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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文 정부서 평화 일상화"…野 "北도발 이어지는데 안이"

중앙일보

입력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5일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평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정 후보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수차례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에서 한반도 평화가 일상화됐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5일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평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정 후보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수차례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에서 한반도 평화가 일상화됐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 평화가 일상화됐다”고 평가했다. 정 후보자는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외교정책에 대한 총괄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하자 “외교정책 실패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의 도발이 일체 없었다는 것만 해도 우리 국민이 얼마나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5일 인사청문회서 대북정책 평가 놓고 공방 #"비핵화, 돌이킬 수 없는 상태까지 진전" #"열병식은 협상 레버리지 위한 과시" #

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당시) 저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핵화 의사를 확실하게 얘기했다"면서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북·미 회담과 별개로 북한 비핵화에 어떤 진전이 있었냐”고 묻자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라든지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쇄라든지, 또 풍계리는 자기들이 스스로 폐기를 했고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까지 진전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평화 일상화" …"위협 이어지는 데 안이한 인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월 9일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월 9일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수차례 ‘한반도 평화의 일상화’를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 살해 등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안이한 인식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북미대화, 남북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총격 살해당하고 불태워졌는데, 그런 상황에서 후보자의 답변은 부적절하다"면서 "개성에 있는 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한 상황에서 평화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게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서 적절한 답변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정 후보자가 강조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8차 당 대회에서 “핵 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며 핵 추진 잠수함 개발 사실을 공식화했고 열병식을 통해 무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협상의 레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한 과시”라는 해석을 내놨다.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회담 결렬에 대해서는 '북미 양측의 책임'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북한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고, 미국은 당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변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모 아니면 도’ 식의 경직된 자세가 문제였다”면서 “영변 (핵 시설) 폐기를 하고 그다음 단계로 들어갈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송한 탈북 선원은 흉악범" 

2019년 11월 18일 우리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인 17일 북한으로 추방됐다. [통일부 제공]

2019년 11월 18일 우리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인 17일 북한으로 추방됐다. [통일부 제공]

이날 청문회에선 2019년 11월 정 후보자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시절 탈북 선원을 강제 북송한 사건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정부의 탈북자 북송과 관련 “기본적 방위권 침해이자 신체의 자유, 절차적 보장이 결여된 인도에 관한 원칙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정부는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북한 선원 2명을 나포했는데, 이들이 선박 내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뒤 도주한 것으로 보고 안대를 씌워 북측으로 추방했다.

정 후보자는 당시 북한 선원들에 대한 북송을 “온당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해당 선원들이 선원들을 살해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그 사람들은 흉악범이었다. (북송된 선원들은) 일반 탈북민과 구분돼야 하고 정부가 북송을 결정할 때는 고문방지협약 등을 다 검토했다”고 말했다. ‘재판 없이 탈북 선원을 흉악범으로 보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선 “(탈북 선원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지 않았다. (살인 현장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을 따로 심문했는데 진술이 완전히 일치했다”고 답했다.

"대한민국은 아무나 다 받는 나라 아냐" 

2018년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수청년단체인 트루스포럼 회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北 선원 강제추방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018년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수청년단체인 트루스포럼 회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北 선원 강제추방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 후보자는 탈북 선원들을 북송한 배경과 관련 “대한민국이 무조건 아무나 다 받는 나라는 아니다”라는 말도 남겼다. 이에 대해 조태용 의원은 “이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처음부터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 건 헌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헌법에 어긋나는 발언에 대해 철회할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비정치적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 굳이 (법의) 기준을 따질 필요가 없다. 대법원은 남북 간 특수 관계를 고려해 (북한 주민을) 외국인이라고 판시했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정 후보자가 언급한 판례는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남북한의 특수관계 성격을 고려해 북한 주민 등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할 수 있다”는 2004년 대법원 판결을 의미한다. 다만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국정원장이 북한에 송금한 것을 외국환관리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를 따지는 대법원 판례를 탈북민 강제 북송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탈북자 강제 북송과 관련 퀸타나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은 2019년 10월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자를 강제 북송하는 것은 '박해가 우려되는 지역으로 송환해선 안 된다'는 이른바 '농르풀망 원칙'에 어긋난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본국으로 송환됐을 때 고문과 학대에 직면하게 된다면 현장 난민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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