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흑색선전 난무하는 공매도 여론몰이

중앙선데이

입력 2021.02.0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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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호 31면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눈치를 보는 정치권에 떠밀려 공매도 재개 여부를 고민하던 금융위원회가 2일 ‘부분 재개’라는 절충안을 내놨다. 금융위는 5월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에 속한 종목만을 대상으로 공매도를 재개할 계획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후 다시 사서 갚는 매매 기법이다. 공매도 후 주가가 하락하면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다. 금융당국과 증시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야기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개인들은 ‘공매도는 악(惡)’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 공매도 세력이 ‘악의적 뉴스’를 흘려 주가를 흔든다고 의심할 만한 일이 국내외에서 적지 않게 벌어졌다. 심지어 빌리지도 않은 주식으로 거래하는 ‘무차입 공매도’ 사건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사실 왜곡 판쳐
당국 감시 강화와 제도 개선 시급

이런 불법 거래까지 곧잘 일어난 탓에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이 급격히 늘면서 공매도가 개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금융당국이 3일 ‘공매도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자료를 배포하며 개인 투자자 달래기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4일 증권사 4곳의 무차입 공매도 혐의 조사 현황을 밝힌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투자자가 늘 이익을 내진 않았다’ 등의 내용으로 여론전에 나섰지만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포털 댓글·유튜브 등에 공매도와 관련한 억측이나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어서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힘을 모아 헤지펀드 등의 공매도 세력에 맞서 싸운 미국 게임스톱 사례가 회자되며 미국과 비교한 국내 공매도 제도를 둘러싼 사실 왜곡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우선 주식을 빌리는 기간. 대차(대주) 기간이 미국은 30일, 한국은 무제한이라는 가짜 뉴스성 내용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실은 다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거래 당사자가 합의하면 기간에 제한이 없다(한국에서 개인은 최대 60일). 수수료만 내면 된다. 게임스톱 사례에서 헤지펀드가 손을 든 것도 대차 기간 때문이 아니다. 주가 급등으로 주식을 빌릴 때 거래기관에 납부하는 담보 부담이 지나치게 커졌거나, 나름의 손실 규정을 넘어 로스컷 차원에서 항복 선언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불법 공매도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얘기도 다 맞진 않다. 무차입 공매도 적발 때 한국은 1년 이상, 미국은 최대 20년의 유기징역 처벌이 가능하다. 단, 국내 형법의 유기징역 최대 형량은 30년(가중 처벌 최장 50년)으로 미국보다 길다. 국내 기관은 거래세를 내지 않고 증거금도 예치하지 않는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기관도 주식을 빌릴 때 현금·채권 등을 담보로 제공해야 하고 빌린 주식을 거래할 때 거래세를 내야 한다. 또 한국거래소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공매도 관련 정보를 유료로 바꿨다거나, 이를 볼 수 없게 막았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

공매도 제도를 옹호하려고 이렇게 장광설을 늘어놓은 건 아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허위 정보나 가짜 뉴스에 속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더욱 잘 살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가뜩이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세태 아닌가. ‘한국은 공매도 천국 아니다’라는 여론전만 펼칠 게 아니라 제도 개선도 필수다. 예컨대 당국은 불법 공매도 적발 주기를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사후 감시를 강화하겠다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실시간 사전 감시 시스템을 갖춘 나라는 없고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둘러댈 일만은 아니다. 여론에 무작정 휘둘리진 말되 여론의 요구에 부합하는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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