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소 롱~ 굿바이” 트랩 대령 영원한 작별

중앙일보

입력 2021.02.08 00:03

업데이트 2021.02.0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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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의 크리스토퍼 플러머(가운데). [사진 피터팬픽쳐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의 크리스토퍼 플러머(가운데). [사진 피터팬픽쳐스]

뮤지컬 영화의 고전 ‘사운드 오브 뮤직’의 트랩 대령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5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 자택에서 별세했다. 91세. 51년을 함께한 아내 일레인 테일러가 임종을 지켰다. 뉴욕타임스는 유족을 인용해 과거 고인이 넘어져 머리를 부딪친 것이 사망에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상대 배우 줄리 앤드루스(85)는 “오늘 세상은 유능한 배우를 잃었고 나는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크리스토퍼 플러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대표작
82세로 최고령 아카데미 조연상도

고인은 명문가인 캐나다 전 총리 존 애벗의 증손자로 192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10대 때 학생 연극에서 무대연출가에 발탁돼 캐나다에서 배우 생활을 하던 중 50년대 브로드웨이 데뷔했다. 셰익스피어극 ‘햄릿’ ‘리어왕’ ‘헨리 5세’ 등 영국국립극장·로열 셰익스피어컴퍼니의 정통극에도 단골 출연했다. 토니상 후보에 7차례 올라 74년 뮤지컬 ‘시라노’, 97년 명배우 존 배리모어(드류 배리모어 할아버지)의 자전적 연극 ‘배리모어’로 토니상을 2번 수상했다.

2012년 82세에 영화 ‘비기너스’로 최고령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는 순간. [AFP=연합뉴스]

2012년 82세에 영화 ‘비기너스’로 최고령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는 순간. [AFP=연합뉴스]

스크린에선 시드니 루멧 감독이 뉴욕의 극장 무대 뒤를 그린 로맨스물 ‘스테이지 스트럭’(1958)의 극작가 역으로 데뷔해, 반세기 동안 100편 넘는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다.

출세작은 단연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고인이 서른여섯이던 1965년 개봉해 이듬해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음악상 등 5관왕을 차지한 이 뮤지컬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피해 조국 오스트리아를 탈출했던 조지 폰 트랩 가족 합창단의 실화가 토대다. 고인은 아내를 잃고 7남매를 홀로 키우는 완고한 아버지 트랩 대령을 연기했다. 극 중 기타를 치며 노래한 ‘에델바이스’ 등 170분 넘는 상영시간을 아름다운 노래로 채워 한국에서도 69년 서울 대한극장에서 첫 개봉 당시 “3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볼 명화”로 입소문 나며 만원사례를 이뤘다.

아카데미 연기상 부문을 통틀어 사상 최고령 수상 기록도 세웠다. 2012년 여든둘에 ‘비기너스’로 남우조연상을 차지하면서다. 고인은 셜록 홈스를 연기한 ‘살인 지령’ 등 카리스마 강한 역할을 도맡았다. 노인 악당 목소리 연기에 도전한 픽사 애니메이션 ‘업’부터 판타지 액션 ‘스타 트렉 6-미지의 세계’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다. 90세에 스릴러 ‘나이브스 아웃’에서 자살 사건에 휘말린 부유한 추리 작가 역에 나서는 등 말년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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