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KB금융은 4일 실적발표를 통해 2019년(3조3118억원)보다 4.3% 늘어난 3조45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4년 연속 순이익이 3조원을 넘으며 ‘3조 클럽’에 들었다.
[KB금융 2020년 실적발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수익을 견인한 쌍두마차는 대출 이자와 증권사의 수수료 이익이다. KB금융에 따르면 순이자이익(9조7223억원)은 전년(9조1968억원) 대비 5.7% 증가했다. 수수료이익 증가율은 더 높다. 1년 전(2조3550억원)보다 25.6% 늘어난 2조958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집값 급등 속 주식시장까지 들썩이자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과 주식투자 열풍으로 대출 이자와 증권사 수수료 이익이 동시에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희망퇴직 비용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17%로 전년(9.51%)보다 0.66%포인트 높아졌다. ROE가 10%면 자본 10억원을 투자해 1억원의 이익을 거뒀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기순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주주에게 돌아갈 몫은 줄었다. 주당 배당금은 1770원으로 2019년(2210원)보다 약 20% 쪼그라들었다.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배당성향(주주에게 나눠주는 배당금)이 20%로 낮아진 탓이다.
계열사별로 보면 KB증권의 성과가 가장 눈에 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4256억원)은 2019년(1677억원)보다 2.5배 이상 늘었다. 주식거래대금을 비롯해 고객 수탁고가 늘면서 수탁수수료가 급증해서다. 과거 5% 수준이던 ROE도 지난해 8.8%로 개선됐다.
반면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전년(2조4391억원)보다 5.8% 감소한 2조2982억원을 기록했다. 대출 관련 이자이익은 꾸준히 늘었지만 희망퇴직 확대와 코로나19를 대비한 대손충당금 등으로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게 KB금융의 설명이다.
사상 최대 실적의 축포가 터졌지만 짐을 싸는 은행원은 더 늘었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에서 지난달 30일부로 80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했다. 지난해 임금피크제 희망퇴직(462명) 규모보다 73%(338명) 증가했다. 2018(407명)ㆍ2019년(613명)과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희망퇴직 신청 요건이 임금피크제 대상자(만 56세)뿐 아니라 젊은 층까지 넓혀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상자는 지난해(1964~67년생)보다 올해(1965~73년생) 더 확대됐다. 특별퇴직금은 23~35개월 치 월급으로 지난해와 같다. 추가 혜택으로 자녀 학자금(학기당 350만원ㆍ최대 8학기) 또는 최대 3400만원의 재취업지원금을 준다. 건강검진 지원(본인과 배우자), 퇴직 1년 후 재고용(계약직) 기회 부여 등도 제공한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