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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안철수·금태섭·조정훈…이들 과거엔 '이 사람'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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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다른 당 후보들과도 폭넓은 인연을 맺어왔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발언 모습.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다른 당 후보들과도 폭넓은 인연을 맺어왔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발언 모습.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들의 허브인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과 김 위원장의 끈끈했던 과거사가 정치권에서 화제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박영선 후보,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무소속 금태섭 후보, 조정훈 시대전환 후보가 모두 김 위원장과 인연이 깊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김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①박영선 : 기자와 취재원으로 시작한 인연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 선대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동안, 박영선 후보는 선대위원 겸 비대위원을 지냈다. 중앙포토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 선대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동안, 박영선 후보는 선대위원 겸 비대위원을 지냈다. 중앙포토

김 위원장과 가장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이는 박영선 민주당 경선 후보다. 김 위원장이 2016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던 시절 박 후보는 비대위원이자 그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2017년 3월 김 위원장의 민주당 탈당을 끝까지 말렸던 이도 박 후보였다.

이들의 인연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권 관계자는 “박 후보가 MBC 경제부 기자로 일하던 시절부터 김 위원장과 기자 대 취재원으로 교류해 왔다”며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2004년 17대 국회에서 박 후보는 열린우리당 비례 9번으로, 김 위원장은 새천년민주당 비례 2번으로 당선됐다. 두 사람은 의원연구단체 ‘금융세계화와 한국경제’에서 함께 활동했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한 뒤에도 교류는 계속됐다. 박 후보는 당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새누리당 내에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할 사람이 없다”고 토로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최근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박영선 후보나 우상호 후보는 지난번에도 시장 후보로 나와서 경쟁했던 사람들인데, 제가 보기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고 했다. 박 후보 역시 최근 김 위원장이 ‘북한 원전 추진’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과거 방식으로 색깔론을 씌우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②안철수 : 한때는 멘토…이후엔 앙숙?

2017년 김종인 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서 나란히 앉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 위원장. 두 사람은 한때 '멘토-멘티' 관계로 불렸으나, 한동안 독설을 주고받기도 했다. 김상선

2017년 김종인 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서 나란히 앉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 위원장. 두 사람은 한때 '멘토-멘티' 관계로 불렸으나, 한동안 독설을 주고받기도 했다. 김상선

이른바 안풍(安風)이 불던 2011년에 김 위원장은 안철수 후보의 ‘멘토 그룹’으로 불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펴낸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내가 ‘안철수의 정치 멘토’라고 언론이 줄곧 호들갑을 떨었다”며 부정적인 뉘앙스로 썼다.

사건은 201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 후보는 당시 부산대 강연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멘토’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만약 그분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 역할을 하는 분은 한 300명 정도”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4년 뒤 역공의 빌미가 됐다. 2016년 3월 민주당의 20대 총선을 진두지휘하던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 후보를 향해 “정치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며 “윤 전 장관이 ‘청춘 콘서트’ 등을 다 만들었는데, ‘그런 사람이 300명 있다’고 하느냐. 정치를 잘못 배웠다”고 직격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다음 날 김 위원장을 향해 “모두까기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 칭호)”, “낡은 리더”라고 맹비난했다. 김 위원장이 ‘광주 삼성공장 유치’ 공약을 발표했을 땐 “정치가 시키면 기업이 무조건 따라 할 거라는 5공식 발상”이라고 했다.

다만 최근 서울시장 보선의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속도를 내며 둘의 관계는 개선될 조짐이다. 안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과는 별개로 무소속 금태섭 후보와의 단일화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다. 그동안 안 후보를 쌀쌀맞게 대했던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매우 반갑게 생각한다. 모두가 한 식구라는 마음으로 상호비방 등 불미스러운 언행을 멀리하고 아름다운 경선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③금태섭 : ‘단수 공천’ 발탁 인연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를 선언한 금태섭 전 의원은 지난 4일 오후 김무성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끄는 마포포럼 '더좋은 세상으로' 정례 세미나에 참석해 "확장하면 이기고 축소하면 진다"고 밝혔다. 뉴스1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를 선언한 금태섭 전 의원은 지난 4일 오후 김무성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끄는 마포포럼 '더좋은 세상으로' 정례 세미나에 참석해 "확장하면 이기고 축소하면 진다"고 밝혔다. 뉴스1

금태섭 후보는 안 후보와의 친분으로 민주당에 입당했으나, 2015년 12월 안 후보의 탈당 당시 홀로 민주당에 남았다. 원외 인사였던 금 후보를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 한 사람이 바로 김 위원장이었다. 2016년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김 위원장이 이끌던 민주당은 금 후보를 서울 강서갑 단수공천 후보로 확정했다. 이후 금 후보는 37.2%의 득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총선 직후 김 위원장은 금 후보를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에 임명했다. 갓 초선이 된 정치 신인의 발탁에 “파격 인선”이란 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의 민주당 탈당 뒤에도 두 사람은 종종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금 후보가 민주당을 탈당한 뒤에도 김 위원장은 “한번 만나볼 수는 있다”고 했고, 금 후보도 “앞으로도 당연히 만나 뵐 일이 있다"고 화답했다. 금 후보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는 “두 사람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진보’로 생각이 가깝다. 특별한 일 없이도 종종 만난다"고 했다.

④조정훈 : 40대 경제전문가?

지난달 31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조 의원은 "서울시민 누구나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개척하는 행정노동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조 의원은 "서울시민 누구나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개척하는 행정노동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조정훈 시대전환 후보는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 6번 후보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정치권에서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지난 3일엔 야권 단일화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런데도 향후 제3지대 단일화에서 조 후보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는 건 김 위원장과의 인연 때문이다.

조 후보는 출마 선언 엿새 전인 지난달 25일 김 위원장과 전격 회동했다. 조 후보 측 관계자는 “조 후보와 김 위원장은 평소 자주 소통을 했던 사이”라며 “이번에도 여러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조언을 듣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2월 20대~40대 정치세력을 표방한 시대전환의 창당 과정에도 김 위원장은 많은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 후보를 김 위원장이 차기 대선 후보의 요건으로 언급했던 ‘40대 경제전문가’로 꼽기도 한다. 1972년생인 조 후보는 정계 입문 전 15년간 세계은행에서 근무했고, 재단법인 여시재 부원장과 아주대 통일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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