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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1위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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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성훈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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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하이브리드가 아닌 순수 전기차를 기준으로 중국에선 지난 2018년 127만 대, 2019년 136만 대가 팔렸다. 그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220만 대(출처:WARDSAUTO.com). 전기차의 61%가 중국에서 팔린 셈이다.

그래서일까. 베이징 시내를 다니다 보면 전기차가 곧잘 눈에 띈다. 번호판부터 다르다. 일반 가솔린 차량은 짙은 파란색인데 전기차 번호판은 옅은 녹색이다. 영업용 호출 차량인 중국판 우버 ‘디디’(滴滴·Didi)는 이미 상당수가 전기차다. 하루 200㎞를 달릴 수 있는 31㎾H 배터리를 완충하는데 드는 전기료가 18위안(3000원) 정도라고 한다. 가솔린차가 100㎞에 평균 1만 원 정도 주유비가 드니 6분의 1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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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인 건 알겠는데 충전의 불편함은 어떻게 하나. 디디 기사에 물어봤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밤에 집에서 충전하면 됩니다.” 아파트에도 공용 충전 시설이 설치돼 있다는 것일까. 비결은 중국의 아파트 주차장 관리 방식에 있었다. 우리나라 아파트엔 본인 주차장 자리가 따로 없다. 중국은 다르다. 입주민 차량은 개별적으로 자리가 지정된다.

정확히는 아파트와 별개로 주차장을 따로 월 사용료를 내고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세입자가 주차장이 필요 없으면 집 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주차장만 빌려주기도 한다. 공용 주차장이지만 실질적으로 개인 차고나 다름이 없다. 때문에 주차장에 개별 전기차 충전 시설 설치가 가능하다. 물론 비용도 본인이 따로 낸다.

하나 더. 중국은 전기 사용량에 따른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에선 한 달에 전력을 400㎾ 이상 쓰면 가장 비싼 3단계 요금을 내야 하는데 4인 가족 월평균 사용량은 280㎾ 정도다.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라지만 여름철 에어컨을 틀 때마다 신경이 쓰이기 일쑤다. 그런데 중국엔 누진 적용이 없어 전기차 충전으로 인한 별도 부담은 없다. 쓰는 만큼 내면 된다.

요즘엔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나선다고 해 세계가 들썩인다. 차 시장에서 아이폰과 같은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거란 기대감이 번진다.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퇴출까지 선언하고 나섰다.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판매량이 저조한 한국도 현대·기아차가 전기차와 배터리 기술에 14조 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잰걸음이다. 그래서다.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는 전기차 개발에 한국도 사소한 듯 커 보이는 아파트 주차장 이용 방식 변경을 대안으로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성훈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