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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전이성 전립샘암 최신 치료법 선택지 폭넓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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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기고] 하유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전립샘암은 2017년 국가암 통계 기준으로 남성 암 중 세 번째로 많이 발생한다. 전립샘암 발병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신규 발병 환자 수는 2013년 대비 2017년 기준으로 32% 증가해 1만3000여 명 발병했고, 아마도 최근 몇 년 사이에 1만5000명을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립샘암은 진단 시기, 즉 질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성적과 생존율이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암 조직이 전립샘 내로 국한된 2기의 경우 수술 중심 근치적 치료 시 95% 이상 완치 가능할 정도의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특히 로봇을 기반으로 한 술기의 발전과 경험 축적은 요실금 등 합병증 발생률을 현저하게 낮춰 수술 치료 선택의 폭을 넓히고 치료 성적의 향상을 가져왔다.

 반면에 암 조직이 전립샘을 넘어 뼈나 장기로 전이되는 환자의 경우 매우 대조적으로 완치를 기대하기보단 약물치료를 통한 암세포의 활동성을 약화시켜 통증을 포함한 증상 완화와 생존 연장을 목적으로 치료·관리하게 된다. 즉 전이성 전립샘암의 경우 암과 환자가 함께하는 동행(?)의 여정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전립샘암 약물치료는 암세포의 증식과 활동성을 책임지는 남성호르몬 생성을 차단 또는 박탈하는 치료법으로 ‘약물적 거세’가 있다.

 이런 호르몬 치료는 초기에는 치료 반응이 좋으나, 점차 약물 효과가 떨어져 치료에 저항하는 저항성 전립샘암으로 변해 다시 질병이 진행하는 상태가 된다. 즉 약물치료를 하는 거의 모든 전립샘암에서 치료에 저항을 보이는 시기가 온다. 이때부터 의사는 환자가 최대한 오랜 기간 편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치료 약물의 선택과 투여 시기를 고민한다. 필자가 전공의를 하던 시기에는 치료 효과가 입증된 약물이 제한적이었다. 최근에는 치료 성적은 향상하고 부작용은 경감시킨 다양한 약물이 개발돼 전립샘암 치료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치료 비용이 또 다른 제한 요인이 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기반의 의료체계에서 고가 약물 투약과 관련해 기준 적용과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 개발되고 발전하는 약물이나 치료법을 반영하는 보험 기준이 고시되기까지는 환자와 의료진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저항성 전립샘암의 경우 가급적 이른 시기에 적절한 약물로 교체해 투여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발전하는 치료법과 의료보험 기준 간의 격차는 또 다른 치료 장애물로 작용한다.

 현재 대한민국 임상의학의 수준은 눈에 띄게 발전해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제도적 기준과 의학적 기준의 차이가 줄어든다면 더 많은 전립샘암 환자가 더 오랜 기간 안전하고 편안한 동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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