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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주 통했다…‘승리호’ 출격하자마자 넷플릭스 세계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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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국 최초 SF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 ‘승리호’는 지난해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19로 연기 끝에 5일 넷플릭스 출시했다. (왼쪽부터)승리호 기관사 타이거 박, 로봇 업동이, 조종사 태호. [사진 넷플릭스]

한국 최초 SF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 ‘승리호’는 지난해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19로 연기 끝에 5일 넷플릭스 출시했다. (왼쪽부터)승리호 기관사 타이거 박, 로봇 업동이, 조종사 태호. [사진 넷플릭스]

송중기·김태리 주연의 제작비 240억 원대 우주 SF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가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 출시 하루 만에 한국·프랑스·핀란드·방글라데시·말레이시아 등 16개국 넷플릭스 1위를 휩쓸었고, 이튿날엔 러시아·덴마크·홍콩 등이 추가된 25개국에서 1위를 했다. 연일 전 세계 영화 순위 1위다. 지난해 9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재난영화 ‘#살아있다’가 한국 콘텐트 최초 세계 1위를 한 데 이어서다.

우주청소선 사는 네 찌질이 이야기 #평단 “긴장감 없다”vs“팝콘무비” #제작비 240억, 국내 VFX사 총출동 #“송중기 헤엄친 우주, 세트 아닌 CG”

‘승리호’는 ‘늑대소년’(2012)으로 706만 관객을 동원한 조 감독과 송중기가 다시 뭉친 영화다. “2092년 우주 청소선에 사는 4명의 찌질이들 이야기”(송중기)란 설명대로 71년 후, 사막화로 빈민화한 지구 대신 우주 위성 궤도의 새 보금자리 UTS가 건설된 미래가 배경이다. 태극기가 그려진 우주 청소선 승리호를 이끄는 장 선장(김태리)과 빈민으로 전락한 천재 조종사 태호(송중기), 엔진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는 인간 꼬마 형태의 대량살상무기 도로시를 발견하고 위험한 추격전에 나선다.

우주 배경은 모두 CG다. [사진 넷플릭스]

우주 배경은 모두 CG다. [사진 넷플릭스]

해외 비평 전문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평단 신선도는 100% 만점에 50%로 저조한 편. 아카데미 4관왕의 ‘기생충’, 조선 좀비 사극 ‘킹덤’ 등 한국만의 장르 재해석에 높은 점수를 매겨온 외신들은 ‘승리호’가 할리우드식 SF 구색 갖추기에 그쳤다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미국공영라디오(NPR) 영화방송 필름위크는 “엄청난 폭발이나 긴장감이 전혀 없다”며 스토리 전개를 꼬집었다. 반면 로튼토마토 일반 대중 신선도는 83%에 달했고, 대체로 가볍게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팝콘무비란 평가다.

한국 최초 모션캡처에 도전한 로봇 업동이 역의 유해진까지, 주연 배우들은 익숙한 매력을 고르게 발산한다. 한국 이름 ‘꽃님이’로도 불리는 도로시를 비롯해 몸만 자란 청소년 같은 성인 캐릭터들, 잔인함을 거세한 액션, 똥·방귀 등을 자주 웃음 요소로 쓴 대사는 ‘승리호’가 전연령 가족 관객을 겨냥한 가족 영화임을 각인시킨다.

 우주선 승리호는 오래된 부품으로 만들었다 는 설정이다. 견인차 등 디자인을 참고했다.

우주선 승리호는 오래된 부품으로 만들었다 는 설정이다. 견인차 등 디자인을 참고했다.

첨단 VFX(시각특수효과)도 눈에 띈다. 한국영화에선 본 적 없는 우주와 우주선 안팎의 전투, 미래 도시의 스펙터클을 위해 작성 단계부터 콘셉트 아트를 구상했고 국내 VFX회사 8곳, 정성진·정철민 VFX 슈퍼바이저 등 총 1000여명의 VFX 전문가가 참여했다.

봉준호 감독의 재난 판타지 ‘괴물’에 이어 ‘승리호’에 탑승한 조능연 프로듀서, 정성진·정철민 슈퍼바이저를 4일 e메일로 만났다.

정성진, 정철민, 조능연(왼쪽부터)

정성진, 정철민, 조능연(왼쪽부터)

지금껏 한국영화와 ‘승리호’의 VFX를 비교하면.
정성진=“한국의 메이저 CG 회사가 거의 최초로 다 모여 작업한 작품이다. 한국의 기술력이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한 가늠자다.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보다 하나의 한국영화로 잘 봐줬으면 한다.”
2092년 미래상은 어떻게 상상했나.
정성진=“조성희 감독도 저도 실사 촬영과 CG로 각각 구현한 우주가 잘 매칭될지 걱정이 있었다. 우주 속 한국인 조종사, 익숙지 않은 그림이다. 룩(Look)이나 리얼리티 측면에서 한국인의 정서를 잘 녹인 VFX여야 했다.”
배우의 움직임을 CG 캐릭터에 불어넣는 모션캡처를 한국 최초로 시도했는데.
조능연=“업동이는 금속 로봇이지만 감정이 확실하다. 위화감 없이 친근감을 불어넣을 배우는 유해진뿐이었다. 한창 무더운 여름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모션캡처 장비를 입고 땀 흘리며 연기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그의 목소리, 몸짓이 고스란히 업동이에 녹아들었다.”
모션캡처는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나.
정철민=“로봇 디자인을 먼저 하고, 이후 (업동이 디자인에 맞는) 헬멧 및 가슴·어깨 등 특수소품을 제작했다. 유해진 배우가 모션캡처용 수트를 입고 (움직임을 컴퓨터에 기록하기 위한) 마커가 달린 그레이 수트를 착용한 뒤 업동이 특수소품을 덧입고 그 위로 영화 의상(티셔츠·가운 등)을 또 입었다. 매 촬영 전 왼쪽·오른쪽으로 걷고, 팔을 움직이는 기본자세를 취한 후 컴퓨터 프로그램에 이런 움직임이 동기화되면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다. (후반 CG 작업을 위해) 유해진 배우와 함께 촬영한 다음 그가 없는 상황에서 다른 배우들이 같은 장면을 한 번 더 촬영하기도 했다. 이후 CG 애니메이터들이 모션캡처 데이터를 토대로 업동이의 손가락이나 머리가 덜 기울어진 부분 등은 배우의 연기를 참고해서 정교하게 잡아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업동이를 비롯한 영화 속에 나오는 여러 로봇 디자인은 어떻게 했나.
정성진=“유해진 배우와 비슷한 얼굴 등 업동이 디자인만 100여종을 했다. 조성희 감독의 구상을 바탕으로 지금 디자인이 나왔다. 정면 모습은 익살맞고 귀엽지만 업동이의 과거 등을 감안하고 보면 뼈대가 돌출되고 조금은 무섭게 생겼다. 그 부분을 대비되게 표현했다. UTS 기동대는 미래의 강력한 경찰 로봇, 로봇과 인간 중간쯤의 위압적인 모습으로 디자인했다.”
VFX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정철민=“우주 구현을 놓고 촬영·조명감독과 초반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주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주는 대기가 없기 때문에) 콘트라스트가 강한, 센 빛이 주가 되리라 생각했다. (기존 영화처럼) 여러 방향이 아닌 한 방향으로 세게 조명을 치기로 과감히 선택했다. 우주선이 비행할 때 앞 유리로 태양 빛이 강하게 들어오는 장면들이 그 예다. 촬영·조명감독은 그간의 상식과 달라 걱정도 많았을 것이다. ”
VFX 명장면을 꼽자면.
정철민=“태호가 총알을 피해 승리호로 뛰어드는 장면. 실제 세트가 아닌 그린매트를 배경으로 촬영했는데 거대한 우주선 주차장을 상상하며 배우가 와이어를 타고 연기해야 했다. 태호가 꽃님이를 처음 만날 때 우주 유영 장면도 배경이 100% CG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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