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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북핵 대응, 미·일 역대급으로 끈끈해졌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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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호 06면

바이든·스가 밀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를 방문해 연설한 뒤 국무부 직원들과 화상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를 방문해 연설한 뒤 국무부 직원들과 화상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일 관계가 더욱 끈끈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취임 후 아시아 국가 정상과의 첫 통화였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보다 일주일 빨랐다.

아태 지역 최우선 동맹 재확인 #인도·태평양 전략서 핵심 지위 #센카쿠 열도 방어 지원도 천명 #북 문제도 군사협력 강화 촉매제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정상 통화 순서는 통상 미국 외교의 우선순위를 반영한다. 그런 만큼 이번 통화는 바이든 행정부가 일본을 아시아에서 가장 비중 있는 동맹이자 우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이 일본을 ‘코너스톤(cornerstone·주춧돌)’으로 삼는 동맹 전략에 변함이 없을 것이란 예고인 셈이다.

미·일 양국이 바이든 시대를 맞아 기존의 밀월 관계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는 데는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 중국 견제, 북핵 문제 대응 등 각종 현안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같은 협력 구조를 보다 공고히 하는 핵심 연결 고리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쿼드(Quad) 협의체 확대 ▶북핵 문제 공동 대응 등이 그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무엇보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차단하기 위한 미·일 협력의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태평양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중국을 견제하지 못할 경우 미·일 모두 중국으로부터 직접적인 군사 위협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다.

당초 스가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만 해도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고심이 작지 않았다. 자칫 이 전략이 트럼프식 외교 정책의 산물로 오인돼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였다. 요미우리 신문도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조한 이 전략을 계승하는 데 대한 반대가 만만찮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도·태평양 전략 개념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처음 제안한 것이었다. 2016년 8월 아베 전 총리는 도쿄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 연설에서 중국 견제용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처음 꺼내 들었다. 이후 2017년 11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극 공감하고 나서면서 양국의 공동 전략으로 자리 잡게 됐고 2019년 미 국무부가 이를 공식화하면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스가 총리

스가 총리

AP통신은 “스가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의 폐기를 막기 위해 바이든 참모들에게 이 전략의 유래와 의미를 상세히 설명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그 결과 지난달 28일 양국 정상 통화에서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Free and Open Indo-Pacific) 전략’과 관련해 여러 논의가 오갔고 이는 회담 후 양국 발표문에도 반영됐다.

미·일의 두 번째 연결 고리는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미·일 안보조약이다. 이 조약 제5조는 ‘일본 영토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할 경우 각자의 헌법에 따라 공동으로 대처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 조항에 특히 민감한 이유는 중·일 분쟁의 최전선 중 한 곳인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에서 돌발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조약에 따라 센카쿠 분쟁에 미국이 개입하게 될 경우 일본은 중국에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된다. 미국 입장에서도 이 조약을 활용해 동중국해에서 펼치고 있는 군사 작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등 동북아시아의 영향력을 최대한 확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센카쿠 열도가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함께 지켜줄 것”이라고 약속한 이유다.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이 함께 운용하는 집단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도 미·일 협력의 주요 연결 고리 중 하나다. 2019년 쿼드 4개국 외교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첫 회의를 연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일본에서 두 번째 회의를 열고 공조를 과시했다. 아직은 비공식 협의체 형식을 띠고 있지만 태평양과 인도양의 해양 강국들이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역내 파워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지난 두 차례 회의에서도 동·남중국해와 인도양에서의 안보 현안을 집중적으로 다뤄 중국을 긴장시켰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외교 참모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쿼드 협의체는 ‘에이브러햄 협정(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국교 정상화)’과 함께 더욱 활성화해야 할 미국의 핵심 외교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 내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처럼 쿼드 또한 참가국을 더욱 늘려 ‘쿼드 플러스’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의 동참을 독려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핵 문제 또한 미·일 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가장 큰 우려는 일본 본토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사정권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7년 북한이 시험 발사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호’가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지자 일본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대북 압박을 우선시하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이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우방인 일본의 안보 위협을 해소하는 게 미국의 국익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동북아 안정과 패권 유지를 위해 ‘주춧돌’인 일본과의 군사적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로이터 통신은 “북한이 미사일과 핵탄두를 고도화할수록 이를 방어하기 위한 미·일의 협력도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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