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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사상 최대 실적에도…은행원 800명은 짐 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1월 20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국민은행 서울 여의도본점에서 열린 'KB금융 임시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0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국민은행 서울 여의도본점에서 열린 'KB금융 임시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KB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KB금융은 4일 실적발표를 통해 2019년(3조3118억원)보다 4.3% 늘어난 3조45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4년 연속 순이익이 3조원을 넘으며 ‘3조 클럽’에 들었다.

[KB금융 2020년 실적발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수익을 견인한 쌍두마차는 대출 이자와 증권사의 수수료 이익이다. KB금융에 따르면 순이자이익(9조7223억원)은 전년(9조1968억원) 대비 5.7% 증가했다. 수수료이익 증가율은 더 높다. 1년 전(2조3550억원)보다 25.6% 늘어난 2조958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집값 급등 속 주식시장까지 들썩이자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과 주식투자 열풍으로 대출 이자와 증권사 수수료 이익이 동시에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희망퇴직 비용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17%로 전년(9.51%)보다 0.66%포인트 높아졌다. ROE가 10%면 자본 10억원을 투자해 1억원의 이익을 거뒀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기순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주주에게 돌아갈 몫은 줄었다. 주당 배당금은 1770원으로 2019년(2210원)보다 약 20% 쪼그라들었다.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배당성향(주주에게 나눠주는 배당금)이 20%로 낮아진 탓이다.

KB금융, 4년 연속 ‘3조 클럽’.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KB금융, 4년 연속 ‘3조 클럽’.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계열사별로 보면 KB증권의 성과가 가장 눈에 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4256억원)은 2019년(1677억원)보다 2.5배 이상 늘었다. 주식거래대금을 비롯해 고객 수탁고가 늘면서 수탁수수료가 급증해서다. 과거 5% 수준이던 ROE도 지난해 8.8%로 개선됐다.

반면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전년(2조4391억원)보다 5.8% 감소한 2조2982억원을 기록했다. 대출 관련 이자이익은 꾸준히 늘었지만 희망퇴직 확대와 코로나19를 대비한 대손충당금 등으로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게 KB금융의 설명이다.

사상 최대 실적의 축포가 터졌지만 짐을 싸는 은행원은 더 늘었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에서 지난달 30일부로 80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했다. 지난해 임금피크제 희망퇴직(462명) 규모보다 73%(338명) 증가했다. 2018(407명)ㆍ2019년(613명)과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희망퇴직 신청 요건이 임금피크제 대상자(만 56세)뿐 아니라 젊은 층까지 넓혀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상자는 지난해(1964~67년생)보다 올해(1965~73년생) 더 확대됐다. 특별퇴직금은 23~35개월 치 월급으로 지난해와 같다. 추가 혜택으로 자녀 학자금(학기당 350만원ㆍ최대 8학기) 또는 최대 3400만원의 재취업지원금을 준다. 건강검진 지원(본인과 배우자), 퇴직 1년 후 재고용(계약직) 기회 부여 등도 제공한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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