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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조원 짝퉁시장, 한국산 ‘AI 보안관’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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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류 바람을 타고 ‘A라면’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선 겉모양만 비슷한 짝퉁상품이 늘어나 생산업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A라면 뿐만 아니다. 아마존·알리바바 등에서 팔리는 제품 중 3~10%는 짝퉁이라는 게 정설이다. 지난해 전 세계 온라인 시장에서 거래된 위조상품은 1000조원대로 추정된다. 예전 같으면 회사 측에서 일일이 현장을 찾아 ‘짝퉁 소탕’을 하는 게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마크비전’ 이인섭·이도경 창업자 #“짝퉁 잡아내는 AI 알고리즘 개발 #수작업보다 비용·시간 확 줄어” #아마존·알리바바·쿠팡 24시간 감시 #랄프로렌·삼양식품 등 주요 고객

인공지능(AI)으로 위조상품을 감별하는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 마크비전의 이인섭 대표(왼쪽)와 이도경 부대표. 우상조 기자

인공지능(AI)으로 위조상품을 감별하는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 마크비전의 이인섭 대표(왼쪽)와 이도경 부대표. 우상조 기자

이런 혼탁한 시장을 바꿔보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몰에서 위조상품을 걸러내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내놓은 마크비전이다. 마크비전은 아마존·이베이(미국), 알리바바·타오바오(중국), 쿠팡·네이버(한국) 등 10개국 25개 업체와 연계해 위조상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이 정품의 이미지·가격·리뷰 등을 학습한 후, 이를 기반으로 24시간 내내 해당 업체 사이트에 올라온 위조제품을 찾아낸다. AI가 ‘위조’라고 판별하면 곧바로 사내 현황판에 뜨고 실시간으로 고객사에 전달된다. 이 회사가 고객사별로 매달 찾아내는 위조상품은 평균 2000~3000개에 이른다. 건당 적발 비용은 수작업했을 때와 비교해 50분의 1 수준이다. 적발 시간은 3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마크비전 AI, 위조상품 잡는 법

마크비전 AI, 위조상품 잡는 법

지난 5일 만난 이인섭(31) 대표는 “위조상품을 걸러내는 정확도가 90~92%”라며 “여기서 중요한 건 속도”라고 강조했다. 마크비전의 경우 AI가 찾아낸 다음 해당 사이트에서 내려지는 데 평균 2~3일, 이르면 하루쯤 걸린다. 과거에는 짝퉁 업체와 소송을 하는데 보통 3~5년이 걸렸다. 마크비전은 2019년 1월 창업해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랄프로렌코리아와 삼양식품, 레진코믹스 등이 주요 고객이다. 흔히 위조상품이라고 하면 명품이나 화장품 등을 떠올리지만 웹툰 제작사와 계약했다는 게 흥미롭다. 이도경(30) 부대표는 “웹툰에서 인기 캐릭터가 탄생하면 저작권을 위반한 굿즈(기획상품)가 유통되기도 하는데,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또한 이 부대표는 “고객사 중에 스트리트패션 업체가 있는데 위조상품 때문에 매출이 30%까지 잠식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스타트업 콜라보스페이스의 ‘블록’ 사례를 들었다. 이 부대표는 “블록은 정식으로 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중국·동남아에서 디자인을 무단 도용해 팔렸다”며 “이때 마크비전의 모니터링으로 제거된 위조상품 규모가 150억원어치”라고 했다. 그는 “건강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생겼다”고 했다.

숫자로 본 위조상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숫자로 본 위조상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마크비전은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서 유통되는 위조상품을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도 조만간 출시한다. 지난달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의 투자육성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이 대표는 “특정인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합성해 범죄에 이용하는 ‘딥페이크’나 저작물 보호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모니터링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마크비전을 온라인 공간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을 지키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인섭 대표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맥킨지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공동창업자인 이도경 부대표와 의기투합한 것도 이즈음이다. 이 부대표는 코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EY한영과 호텔예약 플랫폼 데일리호텔 등에서 근무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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