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아들에 주택 증여한 아버지, 국세청 조사 받을지도

중앙일보

입력 2021.02.06 07:00

[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77)

Q 허 씨는 손주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사를 하려는 자녀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몇 년 전 허 씨가 자녀에게 전세를 끼고 부담부 증여한 주택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정작 세입자에게 내줄 보증금을 다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증여한 지 꽤 시간이 흘렀으니 이번에 자녀를 조금 도와주더라도 별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허 씨, 과연 괜찮은 걸까?

집값이 폭등하면서 재정 사정이 안되는 자녀에게 주택 구입 자금을 대주는 부모가 늘고 있다. [사진 pixabay]

집값이 폭등하면서 재정 사정이 안되는 자녀에게 주택 구입 자금을 대주는 부모가 늘고 있다. [사진 pixabay]

A 지난 2일 국세청은 주택 증여와 관련해 탈루혐의자 1822명에 대해 세무검증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택 증여에 대해 당초 증여자의 ‘취득’부터 ‘증여’, 그리고 ‘그 이후’까지 증여 전후 전 과정을 분석해 세금을 변칙적으로 탈루한 혐의자를 대상으로 세무검증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국세청이 증여 전후 모든 과정에 대한 세무검증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힌 만큼 허 씨와 같이 이미 예전에 증여한 경우이더라도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

보통 주택 증여와 관련한 세무 검증은 증여를 받아 증여세 신고를 하는 자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증여금액과 사전 증여금액은 합산했는지, 증여공제를 중복으로 받지 않았는지, 증여가액은 적정하게 평가된 것인지 등등 증여를 받은 자녀를 대상으로 증여단계에서의 적법성 여부에 세무검증의 초점이 맞추어진다.

부모의 불분명한 자금출처, 세금 추징   

그러나 이번 국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주택을 증여받은 자녀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주택을 증여한 부모까지 확대해 조사해 보겠다는 것이다. 만일 주택을 증여한 부모가 당초 이를 취득하는 단계에서 그 자금출처가 불분명했다면 관련 내용을 조사해 세금을 추징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택을 증여한 아버지의 사업에 대한 통합조사로 확대할 수 있고, 가정주부인 어머니 명의의 주택을 증여한다면 취득 당시 어머니의 자금출처까지 되짚어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증여하려는 부모의 자금출처가 불분명하다면 자녀에 대한 증여는 보다 신중히 해야 한다.

증여세는 증여를 받은 수증자가 자신의 자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현금을 증여받았다면 증여받은 현금으로 증여세를 내면 되지만 주택과 같은 부동산을 증여받았는데 자녀가 보유한 예금이 별로 없다면 증여세를 내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증여세를 부모가 몰래 대신 내준다면 현금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가 추가로 과세한다. 국세청은 세무검증을 통해 자녀 대신 부모가 증여세를 내준 것은 아닌지 점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여세는 자녀가 내야  

또한 증여에 따른 취득세 부담이 많이 늘어난 점을 고려해 증여세뿐 아니라 취득세도 자녀가 직접 낸 것이 맞는지 점검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만일 취득세를 부모가 대신 부담해 주었다면 이 또한 증여에 해당해 증여세가 추징된다.

주택을 증여받은 후 증여세를 낼 자금이 부족하다면 부모가 증여세를 대신 내주는 방법보다 연부연납을 신청하는 것이 더 좋다. 연부연납을 신청하면 최대 5년간 증여세를 나누어 내는 방법으로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총 증여세 중 6분의 1은 신고납부기한 내에 납부하고 나머지는 자녀의 월급 등을 모아 1년에 한 번씩 납부하는 방식이다.

부담부 증여, 국세청 관찰 대상  

증여세를 부모가 몰래 대신 내준다면 현금을 증여한 것으로 간주돼 증여세가 과세된다. [사진 pixabay]

증여세를 부모가 몰래 대신 내준다면 현금을 증여한 것으로 간주돼 증여세가 과세된다. [사진 pixabay]

주택을 증여받았거나 매입한 이후에도 국세청의 관찰 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가령 주택을 증여받으면서 부채까지 떠안는 ‘부담부증여’를 받은 경우 더욱더 주의해야 한다.

대출 승계 조건으로 부담부증여를 받았다면 국세청은 만기 상환 시까지 매년 정기적으로 사후관리를 통해 실제 원금과 이자를 누가 갚고 있는지 면밀히 점검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녀가 자신의 소득으로 이자나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부모가 대신 부담한 사실이 드러나면 이를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가 과세한다.

허 씨와 같이 전세를 끼고 증여하는 부담부증여도 마찬가지이다. 자녀가 들어가기 위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내보내는 과정에서 자녀가 허 씨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 또한 증여로 보아 증여세가 추징될 수 있다. 국세청은 부담부증여 시 채무로 공제된 임대보증금의 상환 시점까지 사후관리를 통해 늘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녀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한 후 일정 시간이 흘러 세입자를 내보내고 자녀가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사후점검은 이루어질 수 있다. 자녀가 세입자에게 지급한 보증금의 자금출처도 따져보기 때문에 매입한 지 한참 지났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자녀가 주택을 사면서 받은 대출금도 그 상환 내용을 국세청은 계속 점검하고 있다. 소득이 불분명하거나 부족한 상태에서 대출금을 상환한다면 그 자금출처를 의심받을 수 있다. 주택 구입 과정에서 부모에게 일부를 빌린 것으로 소명한 경우에도 국세청은 원금과 이자를 제대로 상환하고 있는지 지속해서 살펴보고 있다.

주택을 증여받았거나 매입한 지 오래 지났더라도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되는 이유이다.

세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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