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 동생들 패소 석달 뒤…“치매 배우 방치” 청원 올라와

중앙일보

입력 2021.02.08 00:02

지면보기

종합 14면

윤정희(左), 백건우(右)

윤정희(左), 백건우(右)

배우 윤정희(77·왼쪽)와 피아니스트 백건우(75·오른쪽) 부부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이달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를 구해 주세요”라는 글이 게시됐다. “배우자와 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외로이 알츠하이머와 당뇨와 투병중”이라는 내용. 윤정희 배우라는 추정 속에 7일 현재 2700명이 동의했다. 이에 백건우씨는 7일 공연기획사 빈체로를 통해 “거짓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다. 윤정희는 가족의 따뜻한 돌봄 아래 생활하고 있다. 파리고등법원의 최종 판결과 함께 마무리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백건우와 딸이 후견인 지정되자
동생 3명, 프랑스 법원에 소 제기
법원 “보살핌 못받는단 근거 없어”
백건우 측 “가족 돌봄 아래 생활”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2년 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부인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공개했다. 인터뷰엔 딸 진희씨가 동행했다. 당시의 인터뷰, 이달 국민청원, 백건우의 입장문, 파리고등법원의 지난해 판결문을 종합하면 투병 공개 이후 2년 동안 윤정희의 동생들은 백건우 부녀를 상대로 프랑스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패소했다. 국민청원 게시글은 파리고등법원의 판결 3개월 만에 올라왔다.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세는 10여 년 전 시작됐다. 백건우는 인터뷰에서 “10년 동안 둘이서만 해결해보려 했다. 전 세계 연주 여행을 둘이 다녔는데 얼마 전부터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정착할 곳을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던 부부는 2019년 초 윤정희가 모친상을 당하면서 한국에 들어왔고, 이때 요양원 등 머물 곳을 찾았다. 백건우는 “하지만 한국에서 너무 유명한 사람이라 좋지 않겠다 싶었다. 그때 딸이 돌보겠다고 해 딸 집 근처에 조용한 집을 하나 얻었다”고 했다. 딸 진희씨는 “제가 아는 사람 중 알츠하이머를 돌보는 간호사들이 있어 어머니를 살펴봐 주고 있다”고 했다. 파리 근교에 윤정희의 거처를 마련한 때는 2019년 5월이었다.

윤정희의 세 동생은 2019년 프랑스 파리의 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프랑스 법원이 백건우와 진희씨 부녀를 윤정희의 재산·신상 후견으로 지정한 데 대한 이의신청이었다. 지난해 9월 패소한 이들은 파리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두달 뒤 최종 패소했다. 판결문에서 고등법원은 “손미자(윤정희의 본명)가 배우자 및 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현재 그녀는 안전하고 친숙한 환경에서 안락한 조건을 누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그녀가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고 금전적 횡령이 의심된다는 주장은 서류를 살펴본 결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백건우와 딸 진희씨의 후견인 지위도 유지했다.

백건우 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국민청원) 게시글에 언급된 제한된 전화 및 방문 약속은 모두 법원 판결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등법원 판결문은 “손미자의 형제자매들이 그녀와 통화하거나 방문해 그녀가 배우임을 상기시키고, 영화 촬영에 관해 이야기하며 피성년후견인(윤정희)의 심적 불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딸 진희씨는 2019년 인터뷰에서 “나무와 호수가 보이는 곳에 집을 구했다. 칸 영화제 사진첩을 만들어 드렸다. 아버지는 방문하실 때마다 작은 화분을 발코니에 놓고 온다”고 했다.

1960년대 대표적 배우인 윤정희는 백건우와 76년 결혼, 프랑스에 정착했다. 딸 진희씨는 바이올리니스트로, 프랑스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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