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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째 수입 0원, 대리 뛴다" 정부지원도 소외된 관광업계

중앙일보

입력

한달 1000명 모객 여행사 “대리기사 9개월째”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에 있는 여행사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에 있는 여행사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최종권 기자

“석 달째 수입이 0원입니다. 더는 버틸 여력이 없어요.”
지난 5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 S여행사에서 만난 이모(50)씨는 “지난해 6월부터 대리운전으로 생활비만 겨우 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여행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전까지 한 달 800~1000명씩 국내·외 여행객을 모집했다. 행락객과 학교 체험 활동이 몰리는 4~5월은 예약을 받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 여행객 수요 급감

 이씨는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연 매출이 90% 넘게 줄었다”며 “지난해 1~2월 60명 정도를 받았고, 간간이 국내로 입국하는 중국동포 외에 여행객 수요가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대리운전으로 한 달 100만~150만원을 벌어 생활하고 있다. 직원 4명은 무급 휴직 중이다. 이씨는 “그동안 모아 둔 돈도 모두 소진돼 사무실 임대료를 낼 돈도 부족하다”며 “집합금지 등 거리두기가 완화되지 않으면 두 달 이내에 도산하는 업체가 수두룩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가게 앞에 ‘재택근무’…실상은 건설 일용직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한 여행사가 문을 닫은 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한 여행사가 문을 닫은 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청주 시내 다른 여행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장사가 되지 않아 문을 닫거나 ‘재택 근무’라는 팻말을 붙인 후 개인 연락처만 남긴 여행사가 많았다. 메모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하자 한 여행사 대표는 “경영이 어려워 돈을 벌기 위해 건설현장 인부로 일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충북관광협회에 따르면 2019년 357개였던 도내 여행사 중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은 업체는 60여 곳(16.8%)에 달한다.

 이상영 충북관광협회장은 “관광업은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집합금지 업종과 다름없는 피해를 보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장가화하면서 다수의 관광업계 종사자는 대리기사와 택배 상·하차, 건설 일용직, 정수기 판매원, 공공근로 등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서전세 버스를 운영하는 김모(50) 대표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김씨는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10월 전세 버스 회사를 차렸다. 김씨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대학생 MT, 산악회 등반, 소규모 국내 여행 수요가 많아 버스 10대를 쉬지 않고 돌렸다”며 “지난해 3월부터 국내 여행 예약이 단 한 건 없다”고 말했다.

보험료 아끼려 번호판 반납…전세버스도 울상 

코로나19 장기화로 전세버스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26일 서울 송파구 탄천 주차장에 주차된 일부 전세버스에 번호판이 떼어져 있다.   전세버스의 차량 번호판을 지자체에 반납하고 휴지 신청을 하면 번호판을 다시 찾기 전까지 보험료와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차량 유지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세버스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26일 서울 송파구 탄천 주차장에 주차된 일부 전세버스에 번호판이 떼어져 있다. 전세버스의 차량 번호판을 지자체에 반납하고 휴지 신청을 하면 번호판을 다시 찾기 전까지 보험료와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차량 유지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김씨는 청주의 한 회사와 계약해 통근 버스 3대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버스 1대당 인건비, 차량 할부금·보험료, 유류비 등으로 한 달에 550만원이 들어간다”며 “1년 계약을 체결해 울며 겨자 먹기로 통근 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전세버스 업체는 차량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번호판을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 지원대상에 관광업을 ‘일반업종’으로 분류해 10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관광업계 고용유지지원금을 6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했지만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소진된 상태다. 이마저도 1인 사업장이나 가족 단위 영세 여행사는 지원대상이 아니다. 추가 대출을 받고 싶어도 담보가 없거나, 쌓인 부채 때문에 자격조건이 되지 않는 영세 업체가 많다.

 이경수 충북관광협회 부회장은 “관광업계는 지난 1년 내내 사회적 거리두기 피해를 온전히 떠안으면서도 집합제한·금지 업종이 아닌 일반업종으로 분류돼 정부 지원에 소외됐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이나 거리두기 완화 없이는 회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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