다”는 것이다. 또 “이전에는 지국 현장에서 제시된 자료 외의 보정자료를 인정하는 사례가 흔치 않았는데, 이 회장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보정자료를 인정하게 해 결과를 직접적으로 왜곡했다”고 말했다.

공정성이 책무인 ABC협회 회장이 그렇게 전횡을 휘두르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BC협회의 이사진은 신문사와 광고주가 5:5로 구성돼 있다. 이 회장은 신문사들 측에 밀착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원래 이 회장의 임기는 올해 2월까지인데, 공공연히 자신이 더 오래할 수 있다고 조직원들에게 이야기했다. 중임을 했고, 세 번 하는 건 안 되지만 2018년 개정된 협회 정관에 ‘공로와 경험이 있는 사람을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고문으로 추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미 협회에 고문실도 만들어뒀다.”

1992년 ABC협회에 들어가 2015년까지 공사 업무를 담당했던 박 전 국장은 협회 운영의 문제점을 줄곧 제기해오다 지난달 31일자로 해고됐다. 해고 사유는 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한 협회 운영금 6억원 중 3억원을 회수하지 못한 책임이다. 박 전 국장은 “비슷한 손실을 본 기관들이 담당자를 전보 조치한 데 비해 해고는 과도한 징계”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전 국장의 주장에 대해 이성준 ABC협회장은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화로 답변하기 곤란하다. 공문을 보내라”고만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반론보도] 한국ABC협회 관련

본지 2월 10일자 “ABC협회 이성준 회장이 신문 부수 결과 왜곡에 개입” 제하의 기사와 관련해 한국ABC협회는 “부수공사 실사에 실무 담당자 외에는 이 회장을 포함한 외부 개입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전임 사무국장이 지난 1월 말 해고된 것은 과거 협회의 문제점을 제기해온 것과 관련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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