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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뜨자마자 1위 휩쓴 '승리호'…"우리 레퍼런스는 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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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영화 ‘승리호’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스틸. [사진 넷플릭스]

송중기‧김태리 주연의 제작비 240억원대 우주 SF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가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서 베일을 벗자마자 돌풍이다. 영상 콘텐트 시청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승리호’는 출시 하루만에 한국‧프랑스‧핀란드‧방글라데시‧말레이시아 등 16개국 넷플릭스 1위를 휩쓸며 전세계 영화 순위 1위에 올랐다. 이튿날엔 러시아‧덴마크‧홍콩 등이 추가된 25개국 1위, 전세계 1위다. 지난해 6월 국내 개봉 이후 9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재난영화 ‘#살아있다’가 한국 콘텐트 최초 세계 1위를 한 데 이어서다.

넷플릭스 SF 영화 '승리호' VFX 제작기

해외 평단, 일반 대중 반응 엇갈려 

늑대 소년의 순애보를 그린 판타지 ‘늑대소년’(2012)으로 706만 관객을 동원한 조 감독과 송중기가 두 번째 뭉친 영화다. “2092년 우주 청소선에 사는 4명의 찌질이들 이야기”(송중기)란 설명대로 71년 후 미래, 사막화로 빈민화한 지구 대신 우주 위성 궤도의 새 보금자리 UTS가 배경이다. 태극기가 그려진 우주 청소선 승리호를 이끄는 장 선장(김태리)과 빈민으로 전락한 천재 조종사 태호(송중기), 엔진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는 인간 꼬마 형태의 대량살상무기 도로시를 발견하고 위험한 추격전에 나선다.

5일 넷플릭스 190여개국 출시에 앞서 2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승리호' 기자 간담회에 조성희 감독과 주연 배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이 참석했다. [사진 넷플릭스]

5일 넷플릭스 190여개국 출시에 앞서 2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승리호' 기자 간담회에 조성희 감독과 주연 배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이 참석했다. [사진 넷플릭스]

해외 비평 전문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평단 신선도는 100% 만점에 50%로 저조한 편. 아카데미 4관왕의 ‘기생충’, 조선 좀비 사극 ‘킹덤’ 등 한국만의 장르 재해석에 높은 점수를 매겨온 외신들은 ‘승리호’가 할리우드식 SF 구색 갖추기에 그쳤다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승리호’는 일관성 있는 영화적 비전을 과감하게 실현하기보다 어떤 위원회가 고안한 철저한 항목 채우기 연습같다”고 비판했다. 미국공영라디오(NPR) 영화방송 필름위크는 “엄청난 폭발이나 긴장감이 전혀 없다”며 스토리 전개를 꼬집었다. 이동진 평론가는 “기술적 성취를 가리는 몰개성의 작법”이라 비판했다. 반면 로튼토마토 일반 대중 신선도는 83%에 달했고, 대체로 가볍게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팝콘무비란 평가다.

장르팬보단 온가족 SF…외국인 단역 어색

한국 최초 모션캡처에 도전한 로봇 업동이 역의 유해진까지, 주연 배우들은 익숙한 매력을 고르게 발산한다. UTS 설립자 설리반을 호연한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아미티지 외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조연 배우들의 딱딱한 연기가 몰입을 방해하는 구석은 있다. 한국 이름 ‘꽃님이’로도 불리는 도로시를 비롯해 몸만 자란 청소년 같은 성인 캐릭터들, 잔인함을 거세한 액션, 똥‧방귀 등을 자주 웃음 요소로 쓴 대사는 ‘승리호’가 성인 장르 팬을 위한 SF라기보다 어린이 포함 전연령 가족 관객을 겨냥한 가족 영화임을 각인시킨다.

'승리호'의 로봇 업동이. [사진 넷플릭스]

'승리호'의 로봇 업동이. [사진 넷플릭스]

첨단 VFX(시각특수효과)도 눈에 띈다. 한국영화에선 본 적 없는 우주와 우주선 안팎의 전투, 미래 도시의 스펙터클을 위해 작성 단계부터 콘셉트 아트를 구상했고 국내 VFX회사 8곳, 총 1000여명의 VFX 전문가가 참여했다. 애초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던 영화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일정을 미루다 OTT(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영화 ‘신과함께’의 지옥을 만든 데 이어 ‘승리호’에 뛰어든 정성진 VFX 슈퍼바이저는 “레퍼런스를 할리우드 영화에서 찾지 않았다”면서 “NASA(미국항공우주국) 우주정거장을 검색하면 우주로 간 이들이 촬영한 실시간 영상을 인터넷 스트리밍해준다. 우리의 레퍼런스는 우주였다”고 했다. 그와 정철민 공동 VFX 슈퍼바이저, 봉준호 감독의 재난 판타지 ‘괴물’에 이어 ‘승리호’에 탑승한 조능연 프로듀서를 4일 e메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껏 한국영화와 ‘승리호’의 VFX를 비교하면.

정성진: “한국의 메이저 CG 회사가 거의 최초로 다 모여 작업한 작품이다. 한국의 기술력이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한 가늠자라 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보다 하나의 한국영화로 잘 봐줬으면 한다.”

2092년 미래상은 어떻게 상상했나.  

정성진: “조성희 감독도 저도 실사 촬영과 CG로 각각 구현한 우주가 잘 매칭될지 걱정이 있었다. 우주 속 한국인 조종사, 익숙지 않은 그림이다. 룩(Look)이나 리얼리티 측면에서 한국인의 정서를 잘 녹인 VFX여야 했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주연에 유해진의 모션 캡처 연기가 기대되는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사진 넷플릭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주연에 유해진의 모션 캡처 연기가 기대되는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사진 넷플릭스]

인물과 드라마의 흡인력도 고려해야 했을 텐데.

조능연: “프리프러덕션 회의를 통해 배우들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후반 CG 작업을 위해 빈 공간에 초록 매트를 설치한) 그린스크린 촬영을 줄이고 실물 세트로 잘 만들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많은 동영상콘티(프리비주얼)를 만들어 연기하는 배우뿐 아니라 감독‧촬영 등 모든 스태프가 영화 속 공간의 상황을 인지하며 작업했다.”

'승리호' 우주 쓰레기 청소선 컨셉아트 [사진 넷플릭스]

'승리호' 우주 쓰레기 청소선 컨셉아트 [사진 넷플릭스]

승리호를 비롯한 우주 쓰레기 청소선은 1980~2000년대 다양한 국가의 차량 특징을 담은 200여개 스타일을 고안했다고.  

정성진: “큰 트럭이나 견인차‧기중기 디자인을 참고했다. 미래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과거 부품들을 튜닝해서 청소선을 완성했다. 승리호도 있는 부품을 주워 모아 막강한 우주선을 만들었다는 설정이다. 점점 튜닝을 더해가며 비대칭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심지어 자동차처럼 번호판도 있다. 투박해 보일 수 있지만 여느 할리우드 영화와 다른 지점 중 하나다.”

배우의 움직임을 CG 캐릭터에 불어넣는 모션캡처를 한국 최초로 시도했다.  

조능연: “업동이는 금속 로봇이지만 감정이 확실하다. 위화감 없이 친근감을 불어넣을 배우는 유해진뿐이었다. 한창 무더운 여름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모션캡처 장비를 입고 땀 흘리며 연기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그의 목소리, 몸짓이 고스란히 업동이에 녹아들었다.”

'승리호' 컨셉아트 [사진 넷플릭스]

'승리호' 컨셉아트 [사진 넷플릭스]

모션캡처는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나.  

정철민: “로봇 디자인을 먼저 하고, 이후 (업동이 디자인에 맞는) 헬멧 및 가슴‧어깨 등 특수소품을 제작했다. 유해진 배우가 모션캡처용 수트를 입고 (움직임을 컴퓨터에 기록하기 위한) 마커가 달린 그레이 수트를 착용한 뒤 업동이 특수소품을 덧입고 그 위로 영화 의상(티셔츠‧가운 등)을 또 입었다. 매 촬영 전 왼쪽‧오른쪽으로 걷고, 팔을 움직이는 기본자세를 취한 후 컴퓨터 프로그램에 이런 움직임이 동기화되면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다. (후반 CG 작업을 위해) 유해진 배우와 함께 촬영한 다음 그가 없는 상황에서 다른 배우들이 같은 장면을 한 번 더 촬영하기도 했다. 이후 CG 애니메이터들이 모션캡처 데이터를 토대로 업동이의 손가락이나 머리가 덜 기울어진 부분 등은 배우의 연기를 참고해서 정교하게 잡아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자주는 아니지만 현장에서모션캡처 동기화 연결이 끊어지기도 했다. 주변 전파 영향을 많이 받아 환경 관리가 쉽지 않고 방대한 데이터 정리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결과적으로 튀지 않고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업동이를 비롯한 여러 로봇 디자인은 어떻게 했나.

정성진: “업동이는 작살을 든다. 마치 포경선의 고래잡이처럼 우주 쓰레기를 작살을 쏘아 회수한다. 아날로그를 녹인 설정이다. 유해진 배우와 비슷한 얼굴 등 업동이 디자인만 100여종을 했다. 조성희 감독의 구상을 바탕으로 지금 디자인이 나왔다. 정면 모습은 익살맞고 귀엽지만 업동이의 과거 등을 감안하고 보면 뼈대가 돌출되고 조금은 무섭게 생겼다. 그 부분을 극명하게 대비되게 표현했다. 업동이 외 다섯 종류 로봇은 실제 산업현장에서 구동 가능할 법한 디자인에 가깝게 만들었다. UTS 기동대는 미래의 강력한 경찰 로봇, 로봇과 인간 중간쯤의 위압적인 모습으로 디자인했다.”

'승리호' 우주선 내부 컨셉아트. [사진 넷플릭스]

'승리호' 우주선 내부 컨셉아트. [사진 넷플릭스]

VFX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점은.  

정철민: “우주를 나가본 적 없기 때문에 우주 구현에 대해 촬영‧조명감독과 초반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주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주는 대기가 없기 때문에) 콘트라스트가 강한, 센 빛이 주가 되리라 생각했다. (기존 영화처럼) 여러 방향이 아닌 한 방향으로 세게 조명을 치기로 과감히 선택했다. 우주선이 비행할 때 앞 유리로 태양 빛이 강하게 들어오는 장면들이 그 예다. 촬영‧조명감독은 그간의 상식과 달랐기 때문에 걱정도 많았을 것이다. 미술은 생활감을 살리되 최소한의 세트를 집중적으로 만들었다. 인물이 닿는 일부만 세트로 제작하고 나머지는 CG로 연장했다.”

'승리호'의 우주 풍광.[사진 넷플릭스]

'승리호'의 우주 풍광.[사진 넷플릭스]

VFX 명장면을 꼽자면.  

정철민: “태호가 총알을 피해 승리호로 뛰어드는 장면. 실제 세트가 아닌 그린매트를 배경으로 촬영했는데 거대한 우주선 주차장을 상상하며 배우가 와이어를 타고 연기해야 했다. 현장에서 배경 가합성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공간을 계속해서 맞춰보며 촬영했다. 업동이는 전투형 로봇으로 변해 우주선을 뛰어다니는 장면이 박력 있고 장 선장은 우주 공간으로 튕겨 나가 승리호 측면을 기어오르는 장면의 난이도가 높았다. 타이거 박은 추락하는 꽃님이를 줄을 타고 구출하는 장면이 어려웠다. 태호가 꽃님이를 처음 만날 때 우주 유영 장면도 배경이 100% CG다.”

'승리호' 우주선 조종석.[사진 넷플릭스]

'승리호' 우주선 조종석.[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에 출시하면서 추가된 작업이 있다면.  

조능연: “돌비비전 포맷으로 색보정 작업을 새롭게 했다. 김태성 음악감독,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음악녹음도 더 했다.”
정성진: “한국 콘텐트에 관심 많은 때에 한국 SF를 선보인다는 게 설레고 행복하다. 큰 TV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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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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