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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가 헝클어놓은 집단면역 전략…英 "독감처럼 매년 맞는 방안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를 끌어올려 연내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주요국들의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영국, 남아공 등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는 데다 백신의 공급도 곳곳에서 차질이 생기면서다.

그러자 집단 면역은 어려울 것이란 주장과 함께 독감처럼 매년 백신을 접종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덴마크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레드랜드의 미션 커먼즈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모습. [로이터=뉴스1]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덴마크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레드랜드의 미션 커먼즈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모습. [로이터=뉴스1]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선도적인 과학자들이 백신 프로그램 목표의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들은 각종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은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7일 남아공의 백신 과학자인 샤비르 마디 비트바테르사란트대 교수는 “대응의 초점을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확보보다 취약한 집단을 보호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단 면역 달성보다는 우선 사망 가능성이 있는 중증 환자를 줄이는 데 촛점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다.

이 같은 주장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 연구진의 시험 결과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7일 연구진 발표에 따르면 참가자 20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경증, 혹은 중간 정도 증상을 막아주는 효과는 22%에 그쳤다. 기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이 75%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반면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다. 같은 날 연구 보고서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발 변이는 미국에서 9.8일마다 양성 판정 사례가 2배로 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남아공에서도 현재 신규 코로나19 확진자의 90% 정도가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보고되고 있다.

백신 접종 속도도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현재 속도로 진행될 경우, 전 세계 인구의 75%가 접종받는 데 7년이 걸릴 것이라고 추산되는 상황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과 관련한 궁금증 등을 묻고 답하는 시민참여형 특집 브리핑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 정은경 청장.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과 관련한 궁금증 등을 묻고 답하는 시민참여형 특집 브리핑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 정은경 청장. 연합뉴스

여기에 변이 확산에 2차, 3차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나딤 자하위 영국 백신 담당 정무차관은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가을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감 예방접종처럼 어떤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지 보고 그에 맞는 백신을 신속히 생산한 뒤 접종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을 주도한 세라 길버트 옥스퍼드대 교수는 “남아공 변이에 효과적인 백신을 가을까지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백신 관련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진 뒤 앞으로 몇 년간 코로나19 백신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독감 백신과 유사하다. 새로운 변이가 발생할 때마다 다시 백신을 접종해야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국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3명이 추가돼 모두 54명으로 늘어났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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