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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언론에 대한 징벌적 배상 법안 2월 처리…"탄압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 상생TF 단장을 맡은 노웅래 최고위원(가운데)이 9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TF는 신문·방송 등 언론에 대해 최대 3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 상생TF 단장을 맡은 노웅래 최고위원(가운데)이 9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TF는 신문·방송 등 언론에 대해 최대 3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오종택 기자

174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신문·방송 등 언론에 대한 최대 3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2월 임시국회에서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민주당은 또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대해서도 허위정보를 걸러내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민주당 미디어·언론 상생 태스크포스(TF)는 9일 오전 회의를 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명문화한 정보통신법 개정안을 포함한 6대 언론 규제법안 목록을 확정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에는 언론과 포털이 다 포함된다는 대원칙 하에 입법을 진행하기로 결론이 났다”며 “가능한 2월 중점처리법안에 이런 원칙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하고, 미진한 부분에 대해선 추후 신속히 입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 바꾼 민주당 

당초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대상에 언론은 제외하고, 유튜브와 SNS 게시물 등 온라인 허위·왜곡 정보만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했다.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정보통신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윤영찬 의원 역시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언론은 포함되지 않는다. 1인 미디어나 SNS 게시물 등을 규제하는 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방침은 이후 달라졌다. 강성 지지층들을 중심으로 “왜 언론만 ‘가짜 뉴스’ 규제의 적용대상에서 빼느냐"는 반발이 일었기 때문이다. 〈2월 9일자 14면〉

결국 민주당은 9일 TF차원의 논의를 거쳐 언론 기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TF를 이끄는 노웅래 최고위원은 방침 전환에 대해 “윤 의원 안은 가짜뉴스가 가장 범람하는 곳이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라고 봤기 때문에 그 부분을 주요 타깃으로 했던 것”이라며 “(처음에도) 언론을 빼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의 2월 국회 ‘언론 규제’ 중점 법안 목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민주당의 2월 국회 ‘언론 규제’ 중점 법안 목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민주당 TF는 이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포함한 6개의 언론규제 법안을 2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논란이 되었던 동일 지면·분량 정정보도 입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최초 보도의 2분의 1에 달하는 시간·분량·크기로 보도하도록 일부 완화했다.

전문가·야당 “결국 언론 탄압법”   

야권은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언론에 대해 중압감을 주기 위해 그런 시도를 하는 것 같은데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니다”라며 “뭘 그렇게 조급하게 하려는지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죽이기, 법관 탄핵에 이어 언론에까지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언론개혁법’은 언론 재갈법, 협박법”이라고 규정하며 “가짜뉴스를 명분으로 재갈 물리는 재갈법,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협박법이다. 국민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언론 방송 장악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질서의 기둥에 해당하는 기본권”이라며 “언론을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으로 하는 법안은 중대한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언론이 잘못된 보도를 할 경우 부작용이 많은 것은 맞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민주주의 발전에 근본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법을 만들고 추진할 게 아니라 신중한 공론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을 뒤집어 야당이 됐을 때를 생각해보면 입에 재갈이 물리는 것과 다름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현행 제도로도 언론의 허위·왜곡 보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과잉 입법’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9월 윤영찬 의원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나 형법상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되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허 석좌교수도 “현행 민법·형법으로도 언론에 책임을 추궁할 방법이 있기 때문에 (언론에 대한 손해배상 제도는) 불필요하며 위헌적인 제도”라며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공영방송의 편파성부터 해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에도 MBC 기자 출신인 노웅래 최고위원은 “해당 법안들은 언론의 보도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을 위한 ‘피해구제법’이지, 언론규제나 탄압법 아니다.20년 기자 양심을 걸고서 하는 법이니 잘못 되거나 정쟁으로 흐르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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