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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소비자물가, 이젠 AI가 측정…조사기간도 하루로 단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품절 대란이 일어났다. 대구의 한 대형마트가 마스크를 팔자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품절 대란이 일어났다. 대구의 한 대형마트가 마스크를 팔자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필품 물가 변동 추이를 하루 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온라인물가지수가 개발됐다. 정부는 마스크를 대상으로 온라인물가지수를 시범 적용 중이며 앞으로 농·축·수산물(15개)과 가공식품(20개)으로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물가지수 생필품 가격 하루 단위 파악 #마스크 외 35개 품목…실물 경제 충격 대비

정부 관계자는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마스크 품절 대란에서 품목별 일일 동향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며 “AI를 적용한 온라인물가지수를 통해 예기치 못한 사태로 인한 실물 경제의 충격을 하루 단위로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통계청·한국은행 등 통계당국이 AI를 활용해 개발한 온라인물가지수는 개선 과정을 거쳐 이르면 2024년쯤 윤곽을 보일 전망이다.

온라인물가지수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된 가격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하루 단위로 파악하는 물가 동향이다. 웹 스크래핑(web scraping) 기술을 활용해 국내 기준으로 매일 250만 개의 온라인 가격 정보를 모을 수 있다. 인터넷에서 가격 정보를 취합하는 방식이라 실제 물가와는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물가 변동 추이를 하루 단위로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정부는 소비자 구매 행태가 오프라인에서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상황이라 물가를 파악하는 데 온라인 가격 조사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기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폭넓은 상품을 지수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온라인물가지수는 하루 단위로 측정할 수 있어 활용 범위도 넓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수집된 대용량 데이터(빅데이터)이다 보니 정제되지 않은 자료까지 혼재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통계 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AI 기술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선진국에서도 AI를 통해 기존의 물가 동향 조사를 보완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TV와 카메라 등 일부 전자 제품의 물가지수에 AI가 수집하고 정리한 빅데이터를 반영하고 있다. 영국 통계청(ONS)도 AI를 활용해 식음료품을 중심으로 새로운 온라인물가지수(CLIP)를 내놓고 있다.

정부는 2015년부터 123개 품목에 대해 일일 가격 동향 조사를 시작했으며, 이 중 35개 품목에 대해서 AI를 활용할 예정이다. 이미 농·축·수산물 중에서 쌀(10㎏), 찹쌀(1㎏), 쇠고기(국산 등심 100g), 돼지고기(국산 삼겹살 100g), 닭고기(한 마리), 갈치(한 마리), 고등어(큰 것 하나, 작은 것 하나 등 두 마리), 전복(100g), 마른 멸치(1㎏), 마른오징어(다섯 마리), 사과(3㎏), 귤(1㎏), 감자(1㎏), 마늘(1㎏), 고춧가루(100g) 등 15개 품목에 대해서는 AI의 도움을 받는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김치(1㎏), 밀가루(이하 포장 단위 기준), 국수, 당면, 시리얼, 부침 가루, 파스타 면, 우유, 분유, 참기름, 식용유, 과일 통조림, 초콜릿, 껌, 설탕, 간장, 고추장, 식초, 두유, 생수 등 20개 품목에 대해 AI가 온라인물가지수를 만든다.

정부 관계자는 “AI를 이용한 덕에 KF94·80 마스크의 빅데이터에서 개 마스크나 마스크 걸이, 의료용 코 마스크 같은 불필요한 데이터를 걸러 낼 수 있었다”며 “89~94%의 높은 정확도를 보인 품목을 시작으로 개선된 지수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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