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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방지 홀로그램, 루왁 학대 없는 발효커피…휴먼테크논문 대상

중앙일보

입력

“복제가 불가능한 수준의 홀로그램 제작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심사위원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신 것 같습니다.”

9일 제27회 ‘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오종원(30)씨의 수상 소감이다. 오씨는 이번에 미세 ‘공액 고분자’ 입자의 내부에 위조 식별 정보를 다중적으로 숨겨놓는 제조 기술을 연구·개발한 논문으로 상을 받았다. 공액 고분자는 반도체처럼 전도성이 있는 고분자를 말한다. 오씨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제27회 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UNIST 박사과정 오종원씨. [사진 삼성전자]

제27회 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UNIST 박사과정 오종원씨. [사진 삼성전자]

미세입자에 다중 홀로그램 숨겨

오씨가 새로 개발한 공액 고분자 입자는 보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특성(구조색)이 있다. 이 입자를 물에 담그면 구조색이 사라지면서 입자 내부에 저장된 3차원 홀로그램(입체 문양)이 나타난다. 또 빛을 비추면 3차원 홀로그램 형광 패턴이 생긴다.

이 기술은 격자무늬나 빗살무늬 같은 ‘마스크 필터’ 사이로 빛을 통과(masking)시켜 광경화 공액 고분자에 가해지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광경화란 빛을 쪼이면 액체가 고체로 굳는 성질을 말한다. 공액 고분자에 닿는 빛의 양에 따라 고분자의 굳기와 굴절률 등이 3차원적으로 달라져 구조색과 홀로그램 문양이 나타나게 된다.

오씨는 “학생증에 붙어있는 홀로그램 스티커를 보고 ‘공액 고분자로 구조색과 문양을 구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오씨가 제출한 방대한 데이터양에 놀랐다고 한다. 오씨는 “앞으로 실생활에 쉽게 적용 가능한 고분자 시스템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씨의 논문은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에 지난달 4일(현지시간) 게재됐다.

“동물학대로 만든 커피 보고 연구 착안”

전통 발효주에서 미생물을 채취해 커피 생두에 접종하는 방식으로 발효커피 제조법을 연구한 박새롬(18·충북과학고 2학년)양은 고교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제27회 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 고교 부문 금상을 수상한 충북과학고 2학년 박새롬양. [사진 삼성전자]

제27회 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 고교 부문 금상을 수상한 충북과학고 2학년 박새롬양. [사진 삼성전자]

기존의 발효커피는 커피 열매를 먹은 사향고양이(루왁)의 배설물에서 채취한 원두를 가공해 만들었다. 루왁의 대장 내 균들이 커피 원두를 발효시켜 쓴 맛이 제거되고 부드러운 맛으로 바뀐다고 알려졌다.

박양은 “발효커피를 다량으로 채취하기 위해 루왁을 좁은 철창에 가두고 24시간 커피 열매를 먹이는 등 동물 학대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학교 과제를 하다 알게 됐다”며 “동물 학대를 막을 방법을 생각하다 이런 연구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박양은 루왁의 대장 속에 있는 균을 대체할 유사한 균을 찾으면 커피 원두를 발효시킬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균주는 한국의 발효주에서 찾아냈다. 실험 결과 아미노산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항화합물이 관찰됐고, 기기 분석을 통해 발효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논문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주제의 참신성과 실용화 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양은 “향후 환경공학과에 진학해 다양한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수상자 114명 “미래 과학기술 주역 발굴”

휴먼테크 논문대상은 1994년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 주역을 발굴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삼성전자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앙일보가 공동 후원한다. 올해는 대상 1명을 포함해 대학과 고교 부문에서 114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매년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진행하던 오프라인 시상식을 취소하고, 이날 우편으로 상장을 발송했다.

이건우 심사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치열한 경쟁과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며 “모든 수상자는 자부심을 갖고 지속해서 연구에 매진해주길 바라며, 앞으로도 휴먼테크 논문대상이 우수한 과학인재 발굴에 공헌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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