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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영환의 지방시대

도농 상생의 일대일 대등 통합…4월 공론조사가 1차 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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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영환
오영환 기자 중앙일보 지역전문기자

대구경북 통합 어떻게 돼가나

대구경북 시도민은 행정통합에 관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일자리와 복지 분야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2차 토론회 모습. [사진 행정통합공론화위]

대구경북 시도민은 행정통합에 관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일자리와 복지 분야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2차 토론회 모습. [사진 행정통합공론화위]

올해 대구·경북의 최대 화두는 행정통합이다. 광역 자치단체의 통합은 전례 없는 대실험이다. 지난해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간 합의로 시작됐고, 지금은 민간의 공론화위원회로 공이 넘어왔다. 위원회가 통합 방식과 비전 등에 대한 시·도민 의견을 조사 중이다. 이를 위한 온라인 토론회가 1월 말까지 세 차례 열렸다. 대구·경북 6개 권역에서 300여명이 참가해 유튜브로 생중계된 토론은 장관(壯觀)이었다. 공론화위가 마련한 기본구상과 미래상에 대한 찬반부터 일자리·복지·재정 자립 등에 대한 의견이 쏟아졌다. 통합의 물꼬는 시장·지사가 텄지만, 관건은 시·도민의 의사와 선택이다. 밑으로부터의 의사결정 구조는 지방자치의 원점이기도 하다. 공론화위를 이끄는 김태일(영남대 정외과 교수)·하혜수(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공동위원장에게 향후 절차와 과제를 들어보았다.

7월께 주민투표, 연내 특별법 목표 #시·도민 반대땐 통합열차 도중 멈춰 #대구 자원 유출, 경북 소외 큰 쟁점 #자폐적 경향 문화 바꿔야 미래 열려

공론화라는 말이 낯설다.
(김태일 교수) “공론(숙의 토론) 조사는 시민들이 정보 획득·학습·토론을 거쳐 내린 판단을 확인하는 절차다. 한 사회가 새로 직면하거나 시민들의 삶에 폭넓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와 의사 결정자가 이해 관련자인 경우의 해결 방편으로 유용하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시장과 지사가 합의해 제안했고, 시·도민 공론에 맡겼다. 시·도지사가 여론을 동원해 일을 밀어붙이지 않고 시·도민의 뜻을 확인하면서 상향식으로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마산·창원·진해는 정치 엘리트들이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해 부작용이 적잖았다.”
위원회 역할은.
(김 교수) “두 가지 과제가 있다. 하나는 시·도민의 의견 수렴, 다른 하나는 행정통합안 작성이다. 그런데 위원회 출범 초기부터 행정통합 추진위가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출범 초기 ‘이제 행정통합 문제는 시·도지사의 손을 떠났다. 시·도는 지원은 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해 달라’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하혜수

하혜수

위원회가 마련한 행정통합 로드맵은 관문형으로 돼 있는데.
(하혜수 교수) “크게 사회·행정·정치적 합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7~8월 주민투표 때까지 시·도민의 시간(사회적 합의)이다. 1월 말까지 세 차례의 시·도민 온라인 토론회를 마무리했고, 2~3월에 권역별(대구·경북 각 2곳) 대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더 수렴한다. 4월에는 숙의형 공론조사를 한다. 행정통합 여부와 주요 쟁점에 대해 시·도민들이 직접 선택하는 단계다. 사회적 합의는 7~8월 주민투표로 완성된다. 시·도민이 반대하면 중간에서 열차가 멈추는 만큼 답을 정해 놓고 가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행정적 합의는 무엇인가.
(하 교수) “시·도는 중앙 정부와 새로운 지방 정부의 형태, 분권 특례, 재정 지원 등에 대해 타결해야 한다. 9월까지다. 마지막은 국회의 시간(정치적 합의)이다. 올 정기국회에서 행정통합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1명의 단체장을 뽑고, 7월 자치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가장 큰 관문을 무엇으로 보나.
(김 교수) “첫 번째의 사회적 합의가 가장 큰 관문이다. 과정상 특성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이런 일은 법률 제도적 규범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켜 나가면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 통합 과정은 완전히 거꾸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마무리될 때까지 과정이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그나마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충실하게 하는 것이다.”
세 차례의 토론회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하 교수)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토론회를 열어 차선의 효과는 거두었다. 1차 토론회 주제는 통합의 필요성과 기본구상으로, 시·도민들은 상생·균형발전·일자리에 우선적 관심을 보였다. 2차에서는 경북 북부지역 소외와 대구시 쏠림, 대구시 세수의 과도한 유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앞으로 행정통합의 긍정·부정적 효과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생각이다. 더불어 행정통합을 통해 대구·경북의 상생, 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지방소멸 방지에 기여하는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태일

김태일

주요 쟁점을 부연한다면.
(김 교수) “가장 크고 포괄적인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행정통합을 하면 대구의 자원이 경북으로 유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대구 시민들의 불안감이다. 다른 하나는 거꾸로 경북의 자원이 대구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경북 도민의 불안감이다. 구체적으로는 경북 북부 지역의 균형발전에 대한 불안이다. 행정통합을 하면 경북도청(안동)이 빠져나가 북부 지역의 낙후가 더 심각해지지 않느냐는 공포가 있다. 이것이 가장 강도 높은 반발로 나타나고 있다.”
위원회는 통합 방식에 대해 대구경북 특별자치시와 특별자치도의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 교수) “하나는 광역행정기능 통합관리형으로, 대구시와 경북의 기능을 통합해 대구경북특별자치시를 설치하고 그 밑에 시·군·구를 두는 방식이다. 도시와 농촌 지역을 통합해 도농(都農) 복합시로 만들었듯 대도시(광역시)와 농촌(도) 지역을 통합해 특별자치시를 만들고 기초단체의 권한을 강화하는 혁신적 대안이다. 도농의 상생 발전과 주민자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대구시를 관장하는 지자체가 없어 대도시 행정의 완결적 처리가 곤란하고, 경북이 사실상 폐지되는 것이다. 다만, 단체장이 대구·경북 전체를 관장하고 행정 부단체장 2명이 도시와 농촌 지역을 전담하면 단점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로드맵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로드맵

특별자치도는 어떤가.
(하 교수) “도 중심 통합으로, 특별자치도 아래 대구특례시와 시·군을 두게 된다. 대구특례시는 특별자치도의 지휘·감독을 받고 일부 권한을 직접 처리하는 특례를 받게 되지만 자치구가 아닌 행정구를 두게 된다. 도 중심 통합은 초광역 행정 수요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대도시의 일원적 정책 추진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구시 지위가 광역시에서 특례시로 격하되고 자치구 폐지로 풀뿌리 주민자치가 약화한다는 단점이 있다.”
두 방식에 대한 의견은 수렴되고 있다고 보는가. 청사 입지도 민감하다.
(김 교수) “초광역 정부의 명칭과 행정 시스템은 큰 쟁점이다. 이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어 위원회는 당분간 ‘대구경북특별자치정부’로 부르기로 했다. 이를 어떻게 해소하고 최종안을 만들지는 아직 그 방법과 경로를 정하지 않았다. 현 경북도청과 현재 추진 중인 대구시청 신청사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는 청사 소재지 주민들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다. 명칭, 청사 입지는 숙의를 거듭해 공론 과정 후반부에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보고 있다.”
행정통합의 원칙으로 삼는 것이 있다면.
(하 교수) “네 가지 원칙을 중시하고 있다. 첫째는 일대일 대등 통합이다. 대구와 경북의 어느 한쪽의 흡수가 아니라는 얘기다. 둘째는 지방분권형 통합이다. 기구와 공무원을 줄이는 효율 중심이 아니라 권한 특례를 통해 지역의 자립을 높이는 통합이다. 셋째는 상생의 포지티브섬(positive-sum) 통합이다. 중앙은 지방의 창의와 국제 경쟁력을 기대하고, 지방은 자립 능력을 높이며, 주민은 풀뿌리 자치를 실현하는 올윈(all-win) 통합이다. 넷째는 상향식 통합이다. 중앙에 의한 위로부터의 일방적 통합이 아닌 주민과 지방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통합이다.”
통합의 비전은.
(김 교수) "경제적 역동성, 사회적 개방성, 정치적 다양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적 역동성은 산업구조의 전환이다. 대구·경북은 산업화 시대에 번영을 구가해왔다. 이제 그 시대를 뒷받침했던 조건들이 모두 쇠퇴하고 있다. 사회적 개방성은 따뜻하고 열린 공동체다. 대구·경북은 사회적 개방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차적 관계의 연줄로 자폐적 경향을 보이는 사회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다. 글로벌, 초연결 사회의 인프라는 열린 문화다. 정치적 다양성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공존하는 문화와 구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