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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어두육미’에 눈·껍질 영양 듬뿍…봄이 제철인 생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병욱의 우리 식재료 이야기(12)  

해산물을 좋아하시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부터 많은 해산물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도미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간장소스와 무를 넣어 푹 조린 도미에 소주 한잔 드시던 아버지의 행복한 모습이 지금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도미는 일 년 내내 볼 수 있지만, 산란기인 봄철에 가장 맛이 좋다. 겨울잠에서 깬 도미는 알을 낳기 위해 새우나 낙지 등을 왕성하게 섭취해 살이 올라 가장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좋다. 산란기가 끝난 6월에는 몸이 야위어서 아무리 맛 좋은 도미라도 푸대접을 받는다.

담백한 맛과 독특한 향을 지닌 도미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참도미, 줄도미, 옥도미, 검정도미 등 다양한데, 그중 가장 맛이 뛰어난 것은 분홍빛을 띤 봄철 참 도미다. 아름다운 분홍색이지만 녹색의 광택을 띠고 있으며, 청록색의 반점이 흩어져 있다. 몸길이는 50㎝ 내외인데, 1m에 달하는 종류도 있다. 산란기를 제외하고는 먼바다의 수심 30~50m 암초 지대에서 서식한다.

1930년대 발굴된 부산 영도구 동삼동 조개무지(선사 시대 해안, 강변 등에 조개, 굴 등의 껍질이 쌓여 무덤처럼 이루어진 유적)에서는 참돔의 뼈가 출토되었는데, 도미가 식품으로 이용된 역사가 선사시대 이전부터 있었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도미는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한 반면 지방 함량은 낮아 담백하고 소화성이 좋아 죽을 쑤어 환자의 보양식으로 많이 이용한다. [사진 pixabay]

도미는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한 반면 지방 함량은 낮아 담백하고 소화성이 좋아 죽을 쑤어 환자의 보양식으로 많이 이용한다. [사진 pixabay]

예로부터 도미는 잘 생기고 맛이 으뜸인 생선으로 알려져, 귀한 손님을 대접하거나 사돈집에 보내는 이바지 음식으로 많이 쓰였다. 서양에서도 도미는 인기 있는 생선 중 하나인데, 특히 로마인이 가장 많이 즐겼다고 한다. 로마의 부유한 가문에서는 도미에게 최상급 굴만 먹여 도미를 길렀다고. 영어로는 레드 스내퍼(red snapper)라 불리며 가격도 꽤 비싸게 거래된다. 카르파초, 스파게티, 리소토를 만들기도 하고 통째로 익힌 후 레몬을 곁들여 내기도 한다. 예전에 근무했던 레스토랑에서는 껍질을 벗긴 뒤, 후추에 절여 튀겨 나가기도 했다.

종류가 다양한 도미인 만큼 먹는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회나 소금구이로 이용되는 검정 도미는 껍질이 검은색이어서 흑돔이나 감숭어로 불리며, 살이 단단하고 껍질이 상당히 질긴 편이다. 단맛이 많은 옥도미는 구이나 조림용으로 많이 먹는데, 제주도 특산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도미 머리로 끓인 맑은 국은 맛과 영양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어두일미’라고도 한다. 비늘을 긁어낸 뒤 파와 마늘을 넣고 식초를 탄 냉국인 ‘물회’는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 음식이다. 바다에서 물질하고 돌아온 해녀가 조리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 먹던 것이 향토 음식이 된 것이다. 싱싱한 도미의 배를 따서 꼬들꼬들 말린 뒤 배에 참기름을 발라 구운 것도 별미다. 전골이나 탕도 맛있는데 미나리나 쑥갓 등의 향채를 넣어 맑게 끓으면 더욱 맛있다. 이외에도 살짝 팁을 공개하면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가 풍부한 파프리카와 함께 먹으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위에서 이야기한 서양의 도미 요리 중 카르 파초나 찜 요리에 파프리카가 곁들여져 함께 조리되곤 한다.

다양한 조리법과 종류가 많은 도미는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까? 도미는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하지만 지방 함량은 낮아 담백하고 소화성이 좋아 죽을 쑤어 환자의 보양식으로 많이 이용한다. 깊은 곳에 사는 도미는 강한 수압을 받아 수분이 적고 살이 단단하다. 육질에 축적된 이노신산(inosinic acid)의 분해 속도가 느려 선도가 떨어져도 맛의 변화나 중독성이 적다는 것이 특징이다. 도미의 눈에는 비타민 B1이 풍부해 강장 효과가 좋고, 껍질에는 비타민 B2가 많으므로 눈과 껍질도 버리지 말고 먹으면 좋다. 또한 도미는 대표적인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기에 다이어트에 효과적이고 피부를 생기 있게 유지해 준다. 피로회복제의 주성분인 타우린이 가득해 간 기능을 높여 간세포 생성을 촉진하고 간 세포막 기능을 안정화한다.

도미조림. [사진 CJ더키친 레시피]

도미조림. [사진 CJ더키친 레시피]

그럼,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게 먹은 도미 요리인 도미조림을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손질된 도미를 흐르는 물에 핏물을 깨끗하게 제거해 준다. 준비된 뜨거운 물을 도미에 부어 남은 비닐과 잡내를 제거해 준다. 넓은 냄비에 도미를 넣고 청주와 맛술(미림)을 동량으로 넣는다. 센 불에 바글바글 끓여주는데, 이 과정을 함으로써 잡내를 어느 정도 더 잡아 줄 수 있다. 양이 절반으로 줄었을 때 조림 간장을 넣고 간이 잘 배게 뚜껑을 덮어준다. 기호에 따라서 꽈리고추와 마늘 등을 함께 넣어 졸여준다. 조리하는 과정에서 도미가 냄비에 눌어붙을 수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냄비를 흔들어 준다. 조리가 80% 정도 끝났을 때 라임이나 레몬주스를 살짝 넣어주면 도미의 살이 좀 더 단단해지고 풍미가 더 좋아진다.

처음 호텔로 실습을 나갔을 때 생선을 너무 손질하고 싶어 선배한테 도미 잡는 법을 알려달라고 부탁드린 적이 있다. 이후로 하루에 몇십 마리씩 도미 손질은 내가 전담해 손질하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이 해외에서 근무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이 많은 도미를 이번 명절에 집으로 올라가서 오랜만에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한번 해봐야겠다.

넘은봄 셰프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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