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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코너, 제주에서 길을 잃었던 켑카 사막에서 우승

중앙일보

입력

브룩스 켑카 [AFP=연합뉴스]

브룩스 켑카 [AFP=연합뉴스]

브룩스 켑카가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TPC 스코츠데일에서 벌어진 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에서 6언더파 65타 합계 19언더파로 한국의 이경훈에게 한 타를 앞섰다.

켑카는 최근 3개 대회 연속 컷탈락했다. 오랜 코치를 바꾸는 등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그런 그는 자신의 첫 우승(2015년)을 안긴 TPC 스코츠데일 사막에서 다시 길을 찾았다. 징검다리 파 5홀이 있는 13번부터 3연속 버디를 했고, 17번 홀에서 칩인 이글로 우승에 도장을 찍었다. 2019년 WGC 페덱스 세인트 주드 클래식 이후 19개월 만에 맛 본 우승이다.

2019년 봄 켑카는 압도적인 세계 1위였다. 2018년 US오픈과 PGA 챔피언십 등 유난히 메이저에 강해 메이저 사냥꾼이란 별명이 붙었다. 당시 나온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영화 주인공 타노스에 비교되기도 했다. 아무도 그를 막지 못할 것 같았다. 자신감도 넘쳐 전성기 타이거 우즈의 느낌도 났다.

그러나 2019년 4월 아멘코너에서 그의 진로가 바뀌었다. 마스터스 최종라운드 타이거 우즈와 우승 경쟁을 벌이던 그는 파 3인 12번 홀에서 티샷이 바람에 밀려 물에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했다. 마지막 두 홀 넣을 수 있는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쳐 그린재킷도 놓쳤다.

켑카는그해 US오픈과 WGC 세인트주드 클래식에서 우승했지만 이전처럼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제주 한라산 중산간에서또 다시 길을 잃었다. 2019년 10월 제주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열린 CJ컵 경기 중 발을 잘 못 디뎌 기권했다. 무릎을 다친 그는 2020년을 아무런 성과 없이 보냈다. 최근 3연속 컷으로 본격적으로 내리막을 타나 했는데 우승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이경훈은 13, 15,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수직으로 상승했지만 마지막 홀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빗나가 연장전에 갈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경훈으로서는 켑카의 17번 홀 칩인 이글이 아쉬웠다. 이경훈은 아직 PGA 투어에서 우승이 없지만 성과는 있다. 준우승은 그의 PGA 투어 통산 가장 좋은 성적이다.

재미교포 제임스 한은 10번 홀까지 버디 6개를 잡으며 19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섰다. 결과적으로 이 점수만 지켜도 연장전에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파 5인 13번 홀과 15번 홀에서 모두 공을 물에 빠뜨리며 보기를 하는 바람에 순위가 밀렸다. 11번부터 보기만 4개를 했고 합계 15언더파 공동 10위로 경기를 마쳤다.

전날 10언더파 61타를 치며 선두로 나서 부활을 꿈꿨던 조던 스피스는 최종라운드에선 1타를 잃어 17언더파 공동 4위로 밀렸다.

로리 매킬로이는 7타를 줄여 13언더파 공동 13위, 임성재는 6타를 줄여 12언더파 공동 17위, 김시우는 한 타를 줄여 7언더파 공동 50위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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