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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더블 토너먼트' 시동···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모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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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단일화 방식을 협상하기 위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 자리에 앉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단일화 방식을 협상하기 위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 자리에 앉고 있다. 오종택 기자

금태섭·안철수 후보가 4일 회동하며 범야권의 단일화 ‘더블 토너먼트’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전날(3일) 국민의힘과 제3지대(금태섭ㆍ안철수)가 각자 후보 1인을 선출한 뒤, 최종 단일화를 하는 2단계 방식으로 사실상 단일화의 가닥을 잡은지 하루 만이다.

안 “3월초 정도 제3지대 단일화” #금 “설 연휴 이전에 토론” 제안 #여론조사 방식 놓고 갈등 가능성

두 후보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30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단일화 시기와 범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안철수 후보는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3월 4일 (후보 선출)이라고 한 걸로 기억한다. (제3지대 단일화 시점은) 그 부근 또는 좀 더 빠르게 2월 말에서 3월 초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금 후보 역시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았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 새로운 인물의 제3지대 경선 참여도 거론했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금 후보는 “자칫하면 배타적으로 보이거나 희화화될 수 있어서 양측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금 후보가 제안한 설 연휴 이전 토론과 관련해선 미묘한 신경전 양상이 관측됐다. 안 후보는 “실무자 선에서 (추후) 얘기하기로 했다. 첫 번째 협상은 아마 토요일(6일) 전에는 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반면 금 후보는 “설이 11일인데 지나면 2월 중순이 넘어, (경선이 치러지는 2월말 3월초까지) 2주가 채 안 된다. 그 때 지나면 끝”이라며 “설 전에 꼭 뭘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바로 내일이라도 (실무진을) 만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단일화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야권에선 “단일화 성공의 서막이 보이는 듯 하다”(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는 기대감도 감지됐다. 그러나 남은 변수에 주목하는 시각 역시 적지 않다.

①플레이오프 과정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경선 진출자 8명. 사진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선동 전 사무총장,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조은희서울 서초구청장, 이종구 전 의원, 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 명예회장, 오신환 전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경선 진출자 8명. 사진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선동 전 사무총장,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조은희서울 서초구청장, 이종구 전 의원, 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 명예회장, 오신환 전 의원. 연합뉴스

먼저 국민의힘 내부 경선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변수다. 국민의힘 후보 선출은 3월 4일로 예정돼있다. 몇몇 후보들 캠프에선 “일정이 너무 지루하다. 이렇게 늘어져선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경선이 한 달이나 남은 탓에 마타도어·네거티브로 흐를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실제 여성 가산점(예비경선 20%, 본경선 10%)을 두고는 이미 조은희ㆍ나경원 후보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조 후보가 나 후보를 향해 연일 “함께 여성 가산점을 포기하자”고 압박하고 있지만, 나 후보 측은 “제도의 문제”라며 난색을 표했다.

경선룰을 두고도 논쟁이 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국민의힘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는 “100% 여론조사 경선을 하면 민주당 지지층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후보에 투표하는 ‘역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상당수 의원들이 동조한 만큼,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 표본을 둘러싼 논쟁도 가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②최종 단일화 과정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를 선언한 금태섭 전 의원(오른쪽)이 4일 오후 서울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마포포럼 '더좋은 세상으로' 정례 세미나에 참석해 김무성 전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를 선언한 금태섭 전 의원(오른쪽)이 4일 오후 서울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마포포럼 '더좋은 세상으로' 정례 세미나에 참석해 김무성 전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과 제3지대 후보가 벌일 결승전의 방식을 둘러싼 갈등도 핵심 변수다.
 야권 단일화 역시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데, 세부적인 내용을 두고 후보 진영간에 이견이 분출될 수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4일 라디오에서 향후 야권 단일화와 관련 “표본수를 얼마로 할 것인지, 적합도나 경쟁력에 대해서 실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로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ㆍ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거론 된다. 당시 두 후보는 ‘여론조사 경선’이란 큰 틀에 합의한 뒤에도 ▶여론조사를 어떤 기관에 의뢰할지 ▶설문을 어떻게 구성할지 등을 두고 막판까지 갈등을 빚으며 한때 파경 위기까지 갔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02년 설문 문항으로 갈등을 빚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민주당 지지층을 여론조사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두고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③정국 주도권

보궐선거까지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변수다. 야권은 최근 북한 원전, 법관 탄핵 논란 등을 지렛대로 대여 공세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다만 여당에서 재난지원금, 부동산공급 등의 정책 카드로 반전을 꾀할 경우 계속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 전공)는 “정책으로 야당이 선거를 한 경우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야당이 들고 나온 거 빼곤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결국 여당에 대한 견제 민심을 어떻게 모으느냐, 야당 스스로 어떻게 변화했느냐 보여주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영익·성지원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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