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30억 개 버리는데···최초 플라스틱 칫솔 썩지 않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2.07 05:00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칫솔은 1938년까지는 지구에 없던 물건이었다. 물론 비슷한 형태의 구강 위생용품은 있었다. 미국 국회도서관에 따르면 칫솔은 기원전 3000년부터 존재해왔다. 고대엔 끝이 닳은 얇은 나뭇가지 형태의 칫솔을 씹어 치아를 관리했다. 1498년 중국에선 대나무나 뼈로 만든 손잡이에 멧돼지 털을 부착한 칫솔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1938년 미국의 듀폰사는 부드럽고 얇은 섬유 소재인 나일론을 만들었다. 이후 나일론 솔이 달린 최초의 칫솔인 듀폰사의 ‘닥터 웨스트의 미라클 칫솔’(제품명)이 세상에 나왔다.

[必환경 라이프]

딱딱하고 견고한 칫솔, 잘 분해도 안 돼

미국 치과의사협회는 칫솔을 잘 관리한 경우에 한해 3~4개월 주기로 칫솔을 교체할 것을 권장한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이런 권장 사항을 따를 경우, 매년 약 230억 개의 칫솔이 쓰레기로 버려진다. 문제는 솔부터 손잡이까지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로 된 칫솔의 행방이다. 칫솔은 작고 견고한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기 어려워 대부분 소각·매립된다. 플라스틱은 풍화되어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할 뿐 본질에서는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1930년대 이후 만들어진 칫솔 중 일부는 지금도 여전히 지구 어딘가에서 쓰레기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 된다.

플라스틱 칫솔은 크기가 작고 복합 재질인 경우가 많아 재활용이 어렵고, 분해도 잘 되지 않는다. 사진 unsplash

플라스틱 칫솔은 크기가 작고 복합 재질인 경우가 많아 재활용이 어렵고, 분해도 잘 되지 않는다. 사진 unsplash

서울 망원동에서 제로웨이스트숍 ‘알맹상점’을 운영하는 환경활동가 이주은 대표는 “손잡이에 미끄럼 방지 고무를 덧대는 경우도 많은 플라스틱 칫솔은 복합 재질이 많고 크기가 너무 작아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며 “해변에 가보면 워낙 딱딱하고 견고해 제대로 풍화되지도 않고 버려져 있는 칫솔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했다.

만들면 완판, 대나무 칫솔 조용한 ‘흥행’

최근엔 이런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제로 웨이스트’ 활동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면서부터다.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 소셜 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는 대나무 칫솔(bambootoothbrush)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1만개를 넘어서고 있다.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을 찾는 이들이 많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을 찾는 이들이 많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대나무 칫솔은 손잡이 부분이 대나무로 된 칫솔을 말한다. 손잡이 부분의 대나무는 일반 플라스틱보다 쉽게 분해된다. 소각하는 경우에도 플라스틱보다 환경에 적은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나무가 아닌 다년생 풀에 속하는 대나무는 하루에 30cm에서 1m까지도 자란다고 한다. 채취에 따른 환경 영향도 적은 셈이다. 다만 아직 대나무 칫솔의 모는 나일론인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이 칫솔모도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들거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다.

다년생 풀인 대나무는 자라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대나무를 가공해 만든 칫솔. 사진 닥터노아

다년생 풀인 대나무는 자라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대나무를 가공해 만든 칫솔. 사진 닥터노아

한두 개 영세 브랜드에 그쳤던 대나무 칫솔 업체도 한두 해 사이 크게 늘었다. 스웨덴 ‘험블브러쉬’, 독일 ‘트리샤’ 등 해외 브랜드 외에도 ‘닥터 노아’ 같은 국내 생산 업체도 생겨났다. 아직 국내에 수입되진 않았지만 치약 브랜드로 유명한 ‘콜게이트’에서도 지난 2019년 대나무 칫솔을 출시해 화제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대나무 칫솔 시장 규모는 2019년 2350만 달러(264억 원)로 평가되었으며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 9.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 닥터노아 관계자는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매출 규모가 두배 성장했고 일부 인기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즉시 재고를 남기지 않고 완판되고 있다”고 했다.

천연 수세미부터 밀랍 랩까지...제로 웨이스트 일상

재미있는 것은 대나무 칫솔 등 일상 속 제로 웨이스트 활동이 자발적 입소문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수세미 대신 식물 수세미를 사용해 설거지하거나, 비닐 랩 대신 종이에 밀랍을 먹여 랩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밀랍 랩을 찾는 등 일상 용품 중심으로 특히 활발하다. 쓰고 버리는 일회용 화장솜이 아니라 세탁해 재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화장솜도 등장했다. 대나무 칫솔 외에도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한 칫솔이 나오고, 옥수수 등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칫솔도 있다.

대나무와 면 소재로 만든 화장솜. 세탁 후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다. 사진 폴라초이스

대나무와 면 소재로 만든 화장솜. 세탁 후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다. 사진 폴라초이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트렌드가 계속되면서 포장·택배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자 이에 대한 경각심이 자발적 제로 웨이스트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알맹상점 이주은 대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확실히 많이 늘었다”며 “대나무 칫솔이나 수세미, 다회용 빨대 등 일상에서 쉽게 바꿀 수 있는 친환경 품목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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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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