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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새 판도, 중국 지고 일본 뜬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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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호 21면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피터 자이한 지음
홍지수 옮김
김앤김북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2주가 지났다. 바이든은 많은 변화를 공약했지만 전임 도널드 트럼프 시대와 비교해 볼 때 아직은 대동소이해 보인다. 특히 미국이 세계질서에서 점점 발을 더 빼는 추세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 지정학 전략가인 피터 자이한이 쓴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은 그동안 세계를 ‘순찰’해 온 미국의 이러한 ‘부재(不在)’를 전제로 한 세계질서의 변화를 예측한 책이다.

우리로서는 동북아시아에서의 판도 변화에 가장 관심이 간다. 자이한은 중국이 머지않아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데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며 성공신화의 종언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것도 10년 이내에.

자이한의 시각에 따르면 중국은 금융·소비·에너지·원자재수입·상품수출·제조업 등에서 서로 동시에 맞물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필요에 따라 무력을 행사해 원자재와 수출시장을 확보하거나 국내 경제를 다변화할 역량이 중국엔 전혀 없다. 지금까지 중국의 부상을 가능케 했던 여건들의 환상적인 조합이 헝클어지면 중국은 눈부신 부상에 상응하는 강도의 처참한 추락을 맛보게 된다. 이러한 여건들은 과거에도 늘 중국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고 지금도 그러하기 때문에 중국의 추락은 기정사실이고 단지 그 시기가 언제일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1985년 9월 뉴욕 플라자합의 이후 ‘잃어버린 30년’의 혹독한 경험을 했던 일본은 초강대국 모드를 재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일본은 진작에 수출 위주의 경제에서 탈피, 생산시설을 다른 나라로 이전해 그 나라 시장에 상품을 판매하는 ‘디소싱(desourcing)의 달인’이 됐다. 환율, 군사적·정치적 장애물, 관세 장벽의 불이익에서 자유로워졌다.

바이든 시대 동북아시아 질서는 어떤 모습일까. 미 핵항 모 레이건함의 모습. [사진 미 해군]

바이든 시대 동북아시아 질서는 어떤 모습일까. 미 핵항 모 레이건함의 모습. [사진 미 해군]

자이한에 따르면 미국은 비공식적으로 미국을 대신할 아시아 지역 맹주로 일본을 낙점했다. 미국은 일본이 직접 중국을 상대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에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헌법 조항을 재해석하라고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또한 미국은 정보 공유와 군사기술 이전을 통해 일본을 가능한 한 가공할 존재로 만들고 있다. 아시아에서 갈등이 마무리되면 일본이 우위를 점하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질서가 동이 트게 된다는 것이 자이한의 전망이다.

그럴 경우 가장 극단적인 상황 변화는 한국과 북한이 겪게 된다. 러시아가 쇠퇴하고, 미국이 손을 떼고, 중국이 붕괴냐 후퇴냐의 기로에 서게 되면 선택지는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다시 부상하는 일본과 사실상 경제적으로 융합하는 길을 모색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고 자이한은 말한다.

일본은 한국이 구조적인 경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 해외 시장에 계속 접근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일 것이라고 자이한은 주장한다. 이 같은 자이한의 제언이 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으나 일본의 재부상에 따른 국제 역학의 변화에 심각하게 대비는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의 ‘체스판 변화’를 예상했다. 실패한 초강대국 러시아, 역풍 맞는 독일, 맹주가 되려는 프랑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터키의 중동 패권 다툼 등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과 정통한 정보를 토대로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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