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쏘아올린 '비트코인 결제'…다음은 애플이 뛰어든다?

중앙일보

입력 2021.02.09 18:04

업데이트 2021.02.09 18:15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E3 게임쇼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E3 게임쇼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가 이번에는 우주선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8일(현지시간)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인 코인데스크에 이런 표현이 등장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을 투자했다는 것과 향후 전기차 구매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추가하겠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다. 테슬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테슬라, 비트코인에 1조7000억 투자
"비트코인으로 자동차 살 수 있게 돼"
큰 변동성과 당국 규제 걸림돌 될 듯

머스크가 쏘아 올린 '비트코인 결제론'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값은 9일 오후 4시 30분 기준으로 전날보다 22.19% 오른 4만7811달러(약 5340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8904억달러)이 테슬라(8207억 달러)마저 제쳤다”고 전했다.

'테슬라 효과'에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9일 서울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테슬라 효과'에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9일 서울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암호화폐에 날개를 달아준 테슬라의 행보에는 머스크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지난 1일 오디오 전용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와 인터뷰에서 “8년 전에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다”며 “나는 비트코인의 지지자”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 프로필 해시태그에 ‘비트코인’을 추가했다가 삭제했다.

야후 파이낸스는 “머스크는 비트코인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테슬라는 비트코인에 투자한 기술기업 중 가장 큰 곳”이라고 평가했다.

2019년 ‘오프라인 아웃’을 선언하며 딜러 등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 직접 차를 판다고 선언한 테슬라가 차량 결제 수단에 비트코인을 추가하는 것은 온라인 판매에서 우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 속에 벤츠·BMW 등 딜러 네트워크에 의존하던 기존 업계 강자도 온라인 판매에 힘쓰며 판도가 달라졌다. 테슬라로선 결제 방식을 진화시켜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었다. 미 CNBC 방송은 “테슬라는 주요 자동차 업체 중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아들인 첫 회사”라고 전했다.

급등하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급등하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쓴 첫번째 기업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비트코인 초창기에는 포르노 업계와 마약판매상 등이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AT&T, 홈디포 등으로 기업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체 중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쓰겠다고 나선 곳은 테슬라가 사실상 처음이다. 자동차와 같은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데 가치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위험이 커서다.

때문에 머스크가 쏘아올린 '비트코인 결제론'은 시장에 충격을 줬다는 평가다.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의 멜템 데미로르스 최고전략책임자는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가 수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테슬라의 뒤를 따를 거란 얘기다.

마이크 노보그래츠갤럭시디지털 창업자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선구자”라며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이나 달러 약세 위험을 분산(헤지·hedge)하기 위해 많은 자금을 비트코인에 옮겨 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소비 주체인 밀레니얼·Z세대를 염두에 둔 조치로도 풀이된다. 노보그래츠는 “이들은 암호화폐를 자신들의 돈이라 여긴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에 이어 애플도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은 보고서에서 “애플이 암호화폐를 사들이는 또 다른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BC는 “경쟁자가 많은 애플카 사업보다, 기존 ‘애플 월렛’을 활용해 암호화폐 거래 사업에 진출하면 시장점유율을 잠식하며 산업 구도를 뒤엎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잠재적으로 연 400억 달러의 수익을 낼 것으로 추산했다.

그럼에도 암호화폐의 변동성 등으로 인해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시도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크리스토퍼 슈워츠 얼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마켓워치에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회사 자금을 투자한 것은 끔찍한 전략”이라며 “어떤 공급업체도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받지 않는다. 테슬라가 리스크를 만들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비트코인의 가치는 전통적인 일반 통화와 비교할 때 크게 움직인다”며 “비트코인을 보유한 업체엔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주가가 오른 지금이야 주주들이 환영하지만,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테슬라 수익이 줄어든다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로이터=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로이터=연합뉴스]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변수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19일 인준 청문회에서 “많은 암호화폐가 주로 불법 금융에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돈세탁이 안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후 파이낸스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수단 도입이 달러화 대체로 판단되면 규제 당국이 주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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