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편 망원시장 부럽다" 두 전통시장 손님 발길 가른 이것

중앙일보

입력 2021.02.07 05:00

업데이트 2021.02.07 17:26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시장을 찾은 손님으로 시장 통로가 빼곡하다. 이병준 기자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시장을 찾은 손님으로 시장 통로가 빼곡하다. 이병준 기자

비슷한 시각 망원시장 건너편에 위치한 월드컵시장 모습. 이병준 기자

비슷한 시각 망원시장 건너편에 위치한 월드컵시장 모습. 이병준 기자

#지난 3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눈발이 흩날리는 영하의 차가운 날씨였지만 시장 안은 물건을 사러 나온 손님으로 북적였다. 6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지만 고로케나 닭강정을 손에 들고 시장을 구경하는 젊은 고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망원시장 건너편 월드컵시장은 손님의 발길이 적어 한산했다. 시장 초입에는 카트를 끌거나 바구니를 든 몇몇이 상점 앞을 서성였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썰렁했다.

"전통시장 지난해 매출 20~80% 감소"

설 대목을 앞두고 있지만 전통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일 서울특별시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전통시장은 2019년보다 적게는 20%, 많게는 80%까지 매출이 떨어졌다. 하지만 망원시장이나 화곡본동시장, 영등포청과시장 등은 코로나19에도 매출이 소폭 감소하는 데 그치며 선방하고 있다.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전통시장도 '특성 상품’의 유무나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업'에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편정수 서울시상인연합회장은 “대표적인 음식이나 특성 상품이 있는 시장은 코로나19 타격에도 매출을 어느 정도 유지했다"며 "하지만 특색이 없는 시장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임대료 내기도 힘들어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전통시장도 대표 상품과 맛집으로 희비 갈려  

망원시장은 청과나 수산물뿐 아니라 홍어 무침, 닭강정, 고로케 같은 다양한 먹거리로 소문이 나며 젊은이들까지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진철 망원시장상인연합회장은 “고로케 같은 맛집을 일부러 찾아 오는 손님이 많다"며 "그러다보니 망원시장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널리 알려져 또 손님을 부르고 있다"고 했다.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서윤정(53)씨는 “20년 단골도 있지만 요즘은 젊은 고객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의 화곡본동시장은 족발이나 분식이, 영등포청과시장은 과일을 도매가로 살 수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망원시장에서는 오레오쉐이크, 달고나커피와 같은 각종 음료도 판매하고 있었다. 이병준 기자

망원시장에서는 오레오쉐이크, 달고나커피와 같은 각종 음료도 판매하고 있었다. 이병준 기자

월드컵 시장은 망원시장과 20m 남짓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름난 특성 상품이 없고 대부분의 점포가 식자재나 청과 등을 판매한다. 야채 가게에서 일하는 김모(49)씨는 “갈수록 장사가 안된다”며 “바로 옆에 있는 망원시장은 잘 되는 것 같다”며 부러워했다. 김진철 망원시장상인엽합회장은 "망원시장은 옛 성산시장(월드컵시장의 전신) 쪽으로 가는 골목길에 불과했다”며 “6호선 망원역이 생기면서 다니는 사람도 늘었지만 아무래도 특색있는 상품이 많다 보니 고객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 [사진 네이버 캡쳐]

네이버가 운영하는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 [사진 네이버 캡쳐]

전통시장도 배달 서비스 속속 도입  

전통시장들도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며 배달앱이나 네이버 같은 비대면 서비스 플랫폼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망원시장은 이름난 맛집이 있다보니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등과 손잡고 음식 배달 서비스에도 적극적이다. 또 네이버와 손잡고 '동네시장 장보기'에도 참여하고 있다. 동네시장 장보기는 스마트폰 앱으로 거주 지역 인근의 전통시장에서 파는 식재료나 먹거리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2시간 내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망원시장에서 분식집을 하는 김송이(27)씨는 “지난해 매출이 거의 반 토막이 났다가 배달을 시작한 뒤 기존 매출의 80% 선까지 회복했다”고 말했다. 김진철 망원시장상인엽합회장은 “전통시장도 손님만 기다리며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며 “네이버나 배달 앱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월드컵시장은 배달의민족을 통한 음식 배달에 나서는 점포가 몇 개 있긴 하지만 동네시장 장보기나 다른 배달앱과의 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4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은 장날을 맞아 제수 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은 장날을 맞아 제수 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전통시장이 모두 망원시장처럼 온라인 플랫폼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전통시장의 상인 중 고령자가 많다 보니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고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편정수 서울시상인연합회장은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려면 메뉴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주문이 오면 상품을 바로 보내는 등 점포가 돌아가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나이 든 상인은 혼자 할 역량이 안되니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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